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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 공유사업
 전동킥보드 공유사업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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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로구에 사는 시각장애 1급 성철기(64세)씨는 매주 평일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와 함께 교대역에서 약 500여미터를 걷는다. 성씨가 안마사 자격증 취득 목적으로 대한안마사협회 수업을 듣고 있어서다.

성씨는 요 근래 활동지원사와 함께 보행을 하다가 깜짝 놀라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바로 조용히 그의 옆을 휙하고 지나가는 전동킥보드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인 성씨 뒤로 갑자기 전동킥보드가 지나가면 머리 끝이 쭈뼛 설 정도로 놀란다고 한다. 

한번은 킥보드가 그의 어깨 옆, 바로 가까이서 지나간 적도 있다. 성씨는 늘 이런 위험 속에 빠져 있으니 불안하다고 호소한다. 앞으로 전동킥보드가 더욱더 대중화 될 것이라는 뉴스를 들으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필자도 성씨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지난 주말, 지인을 만나기 위해 선릉역 4번 출구를 빠져 나와 흰지팡이를 짚고 뚜벅뚜벅 앞으로 걷고 있었다. 그때 전동킥보드 두세 대 정도가 '휙, 휙, 휙' 하며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놀란 마음에 지팡이가 부러지지는 않았는지 더듬더듬 확인했다. 긴 지팡이가 킥보드와 부딪혀 부러지면 시각장애인은 혼자 오고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매번 활동지원사와 함께 다니면 걱정이 없을 텐데, 현행법이 제한하는 부족한 활동지원시간으로는 이러한 위험 때문에 외출을 자유로이 할 수 없게 된다. 전동킥보드가 인도 위를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은 사고를 무릅쓰고 외출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 놓인 것이다.

도로교통법 49조에 따르면, 흰 지팡이를 들고 있거나 장애인 보조견과 동반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보면 그 주변을 지나가는 자동차는 서행하거나 일시정지해야 한다. 시각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자동차 관련 법률처럼 전동킥보드와 관련해서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구체적인 교통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전동킥보드의 대중화와 함께 시각장애인의 보행권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도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증 시각장애인들은 보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요즘 전동킥보드 수가 나날이 늘어나면서 중증 시각장애인의 도심 단독보행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활동지원시간이 타 장애유형에 비해 크게 부족한 문제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동킥보드도 자전거 거치대처럼 일정한 곳에 주차할 수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거치대가 없어 무분별하게 주차된 킥보드는 심지어 시각장애인의 점자블록까지 침범하기도 한다. 걷다가 전동킥보드에 발목이 걸려 넘어지는 시각장애인의 사례도 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방해하지 않는 곳에 전동킥보드를 주차하도록 하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태그:#전동킥보드, #시각장애인, #도로교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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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채있는 삶을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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