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라운드에서 극적인 잔류를 확정지은 김남일 감독이 경기 종료 후 눈물을 흘렸다.

최종 라운드에서 극적인 잔류를 확정지은 김남일 감독이 경기 종료 후 눈물을 흘렸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남일 감독이 이끄는 성남FC가 부산아이파크와의 최종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K리그1 잔류를 확정지었다.

성남은 31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산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27라운드 홈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승점 3을 추가한 성남은 7승 7무 13패(승점 28)로 잔류에 성공하며 10위로 마감했다. 반면 부산은 5승 10무 12패(승점 25)에 머무르며, 같은 시각 서울전에서 승리를 거둔 인천(승점 27)에 밀려 1년 만에 K리그2로 강등됐다.
 
성남, '1골 1도움' 홍시후 활약으로 극적인 역전승
 
징계로 인해 3경기 만에 벤치를 지킨 김남일 감독은 3-5-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골키퍼 김영광을 중심으로 임승겸-연제운-마상훈이 스리백을 형성했다. 허리는 서보민, 이재원, 김동현, 이스칸데로프, 이태희가 맡았으며, 투톱은 나상호-홍시후였다.
 
부산은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최필수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포백은 이상준-김동우- 김명준-김문환으로 짜여졌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김정현-박종우, 2선은 이규성-호물로-이동준, 원톱은 이정협이었다.
 
자력으로 잔류하기 위해서는 승리가 필요했다. 그래서인지 두 팀 모두 투지가 느껴졌다. 평소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성남의 공격이 매섭게 펼쳐지는 초반 흐름이었다. 전반 8분 문전에서 홍시후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문 옆으로 벗어났다. 전반 22분에도 나상호가 예리한 슈팅이 최필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높은 점유율로 공격에 박차를 가하던 성남을 맞아 부산이 일격을 가했다. 해법은 역습이었다. 전반 31분 이동준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과감한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선제골을 내준 성남은 전반 38분 홍시후, 45분 김동현의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0-1로 뒤진 채 전반전을 마감했다.
 
다급한 성남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스트라이커 토미를 교체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후반 10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재원의 헤더가 또 다시 최필수 골키퍼에게 막혔다. 김남일 감독은 후반 16분 수비형 미드필더 김동현을 빼고 공격수 김현성을 투입하며 대대적인 총공세로 전환했다.
 
동점골을 노리던 성남은 결국 후반 20분 동점골로 따라붙었다. 왼쪽에서 서보민의 크로스를 홍시후가 터치한 뒤 왼발 터닝슛을 성공시켰다.
 
이에 부산도 공격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는 난타전 성향을 띠기 시작했다. 후반 23분 이정협이 성남 골문을 위협했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여전히 성남이 쥐고 있었다. 마침내 후반 32분 역전을 만들었다. 토미가 올려준 프리킥을 홍시후가 골문 앞에 대기하던 마상훈에게 패스했다. 마상훈은 침착하게 마무리지으며 대역전극을 이끌어냈다.
 
 2001년생 신예 홍시후가 최종라운드 부산전에서 1골 1도움으로 성남의 잔류를 이끌었다.

2001년생 신예 홍시후가 최종라운드 부산전에서 1골 1도움으로 성남의 잔류를 이끌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초보 감독' 김남일, 믿음의 리더십으로 잔류 이끌다
 
성남은 올 시즌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김남일 감독은 경기 휘슬이 울리자마자 벤치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낸 것과 달리 김남일 감독은 제대로 된 지도자 경험이 없는 초보였다. 성남 수뇌부는 이러한 김남일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파격 선임으로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출발은 좋았다. 개막 후 4경기 연속 무패(2승 2무)로 K리그 상위권 판도를 흔들었다. 끈끈한 수비 조직력과 빠른 역습이 주효한 결과였다. 호성적에 힘입어 김남일은 K리그 5월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성남의 패배는 급격히 늘어났다. 초보 감독 김남일은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고, 결국 파이널B로 밀려나고 말았다. 성남으로선 리그 잔류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야 했다. 시즌 막판까지 강등 경쟁은 치열했다. 강원을 제외한 5개팀이 살얼음판 경쟁에 뛰어들었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김남일 감독은 지난 4일 강원과의 24라운드에서 경기 종료 후 심판에게 불필요한 항의로 퇴장을 당했다. K리그연맹은 김남일 감독에게 3경기 출전 정지를 내렸다.
 
이토록 중요한 시점에서 초보 감독의 한계를 드러낸 것과 다름없었다. 성남은 김남일 감독이 빠진 서울전에서 0-1로 패하며 강등이 현실화되는 분위기였다. 최하위 인천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남은 26라운드 수원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그리고 최종라운드 부산전에서도 뒷심을 발휘해 한 골의 열세를 극복했다.
 
마지막 2경기에서 성남의 잔류를 이끈 것은 홍시후-나상호 듀오였다. 김남일 감독이 보여준 믿음의 리더십이 적중한 결과였다. 2001년생 홍시후는 시즌 초반 신데렐라로 등장하며 성남의 희망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드리블, 침투, 활동량 모두 좋았던 것에 반해 득점이 터지지 않았다. 결국 홍시후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올 시즌 성남의 운명을 좌우할 최종라운드에서 선발 출장의 기회를 부여받았고, 1골 1도움으로 김남일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또, 이날 득점을 올리지 못했지만 팀 내 최다득점자인 나상호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성남은 올 시즌 스트라이커 부재에 시달렸다. 양동현, 김현성, 토미가 번갈아가며 출전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나마 나상호가 답답했던 팀 공격의 물꼬를 틀었다. 난 6월 FC도쿄에서 성남으로 임대 이적한 나상호는 초반 6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나상호로선 초초할 법도 했는데 김남일 감독은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부담을 던 나상호는 골로 보답했다. 지난 8월 9일 인천전에서 멀티골을 쏘아올리며, 마수걸이골을 신고한 이후 주요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했다. 나상호는 인천전부터 13경기에서 7골을 폭발키시며 성남 잔류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김남일 감독은 1시즌을 보내며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절반의 가능성을 확인한 시즌이었다. 내년에는 더욱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나원큐 K리그1 2020 27라운드 (2020년 10월 31일, 탄천종합운동장)
성남 FC 2 - 홍시후 65', 마상훈 77'
부산 아이파크 1 - 이동준 31'
 
선수명단
성남 3-5-2/ 김영광/ 마상훈, 연제운, 임승겸(45'토미)/ 이태희, 이스칸데로프, 김동현(61'김현성), 이재원, 서보민/ 나상호(81'안영규), 홍시후
 
부산 4-2-3-1/ 최필수/ 김문환, 김명준, 김동우, 이상준/ 김정현(79'박관우), 박종우/ 이동준, 호물로, 이규성(67'박호영)/ 이정협(85'김현)
 
#2020 K리그1 파이널 라운드 그룹B 최종 순위
7위 강원 - 승점 34, 9승 7무 11패 36득점 41실점
8위 수원 - 승점 31, 8승 7무 12패 27득점 30실점
9위 서울 - 승점 29, 8승 5무 14패 23득점 44실점
10위 성남 - 승점 28, 7승 7무 13패 24득점 37실점
11위 인천 - 승점 27, 7승 6무 14패 25득점 35실점
12위 부산 - 승점 25, 5승 10무 12패 25득점 38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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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김남일 홍시후 나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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