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등판한 이영하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9회말 두산 투수 이영하가 역투하고 있다.

▲ 마무리 등판한 이영하 지난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9회말 두산 투수 이영하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역시 단기전은 패기보다 경험이 더 중요한 무대라는 게 두산에 의해 증명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한 해도 빠짐 없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 베어스가 1군 진입 6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kt 위즈에게 2연승을 거두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 앞에 뒀다.

반면 기세등등하게 '디펜딩 챔피언'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던 kt는 뜻밖의 연패를 당하며 궁지에 몰렸다. 상대 선발 크리스 플렉센이 7.1이닝 4피안타11탈삼진으로 경기를 지배했던 1차전은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최원준을 2.2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린 2차전 패배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만약 kt가 2차전을 가져 갔다면 시리즈의 흐름은 크게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멜 로하스 주니어의 포스트시즌 첫 홈런으로 최원준을 내릴 때만 해도 이강철 감독은 자신의 계획대로 경기가 흐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kt의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던 두산 불펜의 힘이었다. 정규리그에서 홀드 10위(43개), 세이브 8위(23개)에 그쳤던 두산 불펜은 올해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15.2이닝을 3실점(평균자책점1.72)으로 완벽하게 틀어 막고 있다.

마무리가 두 번이나 바뀐 불안했던 두산의 불펜

작년 극적으로 통합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도 많은 전문가와 언론들로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짜임새 있는 타선과 견고한 수비, 그리고 외국인 투수와 토종 투수가 조화를 이루는 탄탄한 선발진은 단연 10개 구단 중 최강이라 평가 받았다. 여기에 올 시즌이 끝나면 핵심 선수들이 대거 FA자격을 얻는 만큼 한국시리즈 2연패를 향한 선수들의 동기부여는 따로 강조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강한 두산의 전력에도 약점으로 꼽히는 지점이 있었으니 바로 불펜이었다. 작년 6승 19세이브 10홀드를 기록하며 깜짝스타로 떠올랐던 이형범은 애초에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스타일의 마무리가 아니고 김승회, 권혁, 이현승 같은 선수들은 언제 구위가 떨어져 난타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노장들이었다. 여기에 부상에서 돌아오는 김강률과 곽빈이 건강하게 복귀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두산 불펜에 대한 팬들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마무리 이형범은 시즌 개막 한 달 동안 2패 1세이브 13.50으로 무너진 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이형범을 대체한 함덕주도 10개의 세이브를 올리긴 했지만 27세이브를 따냈던 2018년의 위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난 3년 간 179경기에 등판하며 불펜의 빈 곳을 채워주던 베테랑 김승회는 정규리그 내내 부상으로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불펜의 약점이 끊임 없이 발목을 잡자 두산은 시즌 중반 두 건의 트레이드를 통해 불펜을 강화했다. 지난 5월 SK 와이번스와의 2:2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이승진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3경기에서 2승 4패 5홀드 5.61의 성적을 기록했다. 가끔씩 제구가 흔들려 볼넷을 남발하거나 공이 가운데로 몰려 대량실점을 할 때도 있었지만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이승진의 강속구는 두산 불펜에 큰 도움이 됐다.

지난 6월 '슈퍼 유틸리티' 류지혁과의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홍건희도 두산 소속으로 50경기에 등판해 3승 4패 1세이브 8홀드 4.76으로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선발로 부진한 시즌을 보내던 이영하가 후반기 마무리로 변신하며 젊은 불펜 삼각편대를 구축했지만 순위 경쟁을 하던 상위팀의 필승조들에 비할 바는 못 됐다. 결국 두산은 팀 홀드 10위와 팀 세이브 8위, 불펜 평균자책점 4위(4.71)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이영하-홍건희-박치국 무실점 호투행진

두산의 허전한 불펜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두산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다. 이는 곧 두산을 상대하는 팀들이 두산을 꺾기 위한 집중적인 공략지점이기도 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을 상대한 LG와 kt는 두산이 플렉센과 알칸타라로 이어지는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지만 착실하게 이들의 투구수를 늘려 불펜싸움으로 들어간다면 경기 후반 충분히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만난 LG 트윈스는 선발요원 플렉센과 최원준의 이어 던지기에 꽁꽁 묶인 1차전과 달리 2차전에서는 알칸타라 이후 등판한 이현승과 최원준, 이승진을 착실히 공략하며 한 점 차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7회 무사1루 기회에서 채은성이 박치국을 상대로 힘 없는 병살로 물러나며 동점 기회가 무산됐다. 이후 8회부터 등판한 마무리 이영하가 2이닝을 책임지며 두산이 첫 관문을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두산의 불펜은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두산은 1차전에서 플렉센이 8회1사까지 책임진 후 곧바로 마무리 이영하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영하는 2사 만루에서 유한준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끝내 역전주자의 득점을 막았고 9회에도 선두타자 출루 후 세 타자를 연속으로 범타 처리하면서 두산의 승리를 지켜냈다. 포스트시즌 최초로 2경기 연속 두 자리 수 탈삼진을 잡은 플렉센에게 가렸지만 이영하의 역투도 대단했다.

두산의 불펜은 2차전에서 더욱 빛났다. 김민규와 박치국, 홍건희, 이영하로 이어진 4명의 불펜투수는 최원준의 조기 강판 후 역전을 노리던 kt의 공세를 무력화시키고 6.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특히 KIA 타이거즈 시절 한 번도 가을야구 등판 경험이 없었던 홍건희는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2.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두산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저 홀드 하나가 아닌 시리즈의 분위기를 두산 쪽으로 가져오는 빼어난 투구였다.

올해 가을야구에서 5.2이닝 1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영하는 1,2차전에 연속 등판해 52개의 많은 공을 던졌다. 11일에 얻은 하루의 휴식일이 천금 같이 느껴지는 이유다. 만약 시리즈가 3차전에서 끝난다면 두산은 한국시리즈까지 4일의 휴식일을 얻을 수 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연이은 호투행진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두산의 불펜진이 또 한 번 재정비할 시간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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