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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과 함께 찍힌 데이비드 윤.
 최순실과 함께 찍힌 데이비드 윤.
ⓒ 안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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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다." - 알베르 카뮈, 나치 부역자 숙청 반대 여론을 잠재우며

최근 네덜란드 대법원이 최순실의 '독일 집사'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2019년 체포된 데이비드 윤이 한국 송환 결정 취소소송을 냈지만, 네덜란드 사법부가 이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윤의 국내 송환이 이뤄지면 최순실의 유럽 은닉재산 판도라 상자는 열릴 수 있을 것인가? 데이디브 윤은 지난 30년간 최순실의 유럽 행적을 낱낱이 알고 있으며 운전기사, 수행비서, 통역원으로 최순실의 수족 역할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다. 그는 한국에 송환되더라도 입에 자물쇠를 채울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모른다고 말하는 건 명백한 거짓말이다. 

판도라의 상자 열쇠를 쥔 데이비드 윤

데이비드 윤은 1968년생으로 그의 아버지는 최순실의 독일 후견인이자 박근혜가 오빠로 불렀던 윤남수 회장이다. 윤남수는 1983년 최순실이 처음 독일에 왔을 때부터 최순실의 독일 생활을 도와주며 후견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데이비드 윤이 4살 때 독일 광부로 이민을 가서 재독독일 한인회장을 지냈다.

윤남수에 의하면, 자기 아들에게 대학생 시절부터 최순실의 기사 겸 통역을 맡겼다고 했는데 이때가 1980년대 후반이다. 즉 윤남수는 자신의 아들에게 최순실의 '비서' 역할을 맡겼고 그 아들은 대를 이어 최순실에게 충성하며 자신의 인생을 바쳤다.

데이비드 윤은 평생을 특별한 직업 없이 최순실에 의한, 최순실을 위한 인생을 살았다. 최순실에게는 한국에 장시호, 독일에 데이비드 윤이라는 심복이 있었다. 이들은 상하복종 관계였다. 독일어 소통도 안되고 유럽 금융도 문외한인 최순실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돈 세탁을 추적하는 동안 나는 여러 조력자중 데이비드 윤을 핵심인물로 파악했다.

데이비드 윤을 통하지 않고서는 최순실의 유럽 은닉재산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독일을 다섯 차례 오가며 최순실, 정유라 관련 인물들을 많이 만났지만 데이비드 윤은 끝내 만나지 못했다. 숨거나 피하면서 절대 만나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숨는 자가 범인'이라는 말을 믿게 됐다. 부친인 윤남수를 통해 만나려 해도 만나주지 않았고, 비덱과 더블루케이 대표를 맡은 최순실 독일 변호사인 박승관도 데이비드 윤의 연락처를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프랑크푸르트 근교에 있는 데이비드 윤의 거처를 알아내 주진우, 안원구, 노승일과 함께 찾아갔으나 무단침입으로 신고당해 경찰에게 쫓겨나는 일까지 있었다.

데이비드 윤이 인터폴 적색수배된 후, 제보자 한 사람이 프랑크푸르트 호텔방으로 몰래 찾아와 그의 근황을 전했다. 교외의 고급 별장을 다니며 호화 도피생활을 하고 있고, 최순실이 영원히 감옥에 있으면 자기가 돈을 다 가질 수 있다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윤은 최순실이 은닉한 돈의 행방을 모조리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최순실이 데이비드 윤과 함께 2001년 'Luxury-Handels & Vertriebs'라는 부동산 회사를 설립한 것을 보면 그들은 경제공동체이기도 해 데이비드 윤이 입을 열어 진실을 말하면 최순실의 유럽 은닉재산은 모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국회가 해야 할 일

데이비드 윤의 송환 결정으로 최순실 은닉재산 환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데이비드 윤이 한국에 오게 되면 공은 검찰로 넘어가고, 검찰의 수사능력과 의지에 따라 판도라 상자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국세청이 네덜란드에서 최순실 측에 보낸 1200억 원의 출처를 조사하다 덮은 것은 해외은닉재산 추적에는 고도의 수사기법과 집요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에 이미 지시한 해외은닉재산 수사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어떤 의지를 피력하지 않았고, 비슷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윤 총장은 검찰 기득권을 지키려고 도모하는 일들을 그만하고 이제부터라도 남은 임기 동안 최순실의 은닉재산을 수사하는 데 힘을 쏟기 바란다. 이것은 윤석열 총장에게 역사와 국민이 부여한 중요한 과제다.

특히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은닉재산환수 특별법을 다시 발의해서 통과시켜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실현하지 못한 특별법을 21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한뜻으로 통과시키길 바란다.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당연히 동의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야당의 강한 반대로 일보의 전진도 못한 채 특별법은 폐기되고 말았다. 172명이 서명했지만, 김진태를 포함한 야당 법사위원들은 특별법을 거론조차 하지 못하도록 살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진태 의원은 특별법을 법이라고 하기도 힘들다고 폄하했다.

불의한 시대에 불의한 권력자들이 불법으로 조성한 은닉재산을 찾아 국민들께 되돌려 드리는 것은 불의한 시대를 청산하고 정의로운 나라의 기틀을 세우는 초석이다. 부패한 권력자들이 숨겨놓은 재산은 결국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도 17년 선고를 받을 만큼 국민을 배신했는데 그의 불법 은닉재산을 한 푼도 찾지 못한다면 절반의 심판에 그칠 뿐이다.

최순실과 이명박의 불법 은닉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여야 모두 나서길 거듭 촉구한다. 이명박의 확정판결과 데이비드 윤의 송환 결정을 계기로 '은닉재산 환수 특별법' 제정에 많은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무엇보다 이낙연, 이재명, 안철수, 원희룡 등 여야 대선후보들이 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 주시길 부탁한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은 지난 10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는 모습.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은 지난 10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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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데이비드 윤, #송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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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안민석입니다. 제 꿈은 국민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삶의 모델이 되는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마이에 글쓰기도 정치를 개혁하고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 중에 하나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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