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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시청 전경
 강릉시청 전경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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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은 나라와 회사에서 급여를 일정 부분 보조해주는 유급과 급여를 일절 받지 않는 무급으로 나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 돌봄이 더 필요한데도 가계 부담 때문에 무급 육아휴직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무급 육아휴직 기간에는 소득이 없으니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나라가 생활에 필요한 경비를 대주는 그 기초생활수급 말입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냐고요? 이 거짓말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바로 강원도 강릉시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심지어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된 사람은 다름 아닌 강릉시 현직 공무원이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현직 공무원

사건의 시작은 2년 전인 2018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강릉시청 소속 9급 공무원 A씨(남)는 배우자와 자녀 2명으로 구성된 가구의 세대주였습니다. A씨는 2018년 8월 1일부터 2020년 5월 30일까지 1년 10개월간 무급 육아휴직을 합니다. 그런데 A씨는 휴직 두달 전인 2018년 6월 강릉시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합니다. 무급 육아휴직을 할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놀라운 점은 강릉시가 A씨의 수급 신청을 받아들였다는 겁니다. A씨는 무급 휴직이 시작된 2018년 8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가 돼 매월 생계급여 110여만원을 비롯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을 받았습니다. A씨가 2년간 챙긴 생계급여만 2400만 원이 넘습니다. 올해 5월에 무급 휴직이 끝나자 A씨는 2차 유급 육아휴직에 들어갔고 다달이 육아수당 125만원도 받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관계자들은 A씨가 관계법령을 잘 아는 공무원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기초생활수급자 제도는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자격 심사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엄격합니다. 특히 소득이 낮다고 수급자가 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강릉시 공무원 A씨는 무급 육아휴직에 들어간 그 달부터 수급자로 선정돼 각종 혜택을 받았습니다. 공무원이 아닌 일반 시민이었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몇 가지 쟁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쟁점 1] 무급 육아휴직만으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다?

우선 강릉시는 A씨에 대해 근로소득이 0원인 점을 수급 근거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복지부는 "상시근로자(공무원 포함)가 자의적인 선택으로 일시적 소득중단(육아휴직) 한 상태를 근로소득 중단(실직, 퇴사, 강제무급휴직 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즉, 육아휴직으로 무급이라 해도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기초생활수급제도는 수급자가 자신의 생활의 유지·향상을 위해 근로능력 등을 활용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공무원 신분인 A씨처럼 스스로의 선택으로 휴직을 할 경우에는 그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합니다.

[쟁점 2] 무급 첫 달부터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또 강릉시가 A씨의 소득인정액을 무급휴직이 시작된 월을 기준으로 '0'원을 산정한 것 역시 잘못됐다고 판단했습니다. 근로자가 자의적 휴직을 했을 때는 무급이더라도 의료보험 등을 근거로 소득인정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소득인정액은 수급자 가구의 실제 월 소득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금액입니다.

이에 대해 강릉시는 복지부의 급여 산정 기준이 애매해서라고 항변했습니다.

복지부 지침 '소득산정기준'에는 '근로 및 사업운영 등 상태가 변경(신규취업, 이직, 실직, 퇴직, 휴직, 복직 등) 경우 변경이 발생된 월부터 변경된 상태를 반영하여 소득에 산정해야 한다'고 돼있습니다. 따라서 A씨의 무급휴직 시작부터 월 급여 '0'으로 봐야 한다는 게 강릉시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휴직'은 갑작스런 근로능력의 상실이나 감소로 인한 불가피한 것으로 A씨처럼 육아휴직 등 자의적으로 선택한 경우는 제외해야 합니다. 만약 A씨 같은 경우를 허용한다면 무급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다는 거니까요.

이런 지적에도 여전히 강릉시는 2018년 수급자 판단 당시에 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유권해석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자활근로 회피에도 2년간 수급 유지

그런데 기초수급자라고 해서 영구적으로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수급자는 근로능력 검증을 거쳐 '일반 수급자'와 '조건부 수급자'로 나뉩니다. 근로능력이 있을 때는 '조건부 수급자'가 돼 자치단체가 연결해주는 자활센터 등에서 일을 해야만 수급 자격이 유지됩니다. A씨는 어땠을까요?

2018년 당시 강릉시는 A씨 부부를 '조건부 수급자'로 분류했습니다. 근로능력이 있다고 본거죠. 하지만 남편 A씨는 '양육 간병'을 이유로 '조건부과유예'로, 배우자 B씨는 조건부 수급자로 차등을 뒀습니다. 조건부과유예는 근로의무를 유예하는 것으로 1년에 3개월까지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강릉시는 배우자 B씨가 자활근로를 거부하자, 수급자로 지정된 지 10일 만에 조건 불이행으로 생계급여를 중지합니다. 하지만 A씨는 1년에 3개월까지 할 수 있는 조건부과유예가 무려 2년간 유지됩니다. 

강릉시는 수급자 관리규정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강릉시가 근로를 하지 않는 배우자 B씨가 양육간병을 하고, A씨는 조건부수급자나 복직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수급자 관리규정에 따라 자치단체가 요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A씨와 그의 부인 B씨 모두 양육 간병을 이유로 근로를 하지 않은 채 생계급여를 받는 건 수급자 제도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관계자는 "현 상황으로 보면 A씨는 빈곤층이 아니라 근로 회피형으로 기초수급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결국 A씨 가족은 조건부 기초수급자이면서 자활근로를 모두 회피한 채 2년간 자격이 그대로 유지된 것인데, 일반 시민이 이런 경우라면 당장 수급 자격이 박탈됐을 것이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급여 환수엔 '침묵'... 강릉, 원주, 동해시는 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도 다름 아닌 A씨가 이사를 간 원주시와 벌인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원주시는 올 6월에서야 공무원 신분으로 장기간 휴직 중인 A씨가 수급자인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생계급여를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A씨는 원주시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심지어 경찰에 수사까지 의뢰했습니다.  

결국 원주시는 지난 7월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A씨가 기초 수급자격이 없다'는 회신을 받습니다. 

그런데 두 달이 넘도록 관련 지자체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같은 공무원 감싸기' 혹은 '잘못된 행정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A씨가 이사를 다니며 기초수급 급여를 받은 지자체는 강릉시, 동해시, 원주시 등 세 곳에 달합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오마이뉴스>에 "두 달 전 강릉시에 이 문제가 알려졌지만 쉬쉬 하는 분위기였다"면서 "그때도 직원들이 규정을 살펴봤는데, A씨가 기초수급자로 선정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판단했다. 또 이후에도 몇 번이나 걸러질 기회가 있었는데 되지 않은 게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3개 시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왜냐하면 자치단체는 관할 지역에 기초수급자가 전입해오면 재조사를 통해 자격유지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동해시와 원주시 모두 전입 과정에서 A씨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최근 A씨 문제가 알려지자 강릉시는 감사실을 통해 관련 부서 직원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강릉시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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