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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에서
▲ 김성묵씨 혼자 청와대 앞에서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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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지켜보기가 불안하죠. 지금 최악의 조건에서 단식장을 몇군데 다녀봤지만 이런 단식장은 처음봅니다. 비오면 다 맞아야 하고 새벽에는 서리가 내리고, 특히 이곳은 해가 떨어짐과 동시에 다른 지역보다 춥고 이슬이 빨리 내려요."

7일 청와대 앞 분수대, 세월호 마지막 생존자 김성묵씨가 29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그 옆에는 함께 하는 시민들이 밤샘을 하며 곁을 지키고 있다. 그중 전한권씨는 걱정이 많다.

"시민의 힘이 아니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특히 구미에서 온 정진석씨, 제주에서 올라온 황용운씨와 같은 경우는 모든 시간을 할애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김성묵씨 옆에서 24시간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김성묵씨의 요구사항은 간단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세월호 사건의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직접 동참하라는 것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3년 7개월 지나는 동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아래 사참위)나 국회로 미뤄 온 세월호 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이다.

"문 대통령, 약속 이행해야"
 
시민 전한권
▲ 함께  시민 전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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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야당시절부터 304명 별님들 앞에서 눈물로서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진상규명 관련자 처벌, 안전사회. 그 약속을 이행하라는 거죠. 그것은 큰 게 아니거든요. 박근혜 탄핵과 적폐청산을 요구했던 촛불이 있었기에 대통령이 된 거잖아요. 그런데 언제까지 세월호를 미안하고 고마운 존재로만 말씀하실 건지 이해가 안 돼요."

"29일째 들어서면서 성묵이가 체력이 부쩍 떨어졌습니다. 심지어 어제는 의사가 방문하여 진료했을 때 자는 사이 쇼크가 올 수 있다고 걱정했어요. 그러면서 단식을 언제까지 할 건지 결정하라고. 정신을 잃을 경우에 주변인들이 결정할 수 없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본인 결정을 미리 정리해놔야 한다고. 성묵이는 단호했어요. 단식에 무슨 대비를 하냐고, 끝까지 하겠다고 했어요."

청와대 분수앞은 감시가 철저하다. 낮에 누울 수도 없고, 천막이나 텐트도 반입이 안 된다. 찾아오는 시민들이 온기를 보태주고 마음을 같이 하는 것에 가장 큰 힘을 받는다고 한다.
 
아이들이 이어준 삶, 진상규명 하는 게 인생의 목표
▲ 김성묵 세월호 마지막 사진 아이들이 이어준 삶, 진상규명 하는 게 인생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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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성묵이를 처음 만난 건 참사가 난 해, 2014년이었어요. 유가족 부모님 곁에 있을 때 보면 뒤에 서 있곤 했었죠. 생존자인지 몰랐어요. 그러다가 아이들을 구하다가 물쌀에 떠밀려온 생존자란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들보다 더 말 시키기가 힘들었죠. 무슨 말을 하면 상처입지 않을까. 혹시 어떤 말이 참사 당일에 대해 잊고 있던 것이 떠오르게 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웠죠. 그 누구보다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겠구나. 현장에 있었기에 환청이 들릴 거고 눈을 떠도 감아도 그 상황이 보일 텐데 하루하루 어떻게 보낼까 그런 생각해요."

특조위, 선체조사위 그리고 사참위 등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기구는 지속되어왔다. 하지만 수사권·기소권이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123정 경장 김경일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심지어 해경 수뇌부들은 승진되거나 명예퇴직했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봤잖아요. 우리가 뽑은 정권 3년 7개월 동안 아무런 처벌이 없었는데 앞으로 지속하는 사참위를 믿을 수 있겠냐는 거죠. 가장 중요한 공소시효 7년짜리 범죄들은 이제 5개월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간들이 가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인권변호사 출신이지 않습니까?"

전한권씨는 가장 무서운 게 문재인 정권이기에 믿고 있는 민심이라고 한다. 설마 대통령이 이걸 외면하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많은 국민들이 안도했고 참사 7년 가까지 되는 긴 시간 세월호를 내려놓은 것은 아닌지.

"성묵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단식 그만하라는 겁니다. 그건 본질을 걱정해주는 말이 아니거든요. 성묵이 옆에서 같은 소신으로 함께 하는 것이 김성묵을 살리는 길입니다."

전한권씨는 세월호 사건은 전 국민의 일이라며 함께 목소리를 내주기를 호소했다. 2014년 4월 16일 우리 국민 모두 탄식을 내며 울었던 그 마음으로. 그게 304명에 대한 산 자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태그:#세월호, #김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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