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방영된 KBS, 디스커버리 채널 '땅만 빌리지'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영된 KBS, 디스커버리 채널 '땅만 빌리지'의 한 장면 ⓒ KBS, 디스커버리

 
최근 TV 예능 속 새로운 소재로 각광 받는 대상은 바로 집이다. 2년째 시청자를 대신해 실제 이사하기 위한 주택을 찾아봐주는 MBC 예능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를 비롯해, 대리 만족을 체험하는 여러 예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8월 방송된 SBS 파일럿 프로그램 <나의 판타집>, 10월부터 방송 중인 JTBC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역시 그 일환이다.

디스커버리 채널과 KBS가 공동으로 제작하는 <땅만 빌리지>는 주택 예능 대열에 합류한 신규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땅만 빌리지>의 접근 방식은 기존 주택 소재 예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해안가 숲속을 배경으로 이른바 '세컨드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집, 공동체 마을을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대한 윤두준, 스튜디오 전문 김구라의 등장
 
 지난 3일 방영된 KBS, 디스커버리 채널 '땅만 빌리지'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영된 KBS, 디스커버리 채널 '땅만 빌리지'의 한 장면 ⓒ KBS, 디스커버리

 
​<땅만 빌리지> 공동체 마을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인물은 윤두준(하이라이트), 김구라였다. 올해 초 군에서 제대해 강원도 생활이 낯설지만은 않은 청년 윤두준과 김구라의 조합은 다소 의외였다.

그동안 스튜디오 토크 예능에 집중했던 김구라는 최근 <정글의 법칙 with 헌터와 세프>에 출연할 만큼 조금씩 범위를 넓히고 있어, <땅만 빌리지>는 그에겐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첫술에 배부를 리 없듯 도시 생활에 익숙한 김구라로선 모든 게 낯설기만 하다. 라면 하나 끓여먹기 위해 장작불을 피우고 1시간여 비지땀을 흘리는 상황이 그로선 황당할 따름이었다.

수년 전 김병만과 함께 정글 생활을 경험해본 윤두준도 처음 도착했을 때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즉각 현장 상황에 적응하며 장작불로 라면을 끓이고, 집에서도 해 본 적 없는 원두커피를 직접 갈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만드는 등 '마을 촌장'의 오른팔 격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방송 말미에 도착한 세번째 출연자는 배우 유인영이었다. 별도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들어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참여 소감을 밝힌 그는 프로그램에 대한 의욕과 적극적인 참여를 예고하며 <땅만 빌리지>의 첫 회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태풍도 이겨낸 대작업... 김병만이기에 가능한 프로젝트
 
 지난 3일 방영된 KBS, 디스커버리 채널 '땅만 빌리지'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영된 KBS, 디스커버리 채널 '땅만 빌리지'의 한 장면 ⓒ KBS, 디스커버리

 
집-직장을 반복하며 오가는 현대인들에게 아름다운 풍경과 쾌적한 공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자연 속 삶은 오랜 기간 꿈꿔왔던 로망 중 하나였다. 잠시 도시를 떠나 숲과 바람, 멀리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잠시나마 지내길 희망하는 이들을 위해 '달인' 김병만이 나섰다. 오랜 기간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강원도 양양군을 배경으로 철책선과 숲, 그리고 바다가 동시에 맞닿은 곳에 직접 집을 짓고 살아가는 공동체 마을이 탄생하기에 이른다.  

방송을 보다보면, 김병만이 없었다면 <땅만 빌리지>는 시작조차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방영 두 달 전부터 중장비를 몰고 땅을 다지고 각종 목재도 직접 자르는 등 김병만은 건설 일꾼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 프로그램을 책임진다. 그런데 본격 촬영 일주일 여를 앞두고 큰 위기가 찾아온다. 올 여름 내내 한반도를 적신 장마뿐만 아니라 연이은 태풍 상륙은 촬영장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고 말았다.  

​출연자들의 집을 짓기 위해 마련해뒀던 목자재는 물길에 유실되었고 시멘트는 침수되어 전혀 사용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10여 년 정글 생활을 거치면서 각종 돌발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했던 김병만 조차 황토물로 잠긴 마을의 광경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만큼 피해는 극심했다.

하지만 여기에 굴복할 그는 결코 아니었다. 후배 개그맨 김정훈과 더불어 다시 팔을 걷어붙여 작업에 임하면서 일단 공동 생활 공간으로 활용할 마을 회관, 화장실 등 부족하나마 기본 생활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끝내 만들어낸다. 이는 분명 김병만이기에 가능한 대작업이었다.

시청자들을 위한 대리 만족, 기대해도 될까?
 
 지난 3일 방영된 KBS, 디스커버리 채널 '땅만 빌리지'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영된 KBS, 디스커버리 채널 '땅만 빌리지'의 한 장면 ⓒ KBS, 디스커버리

 
방송에선 효정(오마이걸), 김구라의 아들 그리, 배우 이기우 등 여러 멤버들의 합류를 예고했다. 조금씩 공동체의 틀을 갖춰 나갈 <땅만 빌리지>는 무난한 이야기 전개와 과장스럽지 않은 내용이 적절히 어울리면서 제법 볼 만한 신규 예능임을 각인시킨다.

그리고 <땅만 빌리지>는 "로망이 현실이 되는 마법 같은 곳"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그저 하루 이틀 놀러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출연진들이 직접 마을의 틀을 꾸미고 서로와 호흡하면서 성장도 이루겠다는 제법 야심찬 기획은 그래서 더욱 이 프로그램을 관심있게 지켜보게 만든다.  

산, 바다 등을 벗삼은 예능은 늘 그렇듯이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다. 더구나 2020년 예능에선 더욱 그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누군가와의 만남, 접촉을 가급적 자제하고 지내야 하는 갑갑한 상황의 반복은 결과적으로 자연을 배경으로 담은 프로그램들의 연이은 제작을 유도하고 있다.

기에 주택이라는 소재를 첨가하면서 <땅만 빌리지>는 도시 속 내가 아닌, 자연 속 또 다른 나를 찾고 싶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여곡절 끝에 마을 시설을 하나둘 완성시킨 촌장 김병만과 더불어 시청자들 역시 눈으로나마 동참하고 즐기는 세컨드 라이프 체험에 돌입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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