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인디아나 존스>를 표방하고 나선 <도굴>은 움츠러든 관객들의 극장 나들이를 부추길 수 있을까. 영화는 범죄 오락 액션 장르와 이제훈,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 송영창, 주진모 등 멀티캐스팅을 승부수로 내세워 <타짜>, <범죄와의 전쟁>의 아성에 도전하는 케이퍼 무비다. 파고 또 파서 나올 게 없는 클리셰지만 소재의 신선함과 이제훈의 독보적인 존재감은 크다.

각자의 능력을 내세운 막강 팀플레이로 보물을 훔치는 도굴꾼의 활약을 다뤘다. 흡사 도굴계의 어벤져스다. 흙 맛만 봐도 보물의 존재를 안다는 강동구(이제훈)를 필두로 자칭 인디아나 존스로 불리는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 삽 하나로 못 뚫는 땅이 없는 삽질 달인 삽다리(임원희)가 만나 문화재 도굴에 나선다.

한편, 나라의 보물이란 보물은 이분 손을 거쳐 가지 않은 게 없다는 고미술계의 큰손이 있었으니 바로 유학파 큐레이터 윤 실장(신혜선)이 모시는 진 회장(송영창)이 보물 냄새를 맡았다. 강동구는 단박에 거래를 성사하지 않고 빙빙 돌려 진 회장의 약을 살살 올린다. 또한 사례금으로 받은 돈을 올인하는 무모함을 보이면서 신뢰를 얻어 간다. 강동구의 의도적인 행동은 다음 행동을 위한 계획이었고 달콤한 유혹에 진 회장은 끌린다.

그렇게 서로 같은 배를 타게 된 강동구는 진 회장을 등에 업고 도굴 판을 키우게 된다. 성사된 작업 목표는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선릉이 되시겠다. 누가 도심 한복판에서 도굴이란 범죄를 저지를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궁금증은 극에 달한다. 선릉이 시신도 보물도 없는 빈 무덤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조선판 엑스칼리버라 불리는 '전어도'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 진 회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욕망을 드러내며 애가 타는 심정을 숨김없이 표출한다.

문화재를 훔치는 도굴꾼의 숨은 의도
   
영화는 황영사 금동 불상부터 고구려 고분벽화를 지나 서울 한복판의 선릉까지. 진귀한 문화재를 손에 넣기 위한 전문가들의 범죄 오락극이다. 있을 법한 이야기로 관객을 설득하고 나선다. KBS1 <TV쇼 진품명품>에 나올 법한 문화재들이 발랄하고 코믹하게 소개되고 있다.

이 중심에는 하드캐리 이제훈의 역할이 크다. 두뇌와 체력 모두를 겸비한 도굴 팀의 리더로 분하며 시종일관 입담을 늘어놓는다. 능청스러운 말투와 표정은 재간둥이 호리꾼(도굴꾼)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팀의 리더지만 상하관계보다 수평적인 관계를 꿈꾸는 자유분방함으로 배짱과 재주를 겸비한 매력적인 캐릭터다.

거기에 벽화를 능수능란하게 떼어 올 수 있는 존스 박사와 삽 하나로 모든 땅을 평정하는 삽다리 캐릭터, 고물이 보물 된다고 믿는 고물상 사장(주진모)의 딸이자 IT 전문가 혜리(박세완)까지 가세한 팀플레이가 펼쳐진다.

하지만 기대했던 멤버들 간의 티키타카 호흡보다는 이제훈 혼자 모든 것을 장악하는 형세다. 임원희의 분량은 회장의 수하인 조선족 광철 역을 맡은 이성욱보다 못하다는 게 아쉽기만 하다. 두 여성 캐릭터 분량도 실망스럽다. 큰 활약을 펼칠 거라 예상했던 신혜선은 극의 진행을 위한 보조 인물로만 쓰였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물상 딸 역을 맡은 박세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전형적인 캐릭터에 불과했다. 그나마, 무거운 역할을 주로 맡았던 조우진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덕후인 존스 박사를 맡아 잔망스러운 면모를 펼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도 전설로만 전해지는 보물을 찾는 모험 영화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는 잠시 내려놓아도 좋겠다. <인디아나 존스>나 <내셔널 트레져> 부류의 영화라기보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제목 때문에 혼란을 줄 수 있으나 하이스트 무비 혹은 케이퍼 무비의 장르적 컨셉은 충실히 따르고 있다.

케이퍼 무비란 범죄 영화의 하위 장르로써 무엇을 훔치는 행위를 자세히 보여주는 영화를 말한다. 그 때문에 도굴 과정을 상세히 만나볼 수 있으며 흡사 역사 수업을 듣는 듯 정보까지 습득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도굴을 소재로 했다. 특히 우리 문화재임에도 외국에 있는 안타까운 이유를 일깨워 주는 교훈적인 설정, 거기에 권선징악 메시지도 더한다. 일본 강점기에 공공연하게 진행된 문화재 밀반출의 역사적 의미 또한 후반부의 통쾌함을 더하는 양념으로 작용한다. 땅 위를 걷고 살아 땅 밑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던 것처럼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려는 도전 의식이 영화의 장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