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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정부 예산안 심의가 본격 시작됐다. 유례없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쓸 것인가가 정하는 일이 어느 해보다 중요한 때다. 그런데 전체 예산의 10%에 달하는 국방예산은 올해 처음 50조 원을 돌파한데 이어 내년 예산으로 52.9조 원이 편성됐다. 이에 국방예산 증액의 문제점과 대안을 네 차례 걸쳐 연재한다.[기자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 도중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8일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 도중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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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2021년 예산안은 "위기의 시대를 넘어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예산이라고 언급하며 민생을 살리고 사회안전망 확충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와 장기간의 장마로 인한 초유의 재난 상황에서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전 국민의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 확대는 당연한 조치이자 국가의 의무다.

코로나19 그리고 국방예산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전 국민의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기에도 넉넉지 못한 예산 편성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예산안이 있다. 바로 국방예산이다.

국방예산은 지난해 대비 5.5% 인상된 52.9조 원 규모로 책정됐다. 지난 8월에 발표 된 <2021~2025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올해 역대 최초로 50조 원을 돌파한 국방예산은 내년 52.9조 원을 시작으로 향후 5년 간 총 300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아시아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예산을 축소하고 민생예산 확충을 고려하고 있는 시기에 도리어 국방비를 확충하는 한국 정부의 예산 편성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처사다.
 
2021년도 국방예산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비용으로 내년에 편성된 예산이 무려 127개 분야, 약 12조 4천억 원 규모이다.
▲ 2021년도 국방예산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비용으로 내년에 편성된 예산이 무려 127개 분야, 약 12조 4천억 원 규모이다.
ⓒ 국방부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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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비정상적인 국방예산 중에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무기 체계 도입 비용으로 책정된 방위력 개선비 부분이다. 내년 국방예산 중 방위력 개선비는 약 17조 원 규모로 전체 국방예산 중 무려 32.2%에 달한다. 이중 미래의 무기 도입을 준비하는 연구개발(R&D) 비용을 제외하고, 실제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비용으로 내년에 편성된 예산이 무려 127개 분야, 약 12조4000억 원 규모다.

무기도입에 사용되는 예산에서 쉽게 접하는 단위가 '조'이다 보니 실제 그 단위가 얼마나 큰 지 실감을 못할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평범한 사람들은 절대로 모을 수 없을 정도의 무지막지한 큰 액수라는 점이다. '1' 뒤에 '0'이 12개나 붙어 있으며, 하루 55만 원씩 써도 무려 5000년을 써야 다 쓸 수 있는 규모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자세히 살펴보면 전차, 장갑차, 다련장 등 기동화력 무기체계 양산 및 구매 사업에 약 2조9000억 원, 이지스 구축함, 경항공모함으로 변경된 대형수송함, 핵잠수함 추진이 유력한 신형잠수함 등 함정무기체계 양산 및 구매 사업에 약 2조5000억 원, F-35A, 공격용 상륙기동헬기, 대형공격헬기 등 항공무기체계 양산 및 구매 사업에 약 3조6000억 원이 편성돼 있다. 대부분 북한의 핵·WMD 대응 전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기존 한국형 3축 체계 구축과 핵잠수함, 항공모함 도입 등에 배정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무기도입 맨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경항공모함(해군),  F-35A(공군), 이지스구축함(해군),  글로벌호크(미해군)
▲ 무기도입 맨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경항공모함(해군), F-35A(공군), 이지스구축함(해군), 글로벌호크(미해군)
ⓒ 국방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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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예산 그리고 한반도 평화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국방 투자를 더욱 늘려 국방예산을 52조9000억 원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는 첨단 무기체계 확대와 전투역량 강화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남북 간의 신뢰 회복을 통한 군사적 긴장 완화와 단계적 군축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대규모 전력 증강과 군비 확장은 군사적 긴장 완화, 단계적 군축 등 남북정상간 합의 사항에 전면으로 배치되는 조치며, 남북간 신뢰 회복과 한반도 평화 구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는 걸 대통령 본인이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을 터인데 매우 의아하다.

지난 4월 부활절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로 텅 빈 바티칸 광장에서 "전쟁은 더 이상 안됩니다. 무기 생산과 거래를 중단해야 합니다. 지금은 총이 아니라 빵이 필요한 시기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밝힌 바 있다. 

정부와 국회는 현재 우리 국민들이 당면한 삶의 위협이 무엇인지 직시해야 한다. 국가의 경기는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국민의 생계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인해 전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심각한 재난 상황이다. 국회는 정부에서 제출한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지금 당장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불요불급의 무기체계 도입 예산을 과감히 삭감하고 이를 지금 당장 필요하고 아주 시급한 민생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택연씨는 국제정치학 박사로 진보당 정책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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