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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직원 여러분. 국토는 국민의 집입니다. 그리고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입니다. '돈'을 위해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 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됩니다."

2017년 6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한 발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 취임한 국토부 장관이 집값을 확실히 잡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현 정부를 향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수차례 부동산 대책이 있었음에도, 집값은 더 뛰었다.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여전히 집을 갖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전세난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다.

부동산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이때, 청년아카데미와 희년함께가 공동기획한 <부동산공부> 강좌가 열렸다. 10월 23일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김성달 국장이 "치솟는 집값, 안 잡나? 못 잡나? :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평가"라는 주제로, 같은 달 30일에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전강수 교수가 "부동산 투기의 역사 : 1949년 농지개혁부터 2020년 투기 광풍까지"라는 주제로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를 짚어봤다.
   
집값 얼마나 올랐나?
 

김성달 국장은 서울 아파트 중위값 변화 자료를 제시하며, 이번 정부 들어 집값이 껑충 뛴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 정부 들어 증감률이 +52%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부동산 대책을 정부의 주요 과제로 삼은 정권에서 왜 집값이 더 오르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 들어 증감액, 증감률이 큰 폭으로 뛰었다.
▲ 정권별 아파트 중위값 변화 문재인 정부 들어 증감액, 증감률이 큰 폭으로 뛰었다.
ⓒ 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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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때 집값이 안정되자 역설적으로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억제 정책을 하나씩 풀어 헤쳤고, 박근혜 정부 때는 노골적으로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펼쳤다. 문재인 정부에 앞선 두 정부가 투기판을 깔아준 상황이기에, 집값 안정을 국정 운영 최우선 과제로 삼았음에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잠재우기에는 너무 미약했다는 것이 김성달 국장의 평가다.
 
김성달 국장은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관련하여 크게 세 가지를 짚었다. 첫 번째로 지적한 것은 2017년 12월 13일에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다. 이 방안은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하여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시행했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집을 몇 채 보유하든지 재산세,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소득세에 걸친 세제상의 특혜를 제공하는 바람에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민간 임대주택 총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임대주택사업자들에게 세제상 특혜만 더 해준 꼴이 되었다.

두 번째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여전히 보유세 현실화를 외면한 대책에 그쳤다는 점이다. 보유세를 강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불공정한 과세기준을 바로잡는 것인데,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지가 및 공시가격이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단독주택, 상업업무빌딩, 아파트 등 부동산 종류에 따른 공시가격 현실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체 주택의 60%를 차지하는 아파트는 2005년 종합부동산세 도입 이후 서민아파트도 시세를 70~80%까지 반영하는 데 반해 고가 단독주택, 재벌빌딩, 상가빌딩 등은 여전히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부동산부자와 재벌기업이 누리는 세금특혜가 막대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세 번째는 분양가상한제이다. 이번 정부에서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미적거리는 사이 집값은 크게 상승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실시된 방안으로 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업체의 적정이윤을 보탠 분양가격을 산정해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건설사의 자금난을 해결하면서도 강력한 규제로 소비자에게 저렴한 주택을 제공하기 위해 1977년 도입되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건설업계 위기 해소를 위해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었다.

이후 신규 분양주택의 분양가격이 점점 높아지면서 주변 아파트 가격까지 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노무현 정부 시절 2005년 공공택지에 한해 분양가상한제가 부활했고, 2007년 9월부터는 민간택지에 지어지는 주택에도 이 제도가 전면 시행되었다. 그러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주택공급 위축을 구실로 삼아 민간택지 적용 요건을 강화하면서, 사실상 분양가상한제는 유명무실한 채로 이어졌다.

김 국장은 2007년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이후 7년 동안 서울 강남에 고분양 재건축이 사라졌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사례가 없는 2014년 이후 집값이 다시 올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집값을 확실히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2019년이 되어서야 투기과열지구에 분양가상한제를 다시 적용하기로 발표했으나,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2020년 4월로 연기했고, 코로나 사태와 경제 위기 등의 이유로 7월로 2차 연기되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어도 이른바 '핀셋규제' 대상 지역이 아닌 곳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임대주택을 더 짓는 공공 재개발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더라도 느슨한 아파트 건축비 요건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가 정한 아파트 기본형 건축비는 3.3㎡당 644만 5천 원이기에, 원칙적으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인 아파트의 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를 넘을 수 없지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도 이 기준을 넘길 때가 있다.

실제로 올해 분양한 북위례 힐스테이트(공공택지 분양)의 건축비는 3.3㎡당 평균 900만 원대에 책정됐다. 기본형건축비보다 200만 원 가량 비싼 금액이다. 기본 건축비에 가산비와 간접비를 추가로 인정해주면서 아파트 분양가격이 제대로 통제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 광풍의 역사는 언제 시작되었는가?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대한민국 땅값이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GDP 기준으로 봤을 때 선진국들의 땅값 총합산은 대체로 GDP의 2배 수준인데, 유독 한국은 땅값 총합산이 GDP의 4배에 달한다. 국부 대비 지가 비율 자료를 봐도 영국이 57%로 1위, 뒤를 이어 대한민국이 54.6%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2018년 기준 개인 소유지 상위 10% 세대가 전체 개인 소유지의 57.1%를, 법인 소유지 상위 1%가 전체 법인 소유지의 70.5%를 소유하고 있어 토지 부동산 소유 불평등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이다.

부동산과 관련한 특권과 적폐가 누적되면 자연스럽게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심화되어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주거비용이 상승하면서 가계부채가 누적되며, 기업이 투자보다 지대추구에 몰두하거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 자영업자를 압박하게 된다는 점을 이어서 설명했다. 부동산 광풍은 국가의 장기 지속성을 위협하는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투기 광풍이 일기 시작한 시점을 살피기에 앞서, 고려시대부터 부동산공화국이 성립되기까지의 역사를 짚었다.
▲ 토지제도 변천 부동산 투기 광풍이 일기 시작한 시점을 살피기에 앞서, 고려시대부터 부동산공화국이 성립되기까지의 역사를 짚었다.
ⓒ 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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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광풍이 시작한 시점을 살피기에 앞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던 국전제 원칙이 일제 강점기 토지조사사업을 거치며 폐기되었고 식민지지주제가 발달하게 된 흐름, 그리고 해방 이후 농지개혁을 통해 평등한 소농의 나라로 급변신하게 된 흐름을 짚었다. 무엇보다 1950년 단행한 농지개혁은 도시 토지나 임야, 초지를 제외한 개혁이었다는 한계가 있지만, 농지 재분배를 통해 분배 상태가 비교적 평등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농가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든든한 내수시장이 형성되었고, 농민들의 교육투자를 통해 학교와 학생 수가 급증하는 선순환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평등지권 사회가 성립하고도 지금의 상황으로 후퇴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전 교수는 박정희 정부의 개발 정책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공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1960년대 후반부터 무분별한 도시개발이 이루어졌는데, 이때 경부고속도로 건설 재원과 정치자금 확보를 위해 나온 것이 '영동지구 구획정리' 사업이다(영동永東은 '영등포 동쪽'이라는 뜻으로 오늘날 강남을 가리킨다). 이 사업을 시작으로 한강변 공유수면 매립과 함께 강남을 중심으로 대형 아파트 단지 건설이 본격화된다. 1963~1977년 사이 주거지역 지가는 서울 전역에서 87배 상승했는데, 강남은 176배 뛰었다. 강남개발의 결과로 건설업 비중이 기형적으로 상승했고, 토건족의 이해관계가 경제정책을 좌우하게 되었으며, 국민 다수가 부동산 불패신화에 사로잡혀 투기 열풍에 휩쓸려 한국사회가 지대추구 사회로 변질되었다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이후 역대 정부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는 중구난방 식으로 투기 억제 정책을 쏟아내다가도, 경제 성장률 상승을 위해 부동산을 경기 불쏘시개로 활용하면서 부동산 투기 열풍이 계속 번졌고, 불로소득 차단을 위한 근본대책 마련에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광풍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환수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규제책은 단기 처방에만 효과가 있을 뿐,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사수하기 위한 세력이 강한 지배 동맹을 구축한 상황에서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우선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투기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살피고 불평등과 양극화 너머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동산 공부> 강좌 1, 2강은 부동산 정책과 투기 역사를 살피며 대한민국 부동산 광풍의 현주소를 살피는 데 주력했다. 두 강좌 모두 투기 광풍 앞에 휩쓸리지 않고 절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를 아는 것에서 비롯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지는 강좌는 구체적인 생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과 대안 사례를 살피고 나누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11월 6일 '어서 와! 전월세는 처음이지?'라는 주제로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구본기 소장이, 11월 13일 '내집마련과 더부살이의 사잇길을 찾아'를 주제로 함께주택협동조합, 밝은누리 인수마을(청년공동주거), 오늘공동체(은공 1호)가 강의를 이어간다. 
 
<부동산 공부> 강좌는 11월 6일 온라인으로, 13일은 오프라인으로 열린다.
▲ 청년아카데미 부동산공부 <부동산 공부> 강좌는 11월 6일 온라인으로, 13일은 오프라인으로 열린다.
ⓒ 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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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밝은누리 누리집(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부동산, #청년아카데미, #희년함께, #부동산투기, #부동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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