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가 과연 올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을까. 토트넘은 올시즌 5승2무1패, 승점 17점을 기록하며 선두 레스터시티(18점)에 1점뒤진 리그 2위에 올라있다.

지난 시즌 우승팀 리버풀(18점)은 토트넘과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3위를 기록중이며, 또다른 우승후보 맨체스터 시티(10점)는 초반 3승3무 1패라는 의외의 부진에 허덕이며 10위에 머물고 있다. 이밖에 초반 4연승 돌풍을 일으켰던 에버턴(승점13)도 최근 7위까지 추락했고, 전통의 강호 첼시-맨유-아스널도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토트넘의 마지막 리그 우승은 1960~61시즌으로 무려 60년 전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0년대 중반부터 EPL의 '빅6'로 위상이 높아지며 두각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끝내 우승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EPL를 제외한 다른 대회로 범위를 넓혀도 이영표(은퇴)가 활약하던 시기였던 2007-08시즌 칼링컵(현 카라바오컵)을 차지한 것이 마지막 메이저대회 우승이었다. 토트넘이 최근 가장 우승트로피에 근접했던 것은 EPL 2016-17시즌 2위와, 2018-19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으로, 모두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리그 6위에 그치며 UCL 티켓이 주어지는 4위권 진입도 실패하는 등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주제 무리뉴 감독의 2년차를 맞이한 올시즌 초반 토트넘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영국의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은 앞다투어 토트넘의 우승 가능성을 비중있게 언급하고 있다. 국내 팬들 입장에서도 화려한 프로 경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승경력이 없는 손흥민이 과연 생애 첫 타이틀을 들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토트넘의 최대 강점은 역시 막강한 화력이다. EPL 다득점에서 19골로 첼시(20골)에 단 1골차다. 해리 케인(7골8도움)과 손흥민(8골2도움)이라는 리그 최고의 공격듀오는 토트넘의 자랑거리다. 5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KS 듀오'는 올시즌 벌써 15골 10도움을 합작하며 EPL에서 가장 이상적인 공격 콤비로 인정받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부상없이 지금의 몸 상태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시즌 동반 20골 이상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는 평가다.

알찬 선수영입도 높이 평가받는 부분이다. 그동안 전력보강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않아 우승에 대한 열망이 없는 짠돌이 구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토트넘이지만, 올시즌에는 맷 도허티, 조 하트,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가레스 베일, 세르히로 레길론, 비니시우스 등 거의 전 포지션에 폭풍영입을 단행하며 전력을 끌어올렸다. 시간과 여론에 쫓긴 '패닉바이'가 아닌, 필요했던 포지션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우수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다니엘 레비 회장의 수완이 높은 점수를 얻은 대목이다.

지난 시즌 얇은 선수층과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고전했던 토트넘은 사실상 더블스쿼드가 가능할 정도의 전력을 구축했다. 연령대로 봐도 베테랑급인 토비 알더베이럴트, 위고 요리스, 무사 시소코, 가레스 베일 정도만 30대 초반일뿐, 케인-손흥민-탕귀 은돔벨레-에릭 다이어 등 주축 선수들은 대부분 20대 중후반으로 축구선수로서 신체능력과 경험이 조화를 이뤄 최전성기를 맞이할 시기다. 우승에 도전할만한 팀으로 너무 어리지도 나이들지도 않은 신구조화가 이상적인 균형을 이룬 스쿼드에 가깝다.

여기에 사령탑이 현역 감독중 누구보다 메이저대회 우승경험이 풍부한 무리뉴 감독이라는 점도 토트넘이 더 점수를 얻는 대목이다. 무리뉴 감독은 맨유 시절 정도를 제외하면 항상 부임 2년차에 굵직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최고의 성적을 거둔바 있다. 포르투 2년차에 첫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컵, 인터밀란 2년차에는 트레블 위업을 달성했으며, 레알 마드리드-첼시 1,2기 각 2년차마다 압도적인 성적으로 리그 우승을 기록한바 있다.

장기레이스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법

무리뉴 감독은 여러 대회를 병행해야 하는 장기레이스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잘 아는 인물이다. 토트넘은 시즌 초반만 해도 개막전이었던 에버턴전에서 패배하는 등 경기력이 좋지 않았고, 유로파리그-컵대회 일정을 병행하느라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이 극심하여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이후 리그 7경기 연속-공식경기 10경기 연속 무패행진(7승3무)을 이어가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베일의 컨디션이 올라오고 팀의 조직력이 안정궤도가 접어드는 시즌 중반이 되며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벌써 우승 가능성을 거론하기에는 아직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토트넘은 확실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만큼 약점도 많은 팀이기 때문이다. 일단 가장 취약한 부분은 역시 수비력이다. 토트넘은 올시즌 리그 8경기에서 9실점만을 기록하며 실점 자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정작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기록한 것은 모든 대회를 통틀어 단 2차례뿐이다.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무리뉴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알더베이럴트-산체스-다이어 등이 주축이 된 토트넘의 수비진은 리그 중상위권 이상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공격진에 비하면 우승권 팀의 수비라인이라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진다. 냉정히 말하면 토트넘은 올시즌 경기내용 면에서는 그리 좋지 않거나 오히려 상대팀에 밀리고도, 공격진의 결정력을 앞세워 꾸역승을 거둔 경기도 많았다.

가레스 베일의 영입 효과와 더블 스쿼드의 효율성도 좀더 지켜봐야 할 부분. 베일이 지난 브라이턴전에서 복귀골을 신고하며 컨디션이 점점 올라오고 있다고 하지만, 케인-손흥민과의 공존이나 시너지 효과는 아직 의문부호가 붙는다. 케인-손흥민 듀오가 이미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베일을 살리려고 하다보니 공격 기회가 분산되고 오히려 손흥민같이 컨디션이 좋았던 선수들이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선수들을 고르게 활용하면서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로테이션'은 필수다. 하지만 올시즌 무리뉴 체제에서 급격히 입지가 줄어든 델레 알리나 스티븐 베르흐베인, 에릭 라멜라 등은 출전기회가 부족해지면서 경기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1.5군을 가동했던 로열 앤트워프(벨기에)와의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충격패를 당한 이후 백업멤버들의 경기력에 대하여 강하게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리뉴 감독은 이전에도 여러 팀을 거치면서 부적절한 언론플레이나 주축 선수들과의 불화로 라커룸 장악에 어려움을 겪었던 전례가 있다.

토트넘은 A매치 휴식기가 끝나면 11월부터 다시 '죽음의 일정'을 앞두고 있다. 우승후보인 맨체스터 시티(22일)- 첼시(30일)와의 리그 대결을 비롯하여 12월에도 아스날(6일) 리버풀(17일) 레스터 시티(20일) 등 까다로운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유로파리그와 컵대회 일정까지 포함하면 베스트11과 몇몇 핵심 선수들의 활약에 기대는 것만으로는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토트넘이 올해 연말까지 큰 위기없이 버텨낼 수 있다면 그때쯤에야 비로소 우승후보를 논하는데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토트넘홋스퍼 손흥민 토트넘경기일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