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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된 26일 오후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63명의 입교식이 열린 가운데 입교생들이 입교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된 10월 26일 오후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63명의 입교식이 열린 가운데 입교생들이 입교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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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6일 드디어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 훈련소에 입소하면서 역사적인 대체복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헌법재판소의 2018년 6월 결정에 따라 2019년 12월 국회가 관련 법을 만들었고, 법에 따라 2020년 6월 대체역 심사위원회가 구성되어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조사와 심사를 시작한 지 약 4개월 만의 일이다.

양심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재판 과정

병역거부의 권리가 헌법과 법률로 보장되고 있지만 병역거부자들의 재판을 보면 그 변화가 무색해지는 순간이 많다. 특히 검사들의 피고인 신문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양심의 진정성을 판별한다는 명목으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FPS 게임(1인칭 총싸움 게임) 플레이 내역 조회는 기본이고, 종교 신앙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종교 생활을 충실히 하는지 알아보겠다며 예배 참석 사실 확인을 위해 핸드폰 GPS 기록을 제출하라고 한다든지, 폭력적인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여부를 알아야겠다며 영화표 예매 내역이나 다운로드 내역을 인터넷 예매 업체나 웹하드 업체 등에 병역거부자의 사용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예배 참석 여부가 양심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방식 자체가 지나치게 인권 침해적인 문제도 크다.

일부 검사들이 병역거부자들에게 신문하는 내용도 굉장히 저열하거나 모욕적이다. 20년 전 재판정에서 판검사들이 자주 하는 질문은 "강도가 쳐들어와서 네 여동생을 강간하려 하고 마침 네 옆에는 총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가장한 공격이었다. 이제 이런 질문을 하는 이는 없지만 외향만 조금 달라졌을 뿐 본질은 그대로인 질문을 던진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었다면 너는 총을 들었을 거냐?"는 질문도 본질적으로는 다양한 사유와 선택의 가능성을 삭제한 채 두 가지의 대답만을 강요해 어떤 대답을 하든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흠집내기 위한 공격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에 참석한 경험과 고민이 병역거부로 이어진 병역거부자에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이 존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 일본군이 지인을 위안부로 끌고 가려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은 병역거부자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을 넘어서 일부러 모욕을 주기 위한 질문으로 굉장히 악의적이다. 이러한 질문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달려도 문제인데, 재판정에서 검사가 피고인 신문하는 데 나온 질문이라는 것이 참담하다.

검사들이 양심의 존재 유무를 판단하는 것을 넘어서 양심의 내용을 문제 삼고 가르치려 드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은 그 대상이나 내용 또는 동기에 의하여 판단될 수 없으며, 특히 양심상의 결정이 이성적·합리적인가, 타당한가 또는 법질서나 사회규범·도덕률과 일치하는가 하는 관점은 양심의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헌재 2004. 8. 26. 2002헌가1; 헌재 2004. 10. 28. 2004헌바61 등; 헌재 2011. 8. 30. 2008헌가22 등)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검사들은 군사력이 있어야만 안보가 지켜진다는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신문 과정에서 병역거부자의 평화주의에 대한 논리적 비판을 한다. 병역거부자의 평화주의 또한 토론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평화활동가들은 제발 평화주의가 토론의 주제가 되기를 바라지만, 그건 법정이 아니라 공론장에서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검사는 법과 절차에 따라 병역거부자가 진정으로 평화주의 양심이 있는지만 가려야 하지, 평화주의의 내용에 대해서 법정에서 논하는 것은 특히 피고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듯 질문하는 것은 분명한 월권이다.

대체역 심사위원회에서 심사받게 해야
   
위에 열거한 사례들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다. 꽤 많은 병역거부자가 이와 유사한 질문을 법정에서 받고 있다. 차라리 헌법재판소 결정 전, 병역거부가 불법이고 범죄이던 시절의 검사 신문이 더 깔끔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 당시에는 별 질문도 없이 기소 사실만 확인하고 구형을 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달라지고 상급심의 판결이 달라지면 그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부족하면 공부도 해야 하는데 일부 검사들은 아직도 20년 전 병역거부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슈가 되던 시절을 살고 있는 듯하다. 검사들이 과연 헌법의 양심의 자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미 대체역 심사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 중이다. 그리고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권리로서 병역거부자들은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군 복무를 대신해 대체복무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지금 재판 받는 병역거부자들의 재판을 중단하고 대체복무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대체복무제를 신청하는 건 법률이 보장한 병역거부자들의 권리다.

법원이 판단하지 않더라도 대체복무 심사위원회에서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을 들여다볼 수 있다.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조사와 심사, 대체복무제도 전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만든 기관인만큼 타인의 양심을 존중하는 가운데 더 꼼꼼하게 세심하게 대체복무 신청자들의 서류를 검토하고 토론하며 심사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29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토론을 거쳐 결정을 내리는 만큼 오심이 나오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법원보다 낮다고 볼 수 있다. 

병역거부자들 입장에서도 재판정에서보다 심사위원회에서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차분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재판을 중단할 수 없다면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를 신청하게 하고, 심사위원회의 결정이 나면 그 결과를 인용하면 된다. 지금처럼 양심을 들여다볼 능력이 안 되는 상황에서 양심을 판단하겠다며 오히려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병역거부자 재판에서 검사가 준비한 서면 질문지
 병역거부자 재판에서 검사가 준비한 서면 질문지
ⓒ 변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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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판받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검사의 질문이 피고인 개인을 향하기보다는 병역거부자를 향한다고 생각해서 질문에 대한 답을 써봤다. 7번부터 13번까지는 5일 진행된 재판에서 검사가 피고인 신문을 위해 준비한 질문이다. 단, 재판에서는 변호사의 문제 제기로 저 질문을 그대로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번외 질문들은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병역거부자들에게 검사가 한 질문 가운데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 대답은 철저하게 내 개인의 생각임을 밝혀둔다. 병역거부자마다 양심의 결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질문을 가장한 폭력의 얼굴은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지만, 평화의 얼굴은 매우 다채로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7. 피고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이 존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한국군 '위안부'가 존재하게 된 이유와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8. 군사력에 불균형이 발생하여 일본군 위안부 피해가 발생한 것 아닌가요.
"네 아닙니다. 군사력이 강한 군대든, 약한 군대든 다양한 형태의 '위안소'를 운영합니다. 나치 독일도, 독일과 맞서 싸운 연합군도 '위안소'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거나, 점령지의 여성을 강간하거나, 어쨌든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했습니다. 군사력이 약해서 '위안부'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군사력을 국가가 통제하지 않거나 통제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9. 피고인은 일본군이 성 노예를 삼기 위해 피고인의 지인 여성들을 데려갈 경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요.
"우선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평화운동을 열심히 할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 힘이 부족해 전쟁을 막지 못했고, 어느 나라든지 간에 군대가 쳐들어와서 지인을 강제로 끌고 가려 한다면 제 목숨을 걸고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저항할 겁니다."

10. 군대는 누군가를 침략하기 위해 필요한 것뿐만 아니라 그 침략으로부터 나와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닌가요.
"침략과 방어는 때때로 같은 말입니다. 조지 부시는 미국민을 방어하기 위해 이라크를 침략했습니다."

11. 피고인이 주장하는 평화 방법으로 제2의 위안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나요.
"발생하겠죠. 병역거부만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정도로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더 많은 사람들이 병역거부를 하는 사회라면 '위안부' 문제의 정도가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12. 피고인이 언급한 군형법상 동성 간 성행위 처벌조항, 군납비리, 남성 중심적인 문화 등은 시정, 개선이 가능한 것 아닌가요.
"개선 가능합니다. 그런데 왜 개선이 안 될까요?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검사님도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데 관심 가지고 행동해주세요."

13. 고민 결과 군사력 유지 없이 세계의 평화를 실현할 방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두 병역거부를 하면 군사력 없이 세계가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짜는 중인데 자료가 부족합니다. 국방부가 안보상 기밀이라며 모든 정보를 비민주적으로 통제합니다. 검사님께서도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국가 안보에 대한 시민의 감시와 통제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동해주세요."

번외 1. 칼을 든 강도가 집에 침입해서 여동생을 강간하려고 하는데, 당신 옆에 총이 있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한국은 총기 소지가 허용된 국가가 아닙니다."
"검사님은 강도 막자고 집에다 사드 배치할 건가요? 어벤져스 고용할 건가요?"
"강간범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강간문화가 만연한 사회를 만든 책임을 묻겠습니다. 그동안 온갖 강간범들에게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온 법원에 먼저 묻겠습니다. 검사님은 안 그러셨죠? 병역거부자한테 1년 6개월 구형하면서 강간범은 초범이라고 반성한다고 벌금 고작 몇 백 구형한 거 아니죠?"
"그런데 그 강도가 알고 봤더니 30년 전에 잃어버린 또 다른 동생입니다. 검사님은 그럼 강도, 아니 동생, 아니 강도를 총으로 쏘시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고요? 말도 안 되는 질문에서 시작한 질문이니 그렇습니다."

번외 2.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 총을 들고 계엄군과 싸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이 쓴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답하겠습니다.

'아니요, 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어둠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 조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린 쏠 수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아이들이었던 겁니다.' (117쪽)"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용석 시민기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이자 전쟁없는세상 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에 쓴 글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https://brunch.co.kr/@figtree198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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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를 하면서 평화를 알게 되고, 평화주의자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출판노동자를 거쳐 다시 평화운동 단체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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