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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 거래되는 새로운 고용 형태인 플랫폼노동은 스마트폰의 대중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업무의 증가와 맞물려 한국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노동으로 부상하고 있다. 플랫폼노동자의 노동권을 비롯해 제도적 안전망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놀라웠던 점은 이 많은 논의 속에서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여성노동자의 경험을 듣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기존 업계가 이미 남성중심적이고 일의 특성상 웹기반 플랫폼을 주로 이용하면서 노동의 수요자를 직접 대면하는 경우가 적거나 거의 없는 영역일수록 여성의 노동경험이 조명된 경우를 찾기가 더욱 어려웠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알기에, 우리는 직종의 성별 분리 정도가 높고 다양한 계약형태와 고용관계가 수직적으로 얽혀있는 IT·웹디자인 업종의 여성노동자를 만나 그들이 플랫폼을 통해 어떤 일의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플랫폼 속 여성노동자의 일 경험: 초저단가, 무급노동, 계약파기
 
플랫폼 노동 속 여성을 말하다
 플랫폼 노동 속 여성을 말하다
ⓒ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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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라는 재난이 국내를 강타했던 지난 상반기, 민우회는 <제도공백制度空白: 플랫폼노동 속 여성을 말하다> 인터뷰를 통해 15명의 여성노동자들을 만났다. 여러 결을 넘나드는 그들의 이야기는 여성노동자의 노동경로 속에서 플랫폼노동이 등장하게 되는 배경에 성차별적으로 구성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개발자인 남성 팀원이 디자이너인 여성 팀장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한 인터뷰이의 사례처럼 공고한 유리천장과 남성중심적 조직문화, 직장 내 성희롱은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안정된 일자리에서 밀려나거나 탈출하게 되는 이유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은 여성노동자들이 일거리에 접근할 수 있는 유효한 경로가 됐다. 일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말이 노동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히도 플랫폼노동을 경험해 본 여성노동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입을 모았다.
 
웃긴 건 같은 일도 원래 제가 아는 시세보다 플랫폼이 더 싸요. 시세라는 게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데, 플랫폼은 그것보다 더 싸게 받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보면서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싸게 받을까 생각해요. 서로 제 살 깎아 먹기라는 생각도 들어요.
황전문(가명) _국어·작문과외
 
노동에 대한 최저단가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플랫폼의 정책은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가격을 최대한 낮추어 제시해야 일감을 받을 수 있다는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왔다. 노동자들이 최저의 단가를 내도록 경쟁시키는 플랫폼의 메커니즘은 단가를 '아예 바닥부터' 새로 세팅하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 기존 업계에서 형성된 기준단가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초저단가에, 심지어 건당 20%에 육박하는 수수료까지 지불하고 나면 '일할수록 적자'라는 인터뷰이의 한숨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거래 당사자들로 하여금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계약에 따른 책임이나 권리를 고지하는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나타나는 폐해도 적지 않았다. 플랫폼이 비용이 발생하는 노동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니 수요자들이 당당하게 '무급노동'을 요구하는 경우는 빈번하고 심지어 작업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래가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상황도 있었다.
 
시범수업은 학생이 요청하면 해주는 건데요 문제는 시범수업만 듣고 안 하겠다는 분들도 꽤 돼요. 그것도 스터디룸이나 카페에서 하게 되잖아요. 거기까지 가는 교통비, 커피값, 대관료도 저한테 내달라고 하더라고요. 진짜 수업이면 자기가 내겠다. '이건 시범수업이니까 선생님이 내셔야 하지 않나요?'
임열심(가명) _영어과외
 
플랫폼에서 계약하고 저는 작업을 다 했는데 그쪽에서 마음에 안 든다고 중단을 했어요. 플랫폼은 자기네들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대요. 플랫폼이 판을 크게 벌려놓고 정작 여기서 노동력 제공하는 사람들은 보호도 안 해주고 그냥 수수료를 받기 위해 도구로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박고수(가명) _시각·브랜딩 디자인
 
플랫폼노동 제도공백(制度空白), 이대로 괜찮습니까?

플랫폼은 노동자에게는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벌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면서도 수요를 발생시키기 위해 최소단가를 터무니없이 낮게 설정하고 결국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입을 두고 노동자들끼리 경쟁하게끔 만든다. 노동자를 '고수', '전문가'로 호칭하며 그 노동에 기대어 수익을 올리면서도 정작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노동자가 입은 손해는 최선을 다해 외면하고 그 어떤 책임도 지려하지 않는 기만적인 상황도 일상적이다. 노동자들에게 플랫폼에 책임을 물릴 수단이 부재한 지금, 날로 팽창하는 플랫폼산업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플랫폼노동이 확대될수록 기존 노동시장에서 평가 절하되어 있던 여성집중직종을 선두로 여성노동자들이 수행해왔던 노동이 점점 주변화·외주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부디 틀리기를 바라마지않지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최악을 보여주는 자본의 '비용절감' 속성을 우리 모두가 알지 않은가.

사람이 자본의 입맛에 맞춰 발전하는 기술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존엄한 존재로 살고, 일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는 그 답을 모르는 채로 각자가 선 그 자리에서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 분 단위로 돌아가는 바쁜 일상을 쪼개어 기꺼이 자신의 노동경험을 나눠준 15명의 여성노동자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더 많은 여성노동자가 자신의 경험을 말할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사회가 그 이야기를 듣고 반응할 준비가 되어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이 앞선 질문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이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한국여성민우회 소식지 <함께가는여성> 230호에 중복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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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회는 1987년 태어나 세상의 색깔들이 다채롭다는 것, 사람들의 생각들이 다양하다는 것, 그 사실이 만들어내는 두근두근한 가능성을 안고, 차별 없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향해 걸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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