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한 장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한 장면 ⓒ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삼진그룹에서 승진을 향한 실날 같은 기대를 갖고 새벽부터 영어공부를 하는 여직원들은 상고를 나온 여성들이다. 직장 생활 8년차로 업무능력도 뛰어나고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인재와도 같지만, 그들에게 맡겨진 업무는 초라하다.

이른 아침 출근해 부서 직원들의 취향에 맞게 커피를 타거나 간식을 사오는 등 단순한 업무가 대부분이다. 아이디어도 있고 개인적인 역량도 우수하지만 ,좋은 학교를 나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 앞에서는 초라해진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이를 극복하려는 세 여성의 성장기지만, 능력보다는 학력을 우대하는 세상을 비트는 영화기도 하다. 좋은 학교 나오거나 좋은 부모 만나서 부를 누리는 똑똑한 사람들이 온갖 술수를 부리며 힘없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걸 상고 출신 여직원들은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고 회사를 바꾸는 건 평범한 여직원들이었다.
 
고졸과 상고에서 막연하게 떠오르는 건 우리 곁을 떠난 어떤 대통령이다. 재임 시절 상고 출신이라고 온갖 비하와 무시를 당했지만 훼손된 정의를 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했던 대통령은 고졸과 상고가 강조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학력 중심의 세상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끄떡없는 것은 여전히 좋은 학력을 강조하고 있는 사람들이 기득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정의를 말하고 있으나 매우 선택적이다. 

세상을 바꾸는 고졸 여성 
 
삼진그룹 내부도 비슷하다. 똑똑해서 좋은 회사에 취직했겠으나 염치없거나 비양심적인 이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이를 바로잡는 것은 고졸 여사원들이다. 적어도 그들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췄기 때문이다.
 
1995년을 배경으로 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여직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업의 경영구조와 환경오염, 내부 고발 등을 다루면서 여성을 앞세웠다. 고졸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우리사회 비주류에 대한 이야기지만, 양심적인 이들과 연대해 불공정하고 술수가 넘치는 세상에 맞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매우 희망적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감독 배우의 100만 돌파 감사 사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감독 배우의 100만 돌파 감사 사진 ⓒ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 10월 21일 개봉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개봉 14일만인 11월 3일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인해 100만 돌파가 매우 늦은 편이지만, 영화 속 세 명의 여직원들도 늦게나마 그들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흥행의 시작일 수도 있다.
 
개봉 첫 주말 관객이 21만이었으나 둘째 주말에는 30만으로 40% 정도 상승한 것은 흥행의 전조인 역주행이라는 점에서, 영화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반전을 이뤄낸 것처럼 코로나19의 장벽을 뚫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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