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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의 변동은 공교육의 정상 여부를 판단하는 매우 좋은 지표인데, 사교육비가 커지는 현상은 아래의 몇 가지 결과를 불러온다.

첫째, 입시경쟁 속에서 학생들의 삶이 파괴된다. 보호자들이 공교육보다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 사교육에 의존하여 자녀의 교과성적이나 수능 성적 향상을 꾀하므로 교실에서 학생들은 성적 경쟁에 내몰린다. 학교를 마치는 것과 동시에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또 하나의 입시학교를 들어서는 상황이다.

둘째, 학부모와 학생의 압력이 발생하여 교사는 현행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협력학습과 학생 주도 수업을 하기보다는 시험문제 대비형 교수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학부모와 학생의 압력이 발생하여 사교육의 경향에 공교육이 동조하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셋째, 교과 성적에 반영되는 교과인지, 수능에 반영되는 교과인지에 따라 교과의 가치가 판가름날 만큼 중등교육은 파편화 될 것이다. 교실 수업 중 버젓이 엎드려 자는 학생도 늘어날 것이고, 대놓고 다른 교과의 문제집을 펼쳐 놓고 푸는 학생도 증가할 것이다.

넷째, 교실 현장에서 교사의 수업에 충실히 참여하는 학생 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 이번 서울대가 2023학년도 정시전형에 교과내신 성적을 반영하고자 한 근본 이유는 이러한 교실 수업 파행을 막고자 하는 취지가 높다.¹ 이러한 문제점을 키우는 사교육 팽창 문제가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 드러나고 있다.
  
사교육 팽창의 현황
  
교육통계시스템(KESS), 통계청(KOSIS)의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하였음.
▲ [그림 1] 사교육비 증가율, 국민총소득 증가율, 물가상승률 교육통계시스템(KESS), 통계청(KOSIS)의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하였음.
ⓒ 설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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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그래프는 2013년부터 2019년도까지 사교육비 증가율을 보여준다. 2016년도에 가파른 상승이 눈에 띄고 심지어 2019년에는 10.3%에 이르는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사교육비 지출을 고려할 때 물가상승률과 소득증가율을 감안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가상승률은 완만하게 하강하고 있어서 선진국의 전형적인 저성장 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국민총소득도 2017년을 기점으로 하여 그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각 가정이 소득은 그리 증가하지 않은 반면에 사교육비로 지출되는 비용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 증가와 물가 상승이 설명할 수 없는 만큼 큰 요인이 사교육비 팽창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19년에 사교육비 증가율 10.3%에서 물가상승률 0.4%를 빼고, 소득증가분 1.4%를 빼고 남은 부분인 8.5%는 별도로 설명되어야 할 사교육 팽창율이다.

이렇게 따지면 2017년도까지는 소득인상분과 물가인상분이 사교육비 증가율을 설명해준다. 그러나 2018년에 3%, 2019년에 8.5% 만큼 늘어난 사교육비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비율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림 2> 그래프를 보면 고등학교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2015년도를 기점으로 하여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고등학생의 경우에 2015년에 50%를 갓 넘었던 참여율이 2019년에는 61%로 껑충 뛰었다는 점을 알 수 있고 전체적으로 사교육 의존도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중학생의 경우에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8%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1> 그래프와 <그림 2> 그래프를 종합하여 이해하면 최근 몇 년 사이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은 사교육에 많이 의존하고 있고, 각 가정은 소득에 비하여 더 많은 돈을 사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 보도자료를 참고하여 재구성함.
▲ [그림 2] 초중고교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 교육부 보도자료를 참고하여 재구성함.
ⓒ 설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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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팽창의 원인
 

소득격차와 자산격차가 매우 큰 대한민국에서 계층 상승의 도구가 학교졸업장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는 각 국가의 상위 10%가 전체 소득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보고서는 2019년 OECD 주요 국가들 중 납세 전 소득을 기준으로 대한민국은 터키와 미국을 이어 세 번째로 소득격차가 큰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²

이러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육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소득격차가 교육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조국과 나경원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가 깨닫는 것은 자산과 소득이 많은 가정의 자녀는 사회적 자본이 많아서 지인 찬스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특권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계층사다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입 정시전형의 비율을 높이고자 하였다.

그러나 "정시전형을 확대하는 것이 과연 입시를 공정하게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시하였다. 특히 사교육 유발 효과가 큰 정시 전형 확대 정책이 마치 타고 있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효과를 발휘하지 않을지 염려가 되는 대목이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수도권 16개 주요대학의 정시비율을 30%로 늘리고, 2023학년도 대입 전형에서는 주요 대학의 정시비율을 40%로 늘리고 있다.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가능하다. 첫째, 잦은 입시정책 변경은 학부모와 학생의 불안감을 유발한다. 정보의 부족과 대책에 대한 막연함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불안감에 떨게 하고 이를 학원에서 해결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위기 장면에서 정부는 사교육 시장에 공교육을 보호한다는 명확한 경고신호를 주어야할 것이다. 공교육을 보호하는 것은 교육의 공정성과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교육회의와 같은 범 합의기구로부터 도출된 입시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

둘째, 교과 내신과 수능, 두 가지를 함께 대비하는 학생들은 사교육 학원에 더 의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이러한 요인은 <그림 2>에서 보듯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교육 참여율보다 고등학교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까닭을 설명할 수 있다.

셋째, 수능을 치르는 N수생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학생의 불리함은 N수생의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림 3> 그래프를 보면 전체 대학수학능력평가 응시접수자 중 졸업생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번 정시 확대 정책으로 인하여 수시보다 정시에 더 강점이 있는 N수생들이 사교육시장으로 대거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학수학능력평가 응시접수자 중 졸업생 비율 추이 (교육부 보도 자료를 참고하여 재구성).
▲ [그림 3]  대학수학능력평가 응시접수자 중 졸업생 비율 추이 (교육부 보도 자료를 참고하여 재구성).
ⓒ 설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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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이고 안정적 대입 정책과 학종 유지

근본적으로 사교육을 축소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대학평준화와 소득격차 완화를 이루어 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국가의 기초를 새롭게 놓는 수준의 교육혁명이 필요한 일이므로 현 단계에서 사교육 시장의 팽창을 억제하는 방안으로서 앞에서 언급한 것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입시 정책을 유지하여 학생 및 학부모의 불안감을 낮추어야 한다.

둘째, 수도권 16개 대학에 취해지고 있는 정시확대 정책을 제고해야 한다. 정시확대 정책은 불붙은 사교육시장에 기름을 붇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셋째, 비교적 사교육비의 영향력이 낮은 학종의 공정성을 높이고 학종의 비율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여야 한다.

[1] https://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316
[2] https://wid.world/data/
 

태그:#사교육비증가율, #사교육참여율, #정시 확대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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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참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근무하고 있으면서 변화하는 사회가 학교에 요구하는 것도 있고, 학교가 변하면서 사회에 요구하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인지 자꾸 변하고 있으니 교육정책은 그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잘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초중등교육 교육과정과 학교, 그리고 교원 양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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