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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순간이었다. 게시물을 올리고 '새로고침'을 할 찰나, 십여 개의 챗이 쏟아졌다.

'제습기 6만 원'. 시세를 미처 알아보지 않고 어려운 시국임을 살펴서 최소한으로 책정한 가격이었다. 집에 다른 건조기가 있어 몇 번 써보지도 않고 거의 장식용으로만 있었던 애물단지였건만. 이렇게 반응이 폭발적일 줄 몰랐다.

급기야 원래 제시한 가격인 6만 원보다 높은 6만5천 원, 8만 원에 까지 사겠다는 사람도 나타났다. 혹시나 해서 지난 거래 품목 시세를 검색해보니 더 오래된 모델도 어제 10만 원에 팔렸고, 비슷한 모델의 시세는 8~12만 원 정도였다. 본전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렇다고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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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내가 중고거래앱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히려 내가 더 바빠졌다. 왜냐고? 거래 의사를 확인한 낯선 남자를 만나는 게 불안한 아내는 집 앞에 나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때는 분명히 여성이 온다고 했는데 역시 같은 생각으로 남편이나 아들을 보내는 일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새댁이라 힘들 것 같다며 깎아주고, 나이 드신 할아버지가 오셔서 무료로 드리고... 실은 제값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36.5도에서 시작한 아내의 매너 온도는 이젠 48도까지 올라갔건만, 어색함과 부끄러움은 여전히 내 몫이다.

'과연 이게 팔릴까.'

의심 반 기대 반으로 올려놓아도 어김없이 어디선가 임자가 나타난다는 지역 거점형 중고 거래앱.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요즘엔 시시각각 올라오는 게시물을 잠깐만 들여다봐도 최근 서민들의 팍팍한 삶과 애환이 그대로 담고 있다. 슬리퍼를 끌고 집 앞으로 나가도 친근하고 똑똑한 이 소비방식은 지난 9월에는 순 방문자만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이미 국민 필수 앱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최근에는 36주 된 아이를 팔겠다거나 동포와 장애인을 팔겠다는 글까지 올라와 큰 충격을 줬다. 또, 여자인 척하며 무리한 착용 샷을 요구하거나 새 상품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불편과 위험이 상존하던 중고거래를 온라인 커뮤니티로 유입한 순기능은 부인할 수 없다.  
아내 심부름 때문에 시작은 했지만, 요즘은 내가 여기 둘러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최근 나에게 소소한 웃음을 전해준 '웃픈' 게시물을 몇 개 소개한다.

"덩치 건장하고 인상 험악한 남성 구인. 옆집이 너무 시끄러워서 말 좀 제대로 해주실 분 구함. 말만 해주시면 만원 드림."

며칠 전에 올라온 실제 구인 글이다. 옆집의 소음에 오죽했으면 이런 글까지 올렸겠냐 싶은데,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결정타는 아빠를 엄마와 아빠가 싸워 아빠를 무료 나눔 한다는 딸의 게시물.  
    
"[무료 나눔] 아빠를 팝니다. 엄마가 아빠랑 싸웠어요. 저는 엄마가 더 좋아요. 아빠를 무료 나눔 합니다. 궁금하신 점 쳇 주시면 답해드리겠습니다. 급처분해요."

그야말로 빵 터졌다. 딸은 정말 힘들어 올렸겠지만, 정말 혼자 보기 아깝다. 오지랖이 발동한 기자가 "아빠를 이해하고 사랑으로 감싸드리면 반드시 엄마와 아빠 사이가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남겼더니, 딸은 "네, 감사합니다. ㅜㅜ"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제는 중고 거래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 예의를 지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 하지 말자. 오죽하면 '당근 거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까?

조금 더 싸게 팔면 어떠리. 나보다 더 잘 써주면 그것처럼 고마운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집이 한결 넓어지고 가벼워진 건 '덤'이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팔아 치워 받은 돈은 다 어딜 갔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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