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넘게 기다린 한국야구위원회의 경기강행 의지도 '하늘의 뜻'을 거스르진 못했다.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LG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이 결국 우천순연됐다. 2015년 와일드카드 제도가 생긴 이후 와일드카드 결정전 경기가 비로 미뤄진 것은 처음이다. 순연된 1차전 경기는 2일 오후 6시반에 열리고 만약 키움이 1차전에서 승리하면 2차전이 3일에 열리면서 포스트시즌 일정이 하루씩 밀리게 된다.

정규리그 일정이 모두 끝난 지난 10월 31일에는 8위로 시즌을 마친 삼성 라이온즈에서 두 명의 선수를 웨이버 공시했다. 외야수 박찬도는 2012년 삼성의 육성 선수로 입단해 2015년 대주자 및 대수비로 활약하며 116경기에 출전했지만 끝내 타격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박찬도는 올 시즌에도 51경기에 출전했지만 지난 5월 23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기록한 후 더 이상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그리고 투수 쪽에서는 삼성 팬들에게 애증의 존재였던 선수가 푸른 유니폼을 벗게 됐다. 한 때 삼성 마운드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며 '차세대 에이스'로 불리던 우완 정인욱이 그 주인공이다. 삼성은 2011년 6승을 따낸 후 성장이 멈춘 유망주 정인욱을 오랜 기간 동안 인내를 가지고 기다렸지만 정인욱은 끝내 반등을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12년 동안 활약했던 정든 팀을 떠나게 됐다.

삼성의 계획대로 성장하다 어긋나 버린 선발 유망주

대구고1학년 때까지 내야수로 활약하던 정인욱은 고2때 투수로 전향해 2008년 대구고의 전국대회 2관왕(청룡기,봉황대기)을 이끌며 혜성처럼 떠올랐다. 하지만 당시 삼성은 1차지명에서 정인욱 대신 경북고의 '천재 유격수' 김상수를 선택했고 정인욱은 2차 3라운드(전체21순위)로 삼성에 지명됐다. 투수로 전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비와 견제 등 마운드에서의 기본기가 떨어진다는 것이 전국대회 2관왕 투수가 상위 지명을 받지 못한 이유였다.

정인욱은 프로 입단 후 허리 부상을 당하며 재활에 매달렸고 결국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삼성을 이끌던 선동열 감독은 정인욱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2010년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28경기에 등판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1군에서의 첫 시즌 성적은 4승2패1홀드 평균자책점 5.31. 정인욱은 가을야구에서도 꾸준히 엔트리에 포함되며 삼성의 '차세대 에이스'로서 자리를 굳혔다.

정인욱은 류중일 감독(LG)이 부임한 2011년 자신의 잠재력을 확실히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2011년 31경기에 등판한 정인욱은 6승2패 2.25로 프로 3년 차 투수라고는 믿기 힘든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당시 정인욱이 윤성환, 차우찬(LG), 덕 매티스, 저스틴 저마노, 장원삼(롯데 자이언츠),정현욱(삼성 투수코치),안지만,권혁(두산), 권오준, 오승환 등이 버틴 최강 전력의 삼성 소속이 아니었다면 훨씬 더 중요한 보직을 소화했을 것이다.

정인욱은 2012년 13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2.49의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후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 입대 첫 시즌에 퓨처스리그에서 148.1이닝을 던진 정인욱은 2014년 허리 통증이 재발하면서 54이닝 소화에 그쳤다. 전역 후 팀에 합류한 정인욱은 허리에 큰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 삼성의 차세대 에이스로서 팬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정인욱은 2015년 배영수(두산 투수코치)의 한화 이적으로 유력한 선발 후보로 떠올랐지만 시범경기 부진으로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어깨 통증까지 겹친 정인욱은 2015 시즌 12경기에서 2승2패1세이브8.28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2경기에 등판해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애초에 정인욱의 엔트리 합류는 주력 투수 3명(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의 이탈로 인한 공백 메우기의 성격이 강했다.

결혼 후에도 부진 이어져

정인욱은 2016 시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으로 활약했다. 27경기 등판 중 23번이나 선발로 등판했고 데뷔 후 최다인 111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정인욱이 받아 든 성적표는 4승7패 6.81로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23번의 선발 등판 중 퀄리티스타트는 단 두 번 뿐이었고 소속팀 삼성 역시 정규리그 9위로 성적이 뚝 떨어졌다. 정인욱이 그 해 삼성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2017 시즌에도 정인욱의 활약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1군에서 9경기에 등판한 정인욱은 1승4패 9.84에 그쳤고 피안타율은 .333에 달했으며 이닝당 1.88명의 주자를 내보냈다. 1군에 등록된 기간이  49일에 불과했으니 실질적인 2군 선수였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았다. 2017년 정인욱이 야구팬들에게 이름이 오르내린 것은 여자친구인 개그우먼 허민의 임신과 결혼 계획 소식이 들려 왔을 때 뿐이었다.

결혼과 출산으로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할 명분이 생긴 정인욱은 2018 시즌 19경기에 등판해 31이닝을 던지며 1승3.48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분유버프'라고 하기엔 등판경기와 소화이닝이 너무 적었고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춘 작년 시즌에는 2패7.06으로 성적이 다시 나빠지고 말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정인욱의 잠재력 폭발을 기다렸던 삼성팬들의 기대도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어느덧 한국나이로 31세, 프로 12년 차가 된 정인욱에게 올해는 실질적인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정인욱은 최채흥의 성장과 오승환의 복귀, 심창민의 전역 등 다사다난했던 삼성 마운드에서 5경기 밖에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고 5.1이닝5실점으로 평균자책점8.44의 초라한 시즌을 보냈다. 결국 정인욱은 정규리그가 끝나자마자 웨이버 공시되며 삼성 선수 중 가장 먼저 방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성영훈, 오병일, 정성철, 박민규, 고원준, 허준혁,조승수까지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을 받았던 1990년생 투수들 중 상당수는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일찍 프로생활을 마감했다. 이제 그 비운의 명단에 정인욱의 이름이 들어갈 위기에 처했다. 유원상(kt 위즈), 홍상삼(KIA 타이거즈) 등 올 시즌 방출 선수 출신들이 재기에 성공했던 것처럼 아직 은퇴하기엔 너무 이른 정인욱 역시 내년 시즌 다른 팀에서 재기의 불꽃을 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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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정인욱 웨이버 공시 박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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