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가보안법은 민중들의 목소리를 억눌러온 법으로, 폐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 위원회는 한국 사회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을 바로 알기 위한 5회 차의 오픈스터디를 진행한다. <반공 이데올로기를 넘어 주인되기>는 국가보안법의 기원부터 폐지의 법률적 쟁점까지, 국가보안법의 A to Z를 파헤친다. [편집자말]
발언중인 김근래 진보당 사무총장
 발언중인 김근래 진보당 사무총장
ⓒ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위원회

관련사진보기



*아래 글은 지난달 28일 이뤄진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위원회 국가보안법 오픈스터디 김근래 진보당 사무총장과 필자의 대담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김근래입니다. 제가 여러분보다 나이가 좀 많죠, 여러분 부모님 세대 정도 될 거예요. 86년도에 대학 생활을 시작해서 학생운동을 했고 그러면서 감옥 생활도 여러 번 했습니다.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진보당 활동하면서 지역위원장도 하고 선거 출마도 했는데 당선은 못 되어 봤어요.  
2013년이면 20대분들은 학창 시절 즐겁게 하고 계셨을 때죠? 박근혜씨가 대통령 당선됐을 때 국정원에서 댓글 조작을 했어요. 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있으면 댓글을 달아서 여론을 조작하고 호도하는. 그 댓글 조작 현장이었던 오피스텔이 대선 며칠 전에 잡혔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당선이 됐어요. 정상적으로 보면 당선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미국으로 치면 CIA 같은 정보기관이 특정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지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당선 이후로도 조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 부정선거다 하는 국민 여론이 컸어요. 야당은 천막치고 농성하고, 광화문에서는 수만 명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 부정선거 규탄, 국정원 해체를 얘기했어요. 2013년 2월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했는데, 몇 달 동안 계속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를 않았습니다. 9월에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겠죠. 박근혜 정권의 도덕적 정당성이나 국정원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왔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직전인 8월 28일에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이 터졌습니다. 순식간에 모든 언론에서 ‘국정원이 내란음모 사건을 적발했다’고 보도를 하면서 국정원에 대한 모든 논의가 사라졌어요. 국정원과 박근혜 정권의 위기를 내란음모 사건 한 방에 반전시켰달까요. 완전히 되치기 사건이었습니다. 이걸로 박근혜 정부가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어요.
 
박근혜 정권을 흔든 국정원 댓글 조작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으로 되치기
내란음모는 무죄지만 3년을 감옥에서

 
국정원에서 우리 조직 이름이 RO라고 하더라고요. RO가 어떤 단어의 약자인지 아시나요? Revolution Organization입니다. 해석하면 말 그대로 ‘혁명조직’이에요. 동창회 이름이 ‘동창회’고, 산악회 이름이 ‘산악회’인 코미디 같은 일이죠.
 
여러분 중에 운전면허를 딴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저도 면허가 있는데 대형 면허예요. 그런데 새벽에 국정원 직원들이 우리 집 압수 수색을 하다가 면허증을 보더니 숙덕거리다가 압수를 해야겠대요. 탱크를 몰 수 있다는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너무 말이 안 되니까 결국엔 사진만 찍어갔어요. 또 한참을 뒤지다가 평양에서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 직원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그게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합법적으로 통일부 허가를 받고 간 거거든요. 국정원 직원 인솔로 북쪽에 몇 번 다녀왔는데, 사진을 압수해가겠다고 하는 거죠. 그래서 제가 사진 속에 ‘이 사람, 이 사람들 너희 직원이다’하면서 알려줬더니 또 안 가져가더라고요.
 
국정원이 내란음모에 관해 이야기하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결의와 조직력을 갖춘 지하혁명조직이 있어야 하고, 두 번째는 북과 연계가 있어야 합니다. 북한이 남한에 쳐들어오면 호응해야 하니까요. 세 번째는 맨손으로는 내란을 일으킬 수 없으니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갖춰져야 내란음모 사건이 되는 건데, 이 사건은 셋 다 성립이 안 됐어요.
 
국정원에서 3년 동안 프락치를 심었습니다. 그렇게 3년 동안 도청과 미행을 했는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뭐가 있었으면 바로 잡았을 텐데 아무것도 없으니까. 지하혁명조직이란 게 없습니다. 다음으로 북한이랑 연계가 있다는 건 간첩이라는 거고, 그럼 증거가 있어야 하잖습니까. 당시 언론에서 북과 메일을 주고받았다, 공작원과 접촉했다 하는 보도를 매일같이 했어요. 국정원이 발표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은 건데, 증거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합법적으로 관광 다녀온 걸 언론에서 ‘김근래 북에 10여 차례 드나들었다’ 식으로 보도하니까 사람들이 다 믿는 거예요. 항소심 때 검사의 마지막 진술이 뭐였는지 아세요? “이 사람은 북한과 연계된 게 하나도 없어서 더 위험하다.” 자생적인 빨갱이라서 더 위험하다는 건데, 말이나 되나요. 마지막으로 무기도 하나도 안 나왔습니다. 국정원이 3년 동안 도청하고 미행하고 이메일, 핸드폰도 다 뒤졌는데 한 자루 총이라도 산 게 없어요. 결국 세 가지가 다 무너지니까 내란음모가 무죄가 된 거죠. 그렇게 내란음모로 여론을 다 만들어놓고 막상 재판 끝에는 내란음모는 무죄, 국가보안법 고무 찬양죄로 3년을 받았습니다. 우리끼리 모임하고 강연한 게 북한을 이롭게 했다고.

정당이 해체되던 당시의 공포 분위기
종북 프레임은 보수의 마지막 보루
국가보안법을 걷어내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도 상황이 계속 안 좋으니까 6개월 만인 8월에 김기춘씨로 비서실장을 바꿨습니다. 통합진보당이 당 모임을 한 게 5월이었어요. 프락치가 모임 녹취록을 당일에 바로 국정원에 줬고요. 그런데 별 것이 없으니까 넘어갔던 걸 국정원이 8월에 꺼내 들었습니다. 안기부에서 대공 간첩 조작 사건을 만들었던, 법무부 장관 하면서 박정희 정권 유신헌법 초안을 만든 김기춘씨가 비서실장 된 직후에요. 그걸 받아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전 의원이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를 했습니다. 권력을 가진 청와대, 검찰에 언론까지 합심해서 융단폭격을 했어요. 민주당도 겁을 먹고 다른 말을 안 했고.
 
통합진보당이 해산되고 나서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가 법외노조가 됐습니다. 법적으로 힘이 가장 센 게 당이에요. 그래서 정당의 힘이 세질수록 정당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노조나 시민단체도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고. 그런데 20년 동안 유지해온 10만 조합원을 가진 전교조가 팩스 하나로 법외노조가 됐습니다. 정당이나 노조, 시민단체가 한마디 못하는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 거죠.
 
이석기 전 의원이 지금 감옥에 있습니다. 9년 형을 받아서 지금 7년째를 살고 있어요. ‘이석기 석방’은 진보와 보수의 보이지 않는 프레임 전쟁이 아닐까요. 국가보안법이라는 프레임이 늘 진보 세력의 확장을 막았으니까 말입니다. 모든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활동을 가로막는 데에 제일 쉬운 프레임이잖아요. 국가보안법 폐지는 단순히 피해자 몇 명을 구제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그로 인한 낙인과 활동 자체를 불온시하는 분위기 자체를 해체하는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국가보안법, #진보당, #통합진보당, #김근래, #국정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