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비원 감축보다는 '상생'을 선택한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한 게시판에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투표 결과가 공지되어 있다.
 경비원 감축보다는 "상생"을 선택한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한 게시판에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투표 결과가 공지되어 있다.
ⓒ 김보성

관련사진보기

 
"깊은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글을 씁니다... 한 사람의 일터를 없애는 일은 그 사람의 일상을 무너뜨릴 수 있기에 가능한 조심하고, 최대한 신중해야 합니다."

이달 초 경비용역 감축 방안에 대한 찬반 투표에 들어간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승강기에 대자보 한 장이 부착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진행되는 경비원 감축 논의에 반대하는 의견이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상생' 선택한 입주민들

타 단지보다 과다한 지출이 있다는 지적에 이 아파트는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경비원을 현행 8명에서 4명으로 줄이는 찬반 투표를 시행했다. 그러나 자보를 붙인 입주민은 이러한 방안에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세대수 대비 경비원 수를 계산하고, 관리비 비교를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사람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천천히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봄이면 꽃잎을, 가을이면 낙엽을 쓸어 담으며 주민의 발밑을 돌봐주시는 경비원 아저씨의 모습은 결코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대자보 의견에 다른 입주민도 '조금씩 도와서 한 사람의 일자리를 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닐까요?', '함께 삽시다', '동의합니다' 등의 메모를 적어 동의 의사를 표현했다.

이러한 노력은 입주자 과반수가 '상생'을 선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9일 개표에서 '경비원 감축' 반대(48.6%, 173세대)가 찬성(38.2%, 136세대)을 넘겨 결국 안건이 부결된 것이다.

아파트 측은 지난 10일 "입주자 2분의 1 이상 찬성 미달로 감축방안이 부결되었음을 확정 공고한다"고 공지했다. 경비원 수를 줄이면 세대별 절감 금액이 월 최소 1만1000원~ 최대 2만1000원 정도이지만, 입주민들은 비용보다는 사람을 선택한 셈이다.
 
경비원 감축방안 찬반 투표에 들어간 이달 초, 한 입주민이 아파트 곳곳에 부착한 대자보.
▲ "돈보다는 사람" 경비원 감축방안 찬반 투표에 들어간 이달 초, 한 입주민이 아파트 곳곳에 부착한 대자보.
ⓒ 김보성

관련사진보기

 
감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입주민 A(49)씨는 "당연한 결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13일 <오마이뉴스>에 "해고가 아닌 십시일반으로 세대들이 관리비를 더 낸다면 함께 살 수 있는 것 아니냐. 코로나19로 어려운데 경비원분들과 가족같이 화목하게 지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현장에서 만난 경비원들도 투표 결과에 감사를 전했다. 경비원 B씨는 "(입주민들에게) 정말 고맙다. 걱정이 너무 많았지만, 한숨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경비원 서명 논란' 경기도 광명시 모 아파트와 대조

지난해에도 아파트가 밀집해있는 해운대구 여러 곳에서 경비원 집단해고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결정까지 내려졌지만, 입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계약해지 시도가 무산됐다.

이번 사례는 부산지역 일간지도 주목했다. <국제신문>은 '"돈보다 사람" 한 장의 호소문이 경비원 해고 막았다'는 제목으로 이날 지면을 통해 보도했다.

<국제신문>은 A아파트 사례가 <오마이뉴스>가 지난 11일 보도한 경기도 광명시의 한 아파트의 경우와 비교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경비원 해고와 월급 삭감에 대한 주민 의견을 당사자인 경비원이 직접 세대를 방문, 동의를 받게 했다. 이를 비판하며 한 대학생이 대자보를 붙이면서 여러 커뮤니티에서 공분이 일었다.

[관련기사] "아파트 경비원에게 이런 일을, 너무 잔인" 대학생의 일갈 http://omn.kr/1qf4i

태그:#코로나19, #경비원 해고, #비용보다는 상생, #감축 막았다, #해운대구 아파트
댓글5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