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스 핸들링 전 캐나다 토론토영화제 조직위원장

피어스 핸들링 전 캐나다 토론토영화제 조직위원장 ⓒ 강릉영화제 제공

 
"새로운 관객의 접근이 힘들었던 영화제가 온라인으로 개최돼 지역과 전국, 전 세계로 넓어졌다. 하지만 온라인영화제만 한다면 영화제에 죽음의 종소리를 울리는 것과 같다."
 
지난 6일 개최된 강릉국제영화제 포럼 '포스트 코비드 19: 뉴노멀 시대의 영화제'에서 피어스 핸들링 전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 전 조직위원장은 코로나19 시대 온라인으로 전환된 영화제의 장단점을 함축적으로 이렇게 표현했다.
 
온라인도 필요하지만, 전통적으로 기존 극장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이 영화산업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것으로 세계 영화제들의 고민이 압축돼 있었다.
 
협력 말하지만 경쟁으로 되돌아갈 것
 
영화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내외 영화제들이 코로나19 확산되면서 크게 위축돼 있다. 영화제들의 영화제라고 불리는 칸영화제는 아예 취소됐고, 세계적인 위상을 영화제 중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에 열린 베를린영화제 개최가 유일했다. 베니스영화제는 정상 개최됐으나 상영 편수를 크게 줄여야만 했다.
 
영화 자체가 코로나19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일 수밖에 없으나 최근에는 대기업 극장들의 경영 악화로 이어지면서 난국을 헤쳐나가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5일~7일까지 개최된 강릉국제영화제가 마련한 포럼은 국내외 영화제들의 고민이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 자리였다. 2회를 맞는 강릉국제영화제 역시 행사를 크게 줄인 상태에서 개최됐고, 그러다 보니 주목할만한 행사가 포럼으로 준비한 '포스트 코비드 19: 뉴노멀 시대의 영화제' 정도였다.
 
그렇다고 특별하게 새로운 대안이나 해결책이 제안되지는 않았다. 각 영화제가 처한 상황과 형편에 따라 입장과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서로 협력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온라인의 장점을 활용해 난국을 헤쳐나가자는 것이었다.
 
 지난 6일 강릉영화제에서 개최된 '포스트 코로나19: 뉴노멀 시대의 영화제' 포럼

지난 6일 강릉영화제에서 개최된 '포스트 코로나19: 뉴노멀 시대의 영화제' 포럼 ⓒ 강릉영화제 제공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온라인 GV와 방역 등에서는 앞선 영화제들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 온라인 GV는 5월에 열린 인디다큐페스티벌이 처음 시도했던 것이었고, 방역 역시 5월 이후 진행된 영화제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연구해 최적화시킨 것이었다.
 
다만 피어스 핸들링(전 토론토영화제 조직위원장)은 "큰 영화제들은 올해는 협력을 이야기하지만, 경쟁적으로 되돌아갈 것이고, 프리미어 작품을 놓치지 않으려고 배타적인 경쟁을 할 것"이라며, 그렇더라도 "협력이 중요하고 협력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영화제 산업의 위축에 따른 재정적인 어려움은 국내외 영화제들 대부분이 비슷했다. 신인 감독들에게 기회가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프랑스 브졸영화제 마르틴 떼루안느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돕는 기술전문가들과 영상관계자들도 일이 없어 타격을 받았다"며 "숙박업체, 요식업체 도시상권 전반도 영화제가 개최되지 않아 손님을 맞지 못했고, 기차와 항공기 버스 등도 마찬가지고 영화제 상영을 담당할 배급사도 어려움이 컸다"고 강조했다.
 
피어스 핸들링은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후 후속작품 제작을 위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젊은 감독들이 영화제가 중단되면서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됐다"며 "상당수의 영화제들의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젊은 감독들은 극장 상영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은 코로나19 대안이 될 수 없다
 
온라인영화제에 대해서는 일부 장점도 제시됐으나, 작은 규모의 영화제들은 부정적이었다.
 
피어스 핸들링은 "영화제가 배타적이고 표를 구하기 어렵고 처음 온 사람은 들어가기 어려운 시스템으로 신도가 돼야만 내부를 알 수 있는 종교 같았는데, 새로운 관객의 접근이 쉬워졌다"며 "줄 서고 매진되는 것에 포기하던 것이 온라인을 통해 가능하게 되면서 관객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에다슈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집행위원장은 "소극장에서 치르느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워 올해 영화제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과 감독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온라인 영화제 개최도 의미는 있으나 진정한 의미의 영화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영화제에서는 큰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고 상영이 끝난 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중요하다"며 "온라인으로 영화를 보면 작은 것으로 볼 텐데, 느낌이 큰 것으로 볼 때와 다르다"고 덧붙였다.
 
 2020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상영 모습

2020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상영 모습 ⓒ 부산영화제 제공

 
사브리나 바라체티 우디네극동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영화제 관계자들 다른 방식을 이용한 상영을 염두에 두게 됐고, 인터넷은 악마같은 존재였는데, 이젠 전혀 그렇지 않다"며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 전양준 위원장도 "해외의 영화제에서 작품이 불법으로 유출된 이후 부산영화제는 온라인 전환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온라인은 코로나 19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영화제가 영화산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가 안겨주는 고민은 상당하다. 대안으로 떠오른 온라인이 일정한 성과를 나타내며 인식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영화제의 표본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영화제의 성격이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작은 규모 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한 집행위원장은 "규모가 작은 영화제의 경우 온라인 개최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큰 영화제들과 비교하기 어렵고 오프라인이 아니면 선택지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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