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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소득불평등과 부의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지금, 11월 9일을 경제민주화의 날로 선포하고 관련 정책을 적극 도입하자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노동계와 중소상공인,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차례로 싣습니다. [편집자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10월 15일 자로 발간한 월간 <재정포럼>에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실렸다. 원하청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것인데, 원청 대기업과 그 하청을 받는 중소기업, 그리고 하청을 받지 않는 중소기업을 비교한 결과, 원청의 영업이익이 늘어날 때 하청기업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외형상 원청의 발주물량이 증가하며 하청업체의 매출액과 자산 규모는 커졌지만, 단가 후려치기 등을 통해 원청이 하청으로 비용을 떠넘기면서 자신의 수익성을 더 높인다는 사실을 데이터를 근거로 밝혀낸 것이다("대기업-중소기업 간 하도급 관계를 고려한 중소기업의 성과 실증분석 및 정책적 함의", <재정포럼> 2020년 10월호). 대표적 불공정 거래인 납품단가 후려치기의 실상이다.

기술 빼가기도 마찬가지다. 피와 땀으로 일군 고유의 기술을 '갑'의 위치에서 압력과 위력을 행사하며 도면과 시방서 등을 요구하고 당장 내일이 급한 '을'의 위치에 있는 작은 기업들은 이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일감 몰아주기는 또 어떠한가? 원청의 지배, 소유집단이 이러저러한 형태의 회사들을 차려놓고 자신들의 일감을 몰아준다. 돈이 돈을 벌어 들이며 고스란히 재벌 일족의 곳간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정당한 경쟁도 없고 공정한 질서도 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일에만 눈이 혈안이 되어 있다.

사실 새롭지 않은 이야기
 
인권위 규탄하는 유성기업 노동자들 '국가인권위의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정신건강실태조사 늦장 결정 규탄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앞에서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유성범대위 주최로 열렸다.
▲ 인권위 규탄하는 유성기업 노동자들 지난 2019년 "국가인권위의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정신건강실태조사 늦장 결정 규탄 기자회견"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앞에서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유성범대위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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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의 연구결과가 그다지 새롭지는 않다. 원청 대기업에 납품하는 부품사의 노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미 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원청이 자신들의 임금뿐만 아니라, 노사관계까지를 포함한 노동조건도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가령 현대차에 부품을 공급하던 1차 벤더 기업들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가 진두지휘한 노조파괴 공작에 휘말려 10년 가까이 살인적 탄압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다.

그 가운데서도 단적인 사례로 현대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유성기업의 경우, 당초 2010~2011년에 이 회사 노동자들이 요구한 것은 "밤에는 잠 좀 자자!"며 야간노동을 근절하고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현대차 본사가 '부품사에서 이를 먼저 시행하면 향후 완성차 노사교섭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개입해 무려 10년에 걸친 노조파괴를 자행했다. 최근 '3대 세습'을 이룩한 신임 회장 정의선이 현대차 부회장으로 있던 때였다. '정의선은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재벌 3세'라는 칭송 속에서, 부품사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내몰았던 이 야만적 범죄는 은폐되고 있다. (노조 파괴 개입 혐의로 기소된 현대차 임직원 4명은 2019년 1심 판결에서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 편집자 말)

재벌이 손을 뻗치는 곳은 비단 하청기업에 한정되지도 않는다. 총수일가 경영세습에 쌈짓돈처럼 쓰이는 게 계열사 공금이다. 한국의 재벌 총수일가가 쥐고 있는 지분은 한 자릿수를 겨우 유지하는 수준인데, 이조차 '법대로' 상속‧증여하면 세금을 물게 되니 온갖 우회적 편법을 쓰게 된다. 여기 동원되는 게 '일감 몰아주기'와 회삿돈이다.

가령, 경영권을 승계할 후계자가 먼저 특정 계열사 지분 다수를 값싸게 취득하면, 그룹 차원에서 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그 회사의 이익을 늘려 후계자의 지분 가치를 크게 높여준다. 그 후 이 후계자는 가격이 크게 오른 자신의 주식을 처분해 그 실탄으로 그룹 핵심 계열사 지분을 취득하거나, 아예 자신이 지배하는 그 회사와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를 합병시킴으로써 철저히 회삿돈으로 경영권을 획득한다. 현대차그룹 정의선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 삼성그룹 이재용이 장악한 삼성물산이 이런 과정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거나 예비하고 있는 사례다.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1천조 원 시대, 코로나로 모든 사람이 힘겨워하는 듯 보이지만 그 와중에 거대한 공금을 사용해서라도 이익을 남기는 자들이 있다. 가뜩이나 불안정 일자리만 늘어나던 가운데 코로나 이후 이조차 구하기 어려워졌고, 고용위기에 대해 '최저임금이 높기 때문'이라고 탓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여기저기서 들려오지만, 돈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다. 가령 30대 재벌 사내유보금의 1/10만으로 모든 노동자의 최저임금 1만 원이 가능하다. 재벌 총수일가 경영세습에 쓸 돈은 있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돈은 없단 말인가?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과세)를 통한 노동자기금 설치, 그리고 이 노동자기금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보장을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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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민주노총 선전홍보실장 겸 대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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