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O리그 정규리그는 마지막날이 돼서야 최종순위가 결정될 만큼 역대급 경쟁이 벌어졌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록한 kt 위즈는 최종전에서 한화 이글스에게 3-4로 패하고도 최종순위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인천에서 SK 와이번스가 LG 트윈스를 잡아준 덕분이었다. 한 때 선두까지 노리던 LG는 최종순위 4위로 떨어져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힘든 포스트시즌의 여정을 이겨 나가야 한다.

마지막날 최고의 수혜자는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였다. 유희관의 8년 연속 10승, 라울 알칸타라의 20승에 힘입어 79승4무61패로 정규리그를 마친 두산은 LG와 전적이 같았지만 상대전적에서 9승1무6패로 앞서 최종순위 3위를 기록했다. 지난 4년 간 정규리그에서 1위, 2위, 1위, 1위를 기록했던 두산의 성적을 고려하면 3위는 아쉬운 성적이지만 5위권을 전전하던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한 것은 '작은 기적'이라고 해도 큰 과장이 아니다.

이제 KBO리그는 11월1일부터 곧바로 포스트시즌 일정에 들어간다. 4위 LG는 지금까지 5번의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그랬던 것처럼 상위팀의 승리공식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고 5위 키움 히어로즈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첫 이변을 꿈꾸고 있다. 넥센 시절부터 만나면 언제나 치열한 명승부를 벌이던 두 팀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해 2020 KBO리그 포스트시즌의 뜨거운 시작을 알릴 수 있을까.

준플레이오프까지 최단 시간 전력으로 간다

구단 창단 30주년에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의 은퇴시즌. LG에겐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려야 할 명분이 확실했다. 그리고 LG는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하며 그 꿈에 가까이 다가가는 듯 했다. 하지만 LG는 정규리그 마지막 2경기에서 최하위 한화와 9위 SK에게 연패를 당하며 플레이오프가 아닌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올해의 포스트시즌 일정을 시작하게 됐다. 

그나마 LG의 위안거리를 찾자면 정규리그 마지막 2경기를 통해 에이스 케이시 켈리를 아꼈다는 점이다. 후반기 13경기에서 11승을 수확한 켈리는 외국인 투수로는 2000년의 데니 해리거에 이어 20년, 국내 선수까지 합쳐도 2001년의 신윤호에 이어 19년 만에 시즌 15승을 따낸 LG 투수로 등극했다. 류중일 감독은 키움이 에이스 에릭 요키시를 쓸 수 없는 1차전에서 켈리를 앞세워 시리즈를 조기에 끝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상대 타자들이 선발투수를 더욱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포스트시즌의 특성상 불펜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 밖에 없다. LG는 정우영과 진해수,그리고 마무리 고우석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잘 돌아가야 승리 확률이 높아지는 팀이다. 하지만 고우석은 10월 1패3세이브 평균자책점4.30으로 기복이 심했다. 고우석은 작년에도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패1세이브10.80으로 난조를 보인 바 있어 LG팬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타선에서는 부상으로 10월 한 달을 통째로 날려 버린 로베르토 라모스의 복귀가 반갑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뛰어난 파워를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의 장타 한 방이 시리즈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수의 핵심인 오지환이 프로 데뷔 12년 만에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끌어 올린 것도 고무적인 부분이다. 다만 타격왕 경쟁을 하던 김현수가 10월 한 달을 타율 .207 무홈런으로 마친 것이 LG에게는 큰 불안요소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그 어느 해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만약 LG가 포스트시즌의 1차 관문부터 투수진을 대거 소모한다면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간다 해도 크리스 플렉센과 라울 알칸타라로 이어지는 외국인 원투펀치가 버틴 두산 베어스와의 잠실 시리즈 승산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힘든 길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정도는 최대한 빠른 시점에 끝내야 한다는 뜻이다.

에이스 없이 치러야 하는 힘겨운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은 지난 8일 팀을 3위로 이끌고 있던 손혁 감독이 돌연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손혁 감독의 사퇴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분분했지만 결과적으로 키움은 김창현 감독대행 체제로 잔여 시즌을 치렀고 마지막 12경기에서 7승5패를 기록하고도 최종 순위가 5위로 떨어졌다. 키움이 정규리그 5위로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치르는 것은 염경엽 감독과 장정석 감독(KBS N SPORTS 해설위원) 시절에는 겪어보지 못한 창단 후 첫 경험이다.

작년 시즌 3명의 10승 투수를 거느린 채 가을야구를 시작했던 키움은 올해 10승 투수를 한 명 밖에 배출하지 못했다. 그나마 팀 내 유일한 10승 투수이자 리그 평균자책점 1위(2.14) 요키시는 30일 두산과의 최종전에서 97개의 공을 던졌기 때문에 와일드카드 시리즈에 등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키움은 제이크 브리검을 1차전, 그리고 1차전 승리시 최원태 또는 좌완 이승호를 2차전에 내세워 켈리-임찬규와 자웅을 겨룰 예정이다.

특정 핵심 선수 몇 명에게 불펜을 맡기는 LG에 비해 양적으로 다양한 불펜진을 가동할 수 있다는 점은 키움의 장점이다. 키움은 올해 데뷔 첫 세이브왕을 차지한 마무리 조상우를 중심으로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안우진, 홀드 2위(25개)를 차지한 좌완 이영준, 8승을 거둔 잠수함 양현 등 가용 자원이 상당히 풍부하다. 경기 중반 이후 불펜의 물량싸움이 벌어진다면 키움이 유리하게 경기를 끌고 갈 수 있다.

생애 첫 100타점을 돌파한 이정후와 역시 데뷔 첫 30홈런 시즌을 만든 김하성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 듀오의 위력은 어느 팀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박병호가 히어로즈 합류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긴 했지만 여전히 가을야구에서는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한 방을 가진 무서운 타자다. 키움팬들은 시즌 내내 실망만 안겨준 외국인 타자 에디슨 러셀이 포스트시즌에서는 부디 '빅리그 올스타 본능'을 뽐내주길 기대하고 있다.

역대 5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팀이 4위팀에게 연승을 거두고 준플레이오프로 올라간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키움은 작년과 재작년 가을야구에서도 야구팬들이 예상하지 못한 이변을 일으키며 돌풍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언젠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팀의 업셋이 일어난다면 그 주인공은 4위와의 승차가 0.5경기에 불과했던 2020년의 키움이 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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