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파죽의 4연승을 내달리며 초반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6,23-25,25-18,25-23)로 승리했다. 2세트 역전패를 제외하면 큰 위기 없이 승리를 챙긴 흥국생명은 2위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승점 차이를 4점으로 벌리며 초반부터 독주체제에 돌입했다(승점11점).

흥국생명은 '여제' 김연경이 서브득점 3개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53.85%의 성공률로 26득점을 퍼부으며 흥국생명의 승리를 견인했고 이재영이 18득점, 루시아 프레스코가 14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그리고 흥국생명에는 이날도 경기 중반에 들어와 경기 흐름을 바꾼 선수가 있었다. 3세트 교체 선수로 들어와 오랜만에 2017-2018 시즌 신인왕의 위용을 뽐낸 중앙공격수 김채연이 그 주인공이다.

김수지 떠난 후 5순위로 지명한 센터 유망주
 
 김채연은 루키 시즌 흥국생명의 부진을 틈 타 많은 출전기회를 얻어 2017-2018 시즌 신인왕에 선정됐다.

김채연은 루키 시즌 흥국생명의 부진을 틈 타 많은 출전기회를 얻어 2017-2018 시즌 신인왕에 선정됐다. ⓒ 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황연주(현대건설), 이재영 등 뛰어난 공격수들을 많이 배출한 팀이다. 구기란과 김해란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국가대표 리베로들도 흥국생명을 거쳐갔다. 세터진에서도 과거의 이효희(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코치)와 김사니(기업은행), 그리고 현재의 이다영까지 꾸준히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 안정된 볼배급을 할 수 있도록 이어왔다. 이런 꾸준한 투자와 육성이 흥국생명이 V리그 여자부 최다우승팀(4회)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하지만 유독 중앙 공격수 만큼은 흥국생명이 전통적으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포지션이다. 물론 2014-2015 시즌을 앞두고 FA로 영입한 김수지(기업은행)가 흥국생명 입단 후 기량이 만개하며 국가대표 주전센터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미 현대건설 시절부터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이동공격을 구사하던 김수지를 흥국생명이 '키웠다'고 표현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나마 2007년에 입단했던 김나희가 김연경이 해외로 진출하기 전부터 이재영의 입단 초기까지 흥국생명의 중앙을 지키며 고군분투했다. 김나희는 빠른 발과 탄탄한 기본기를 앞세운 영리한 플레이로 팀에 큰 도움을 줬지만 중앙공격수로는 180cm의 작은 신장이 언제나 걸림돌이었다. 흥국생명이 2014년 김수지를 영입한 것도 김나희의 높이만으로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2016-2017 시즌 이재영과 외국인 선수 타비 러브, 김수지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2017년 FA 김수지가 기업은행으로 이적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FA시장과 보상선수, 트레이드를 통해서도 센터자원을 보강하는데 실패하면서 흥국생명은 김나희를 제외하면 센터자원이 없는 상태로 2017-2018 시즌을 치러야 할 위기에 처했다.

흥국생명은 3라운드까지 단 9명의 선수만 지명됐을 정도로 인재가 적었던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수원전산여고의 중앙공격수 김채연을 1라운드 5순위로 지명했다. 물론 김채연이 당장 프로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을 정도의 기량을 가진 특급 유망주는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흥국생명은 오른쪽 공격수 정시영(현대건설)을 센터로 변신시킬 정도로 중앙공격수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신장이 좋은 센터 유망주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이주아 부진 틈 타 교체 멤버로 투입돼 맹활약
 
 김채연은 이주아의 부진 속에서 교체 투입돼 결정적인 블로킹 2개로 경기 분위기를 흥국생명 쪽으로 가져 왔다.

김채연은 이주아의 부진 속에서 교체 투입돼 결정적인 블로킹 2개로 경기 분위기를 흥국생명 쪽으로 가져 왔다. ⓒ 한국배구연맹

 
2017-2018 시즌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테일러 쿡의 부상과 조기퇴출로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최하위로 추락했다. 하지만 이는 신인이었던 김채연에겐 좋은 기회였고 박미희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들어진 시점부터 김채연을 붙박이 주전으로 활용했다. 28경기에서 109득점을 기록한 김채연은 그 해 프로에서 자리를 잡은 신인들이 없었던 이유로 큰 경쟁 없이 신인왕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흥국생명은 2017-2018 시즌을 통해 김채연이라는 좋은 센터자원을 발굴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FA시장에서 베테랑 센터 김세영을 영입했다. 여기에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으면서 성인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던 원곡고의 특급 유망주 이주아를 지명했다. 입단 1년 만에 신인왕까지 오르며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던 김채연의 입지가 다시 확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김채연은 2018-2019 시즌 중반부터 이주아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겼고 19경기에서 29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게다가 흥국생명은 최하위에 머물렀던 2017-2018 시즌의 수모를 이겨내고 2018-2019 시즌 통합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김채연이 주전 자리를 빼앗긴 시즌에 팀이 우승을 차지했으니 김채연의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김채연은 지난 시즌에도 백업 센터로 22경기에서 19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번 시즌에도 원포인트 블로커로 시즌을 출발했던 김채연은 3일 현대건설전에서 이주아의 부진을 틈 타 3세트 교체 선수로 투입됐다. 그리고 김채연은 3세트의 승부처에서 정지윤과 헬렌 루소의 공격을 블로킹하면서 경기 흐름을 흥국생명 쪽으로 가져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채연은 4세트에서도 서브득점 하나를 추가하면서 크게 돋보이진 않았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는 알토란 같은 3득점으로 흥국생명 승리에 기여했다.

파워는 다소 떨어져도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매 경기 꾸준한 활약을 선보이는 김세영과 달리 프로 3년 차 이주아는 아직 플레이에 기복이 심한 편이다. 따라서 이주아와 김채연을 번갈아 투입해 선의의 경쟁을 시키고 상호보완을 하게 해준다면 흥국생명의 중앙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비록 백업으로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프로 4년 차에도 여전히 만20세에 불과한 김채연이 주전이 아니라고 조급해 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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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채연 신인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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