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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소득불평등과 부의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지금, 11월 9일을 경제민주화의 날로 선포하고 관련 정책을 적극 도입하자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노동계와 중소상공인,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차례로 싣습니다. [편집자말]
 한 공장에서 노동자가 일하는 모습.
 한 공장에서 노동자가 일하는 모습.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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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A씨는 원천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제품을 납품해왔다. 그러던 어느날 원청으로부터 기술자료를 요구받았다. 기술자료를 제공하지 않을 시 양산을 취소한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기술자료를 제공했다. A씨는 이후 그 자료가 다른 업체에 전달돼 제품생산에 이용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이후 원청은 다른 업체의 납품단가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미 납품한 물량의 단가를 인하한다고 통보해왔다.

B씨는 작년도 납품대금을 아직까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일부 받게 된 납품대금은 원래의 20%가 감액된 금액이었다. 최근 B씨는 '새로운 발주물량을 소화하면 미지급 대금을 모두 지급한다'는 말에 작업을 시작했지만 추가물량에 대한 납품대금 역시 언제 지급될지 알 수가 없다.

C씨는 단순 임가공 제조업체를 운영 중이다. 최근 들어 제품수요가 늘면서 발주 물량이 늘었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져 단가를 맞추기 어려워졌다. 결국 기존에 쓰던 기계를 임대하고 다른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임대료 덕분에 간신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경제민주화

사실 '경제민주화'란 말은 모호하다.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국가에 따라 정당에 따라 정권에 따라 내용이 자꾸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게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앞서 살펴본 피해 사례가 상당기간에 걸쳐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 그것을 어느 한 개인의 잘못이나 불운으로 돌리기보다 근본 원인이 따로 있을 것이라 판단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의 여러 내용 중 중소기업 분야와 관련해 주로 언급되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 근절' '전속적 거래구조 완화' '기술탈취 금지' '정당한 대가 지급' 등이다.

중소기업이 제값을 받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을 해소하는 한편 당사자가 정한 바와 달리 제값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제재하며, 자기 것이 아닌 기술을 자기 것인 양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상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

경제민주화, 왜 남 얘기가 아닌가 
 
 이것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것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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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체 기업수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사업장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근무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1/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중소기업의 취약한 경쟁력과 대기업의 우월한 경제적 지위로 인한 불리한 거래조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일부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기술탈취 등의 불공정거래로 피해를 입게되면 순식간에 경쟁력을 상실하고 만다. 위 사례 속 A씨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한 번 경쟁력을 상실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수요독점에 맞서 동등한 지위에서 교섭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대동소이한 수많은 중소기업 중 하나가 되는 순간 가격경쟁 외에 비교우위를 가질 기회는 없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격경쟁을 내세우려다 보면 근무환경은 열악해지고 거래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우수한 인재가 모여들 수 없으니 숙련도를 기대하기 어렵고 품질불량도 빈번해진다. 없는 가운데 짜내고 짜내어 기업을 운영하니 한두 번이라도 대금이 지연되거나 미지급되면 곧바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돈을 받아야 할 채권자 임에도 채무자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부당한 요구라도 참고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된다. 불공정거래 피해를 입더라도 그것을 입증할만한 자료를 작성해 보관하기도 쉽지 않다. 풍부한 자원과 브랜드 파워를 가진 대기업과는 출발선이 완전히 다르다. B씨가 계속해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경제민주화 정책이 중소기업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순 없다. 그럼에도 중소기업과 관련한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이유는 거래관계에서 제값을 제때에 받는 게 당연하다는 최소한의 상식적 요청 때문이다. 

이러한 상식적 요청이 기각될 때 중소기업은 곧 생존의 위협에 직면한다. C씨 사례와 같이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생존을 이어가는 기업이 어떠한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이 대다수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이라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의 모습은 또 어떨 것인가.

감시와 처벌을 넘어

보다 근본적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기업 등 거래 상대방과 동등한 지위에서 교섭하고 협상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한 가지만 꼽자면, 중소기업이 집단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조직화가 시급하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담합규정을 통해 중소기업이 이러한 해결책을 취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나마 개선책이라면서 담합규정의 예외로 인가제도와 일부 조합행위에 대한 적용제외를 두고 있긴 하나, 현실에선 쓰이지 않는 개선책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가격 결정 등 실제로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영역을 규제하고 있어 실효성이 적다.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우리나라에 경제민주화는 2012년 대선을 계기로 전면에 등장했지만 경제민주화를 통해 양극화 해소,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가 실현될 수 있으리라는 시대적 열망은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런 경제민주화가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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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서치원씨는 변호사로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공정경제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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