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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누리 대표이자 한국생태마을공동체네트워크 공동대표인 최철호 님이 강의를 이끌었다.
 밝은누리 대표이자 한국생태마을공동체네트워크 공동대표인 최철호 님이 강의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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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와 밝은누리가 공동기획한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 두 번째 강좌가 열렸다. '지구공동체와 마을공동체를 잇는다'라는 주제로, 밝은누리 대표이자 한국생태마을공동체네트워크 공동대표인 최철호씨가 강의를 이끌었다. 이날 강의는 기후변화를 낳은 기존 문명에서 돌이켜 새로운 문명과 삶을 전망하고, 지속 가능한 삶의 기반으로서 마을공동체를 살펴보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마을 없는 지구공동체는 공허하다

기후위기는 지구공동체적 문제이고 큰 주제이다. 우리는 기후위기 위협과 생태계 문제를 간접적으로 접한다. 녹아내리는 빙하와 북극곰, 배 속에 플라스틱이 가득한 고래를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보듯 말이다. 미세먼지와 미세플라스틱이 일상 가까이 다가오자 위협을 자각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기후문제는 일부 환경운동가나 전문가들의 관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삶이란 우리에게 무엇을 뜻할까? 문명을 성찰하고 생태계를 회복한다는 것의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최철호 대표는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은 생활양식에 있으며, 마을이라는 삶의 관계망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지구공동체를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요? 삶의 실제적인 존속이라는 측면에서 형성되는 나와 지구공동체의 관계는 마을이 없으면 공허한 이야기가 됩니다. 마을은 한 생명이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기본 관계망입니다.

20세기까지 인류를 지배한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마을을 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은 문명, 생활양식의 문제입니다. 반생명 질서의 문명이 생명을 지속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늘, 땅, 사람이 순환하는 생태계가 파괴됐고, 이것이 기후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최 대표는 가정의 위기나 생태계 문제는 사람들이 비교적 관심을 갖지만, 여전히 주목되지 않는 것이 '마을'이라고 했다. 두 주제는 마을을 회복하면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말이다. 

"가정의 붕괴는 개인의 성품, 기질, 건강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느닷없이 결혼, 육아 문제가 찾아올 때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치매 노인이나 장애가 있는 가정은 더 큰 어려움을 겪지요. 국가와 자본이 만들어낸 틀을 따라가는 것 외에 뚜렷한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는 가정들이 있으면 다릅니다. 가정의 위기는 마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풀 수 있습니다. 

생명 존엄이 깨진 생태계 문제를 다루는 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흙에서 단절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잃어버리면 사람은 근본적으로 불안에 빠집니다. 하늘, 땅, 사람이 순환하며 살아야 한다는 자각은 흙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정신적 위기는 몸과 마음의 괴리에서 일어납니다. 생태적 삶을 배우고 작은 실천들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은 결국 땅을 토대한 마을에서입니다."


생명순환이 단절될 반생명 문명의 귀결들

생태계가 유린되고, 마을이 해체되고, 가정이 붕괴될 때 최철호 대표가 주목했던 것은 농촌과 도시가 과도하게 단절되는 현상이었다. 도시는 쓰레기를 구조적으로 양산하는 지속 불가능한 문명이고, 농촌은 이런 도시에 의해 착취되며 존속되고 있다. 최 대표는 우리에게 농을 중심으로 농촌과 도시의 삶을 재구성하는 전망이 필요하다고 했다.

"생명순환이 단절될 때 나타나는 현상은 농을 폄하하는 것입니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경험한 무역협정 가운데 한 번도 유리했던 적이 없는 업종이 있습니다. 농업입니다. 농은 농사뿐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 키우는 모든 것을 말합니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자식농사'라고도 하지요.

생명이 단절된 문명은 농, 육아, 살림을 폄하하는 방향으로 갑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생명살림의 주체가 되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거부하게 됩니다. 청년들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 자체가 이런 힘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반생명 문명은 먹거리 등 우리 삶의 밀접한 부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도한 육식문화는 소, 돼지, 닭을 자연의 섭리대로 기르지 못하게 한다. 생명답게 대우받지 못한 동물들은 인간을 향한 분노와 화를 품고 죽어간다. 그 분노와 화의 기운은 결국 먹거리를 통해 인간의 몸으로 들어온다. 서로 다양하게 연결되며 교감하는 생명들은 폭력적이고 단절된 문명 속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큰 고통을 겪는 것이다. 최 대표는 기후위기 극복과 온전한 생명평화를 꿈꾼다면, 내 삶의 일상에서 평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기후위기나 환경운동을 실천한다고 할 때 중요한 것은 내 몸이 변하는 것입니다. 내 몸이 맺고 있는 관계에서 생태적 삶을 회복해야 합니다. 지구 곳곳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동선에서 변화를 만들 때 지구공동체 전체가 변화될 수 있는 것이지요. 흙과 땅에 터하지 않은 관념 속 전환은 체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몸에 기반한 실천에서 진정한 의미의 국가적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생각은 지구적으로, 실천은 일상의 동선에서 
 
최철호 님은 기후위기 극복과 온전한 생명평화를 꿈꾼다면, 내 삶의 일상에서 평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최철호 님은 기후위기 극복과 온전한 생명평화를 꿈꾼다면, 내 삶의 일상에서 평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 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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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대표는 마을 없는 운동이 가질 수 있는 위험으로 '공허'와 '체념'을 꼽았다. 거시적 담론을 다루는 운동일수록 내 삶에서 괴리가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공허함에 빠질 수 있다. 다른 한편 아무리 노력해도 지구적으로는 새로운 문제가 계속 일어나기에 깊은 체념에 빠질 수 있다. 그는 공허함이나 체념에 빠지지 않으려면 생각은 지구적으로 하되, 실천은 몸이 처한 일상의 동선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하는 실천을 어떻게 결과에 상관없이 지속할 수 있을까요? 자기 삶에 터해 무언가를 계속 만들고 있으면 됩니다. 전체가 변하지 않아도, 내가 만들고 있는 그 지점이 나에게는 지구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내 삶에 뚜렷한 진보가 있으면 됩니다. 그것이 내 삶의 실재이고, 함께 사는 사람들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면 됩니다."

최 대표는 강의를 갈무리하며 지속 가능한 삶의 실천을 이룰 수 있는 토대는 결국 마을이라고 강조했다. 생태계와 기후환경 위기가 작동하는 지점은 먹고 자고 입고 노는 생활양식에서 비롯된다. 그는 삶의 일상적인 조건을 바꾸는 것을 한 개인이 하려면 큰 결단력이 필요하지만, 마을공동체라는 삶의 기반이 확보되면 큰 노력 없이도 가능하다고 했다.

"저와 함께 사는 마을 친구 중에는 돈 10원 안 들이고 결혼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마을밥상이 있으니 큰 주방이나 냉장고가 필요 없고, 마을찻집이 있으니 큰 거실도 필요 없지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어떤 큰 결단을 하고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주변에서 그렇게 하니까 자연스럽게 물드는 겁니다. 욕망은 관계의 문제입니다. 배치가 달라지면 욕망이 바뀝니다. 기후위기의 극복도 결국 스스로 서고 다스리는 생명 살림터인 마을에서 이루어집니다. 마을에서 지구공동체가 시작되고, 지구 끝에서 만나는 것도 결국 마을이지요." 

이날 강의에는 청년 환경운동가, 농부, 직장인, 주부 등 다양한 이들이 참여했다. 기후활동가인 한 청년은 "주변에 생태감수성이 많아서 오히려 정신적으로 괴로워하고 싸우기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평화를 회복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최철호 대표는 "특히 청년의 때에 특정 영역에서 문제의식이 형성되기 쉬운데, 자기 질문을 확장하고 통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관계로 빨리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거짓된 레저문화가 아니라 생명의 관계망에서 쉼을 회복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삶의 총체적 영역에 대한 전망을 가지고 생명의 기본 관계망인 마을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는 일관된 답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 세 번째 시간은 11월 5일 '매일 먹는 밥상이 바뀌면 삶의 구조가 바뀐다: 생명순환 먹거리를 통한 기후위기 극복'을 주제로 마을찻집 마주이야기 이선아씨, 밝은누리 인수마을밥상 임재원씨, 하늘땅살이(농생활) 최유리씨의 강의로 이어진다.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 강좌는 11월까지 총 6회에 걸쳐 진행된다.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 강좌는 11월까지 총 6회에 걸쳐 진행된다.
ⓒ 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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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밝은누리 누리집(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마을, #기후위기, #지구공동체, #생명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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