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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시 오름'이라는 지명에 대한 이야기 등이 안내되어 있다. 주차장을 지나 오르는 주 등산로 입구에 세워져 있다.
▲ 띠라비 오름 안내판 "따라시 오름"이라는 지명에 대한 이야기 등이 안내되어 있다. 주차장을 지나 오르는 주 등산로 입구에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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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제주제일고등학교 동창 일곱 명과 함께 제주 갑마장길을 걷다 따라비 오름에 올랐다.
 
가을에 따라비 오름을 오르면 3개의 분화구와 분화구를 둘러싸고 있는 능선의 억새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 따라비 오름의 억새 가을에 따라비 오름을 오르면 3개의 분화구와 분화구를 둘러싸고 있는 능선의 억새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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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비 오름은 전에 두 차례나 올랐던 곳이다. 따라비 오름은 분화구 세 개가 이웃해 있어 다른 오름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구조를 하고 있어서 유명하다. 오름 기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느 오름이 제일 좋더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따라비 오름'이라 한다. 그만큼 제주 오름들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오름의 여왕인 것이다.

오름 가까이에 모지 오름, 장자 오름, 새끼 오름이 모여 있어서, 모지, 장자, 새끼 등의 오름이 있는데 그 오름들 중 으뜸이라 하여 '땅 할아비'에서 유래했다는 등 다양한 설이 있지만 인근에서 중심이 되는 오름 격을 갖추고 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따라비 오름 북쪽에는 새끼 오름, 북서쪽에는 큰사슴이 오름, 족은사슴이 오름이 있다. 또한, 남동쪽에는 설 오름이 있으며, 남서쪽에는 번널 오름과 병곶 오름이 있다. 주변이 널려있는 오름들의 중심인 것이다.
 
따라비 오름 주변에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태양광 발전기와 풍력발전기들이 세워진 재생에너지 단지가 넓게 자리잡고 있다.
▲ 재생에너지 단지 따라비 오름 주변에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태양광 발전기와 풍력발전기들이 세워진 재생에너지 단지가 넓게 자리잡고 있다.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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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고려 때 원이 탐라총관부를 두고 통치하였다. 원이 많은 목호들을 보내어 말을 사육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조선이 건국되고 나서도 제주는 몽골의 이 전통을 이어받아 국영 목마장으로 활용했다. 말을 키우는 관리를 두고, 말을 키우는 사람들(제주어로 '테우리')을 두어 말들을 키웠다. 이렇게 키워진 말들은 육지로 보내어져 군마 등으로 이용되었다.

정조 때는 제주에 좋은 말을 키우는 목장으로서 가시리 지경 약 900ha(270만 평,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 면적)에 갑마장을 설치하여 말들을 키웠다 한다. 지금도 갑마장 둘레길을 한 바퀴 다 도는 코스는 20km에 이른다니 얼마나 넓은 지역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한양도성길을 한 바퀴 도는 것보다 좀 더 긴 길이다. 다음에 날을 잡아서 제대로 한 번 걸어볼 생각이다.
 
3개의 굼부리가 보이고 오름 능선에는 억새꽃이 한창이다.
▲ 따라비 오름 뒷면에서 올려다 보는 모습 3개의 굼부리가 보이고 오름 능선에는 억새꽃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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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마장은 국가에서 지정하여 관리를 두고 말들을 키웠지만 갑마장 밖에는 산마장이라 하여 반 국유화되어 있는 목장들이 있었다고 한다. 갑마장과 산마장 경계에는 겹담으로 성을 쌓아 경계를 짓고, 말들이 경계 지역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잣성'을 쌓았다. 제주 곳곳에는 이런 잣성들이 많은데, 대부분 많이 훼손이 되었지만 이곳 갑마장 둘레에는 아직도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승용차를 갑마장 유채꽃 플라자 인근에 세우고 걷기 시작했다. 제주에 자생하는 동백, 조록, 구실잣밤, 참식, 말오줌대, 사스레피 등 많은 상록수 우거지고 때론 편백, 삼나무 등 조림이 되어있는 호젓한 갑마장 숲길을 걷다가 따라비 오름으로 올랐다.
 
국화과 식물로 전국 산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어린 잎은 나물로 이용한다.
▲ 등골나물 국화과 식물로 전국 산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어린 잎은 나물로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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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 산행을 하면 '이 산에는 어떤 들꽃들이 피어 있나?' 유심히 살피며 걷는 습관이 있다. 이날도 예외는 아니다.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걷고 있지만 나는 따리비 오름을 오르고 내리면서 가을에 피어있는 들꽃 사진들을 열심히 찍으며 오름을 올랐다. 아래에서는 이날 따라비 오름을 오르고 내리면서 만났던 가을 들꽃들 몇 종을 소개하고자 한다.
 
국화과 식물로 8~10월 전국의 산야에서 볼 수 있다. 이린 잎은 나물로 이용된다.
▲ 쇠서나물 국화과 식물로 8~10월 전국의 산야에서 볼 수 있다. 이린 잎은 나물로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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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과식물로서 잎 두장이 마치 나비 날개 모양을 하고 있고, 꽃모양도 나비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 나비나물 콩과식물로서 잎 두장이 마치 나비 날개 모양을 하고 있고, 꽃모양도 나비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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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부터 10월까지 전국의 들판과 야산 어디에서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개쑥부쟁이는 역시 이곳 따라비 오름 비탈과 등산로 주변에 어디에서나 흔하게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들꽃 이름을 잘 몰라서 개쑥부쟁이나 산국, 감국을 구분하지 않고 통칭하여 '들국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이들은 모두 국화과 식물로 민들레 꽃과 비슷한 형태의 두상화를 꽃피운다. 국화과 식물은 꽃의 가운데 통꽃 부분과 그 주변을 둘러가면서 돋아있는 혀꽃 부분으로 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통꽃 부분 없이 혀꽃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씀바귀나 고들빼기 같은 꽃들도 있다.
 
국화과 식물로 8월~10월 전국 들이나 야산에서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쑥부쟁이' 이름에 얽힌 슬픈 전설이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은 '들국화'라 부르기도 한다.
▲ 개쑥부쟁이 국화과 식물로 8월~10월 전국 들이나 야산에서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쑥부쟁이" 이름에 얽힌 슬픈 전설이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은 "들국화"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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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과 식물로서 유럽 쪽에서 귀화한 식물이다. 목포와 함께 들어와서 지금은 제주 중산간 전역에 퍼져 있다. 꽃도 사계절 볼 수 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서양민들레라고 하는데, 서양민들레는 따로 있으며 도시 근교에서 많이 볼 수 있다..
▲ 서양금혼초 국화과 식물로서 유럽 쪽에서 귀화한 식물이다. 목포와 함께 들어와서 지금은 제주 중산간 전역에 퍼져 있다. 꽃도 사계절 볼 수 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서양민들레라고 하는데, 서양민들레는 따로 있으며 도시 근교에서 많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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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형과 식물로서 겹산형 꽃차례를 하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나 길가, 들판, 산야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어린 잎은 나물로 이용한다.
▲ 기름나물 산형과 식물로서 겹산형 꽃차례를 하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나 길가, 들판, 산야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어린 잎은 나물로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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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비 오름에서 꽃으로 만났던 국화과 식물들은 슬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개쑥부쟁이, 쇠서나물, 귀화식물인 서양금혼초, 참취, 등골나물, 제주와 여수 등에서만 자생한다는 물머위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할 수 없어서 억새 뿌리에 기생하는 작은 몸집에 연한 분홍색 관통 모양의 꽃을 달고 있는 '야고'를 만나는 행운을 얻어서 기분이 좋았다.  
 
초롱꽃과의 식물로서 잔대, 당잔대, 수원잔대 등 잔대 종류가 10여 종 된다. 옛날부터 뿌리는 더덕이나 도라지처럼 식용, 약용한다.
▲ 당잔대 초롱꽃과의 식물로서 잔대, 당잔대, 수원잔대 등 잔대 종류가 10여 종 된다. 옛날부터 뿌리는 더덕이나 도라지처럼 식용, 약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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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의 꽃이 수줍어 땅을 내려다보고 있는 당잔대 꽃이 이날 오름 기행에서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화초로도 재배하면 좋다고 한다. 특히 잔대의 뿌리는 사근이라 하여 더덕이나 도라지처럼 약용, 식용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잔대는 초롱과 꽃으로 우리나라에 자행하는 것만 해도 종류가 여나믄 가지가 된다.  
 
열당과의 기생식물이다.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여수에 자생한다. 서울 상암동의 하늘공원의 억새에서도 기생하는데, 그 억새들이 제주도에서 가져다 심어서 억새에 딸려온 것이다.
8월 ~10월 제주 지역의 억새 밭에서 볼 수 있으며 옅은 분홍색 통 모양을 하고 있는 꽃이 피는 1년생 식물이다.
▲ 야고 열당과의 기생식물이다.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여수에 자생한다. 서울 상암동의 하늘공원의 억새에서도 기생하는데, 그 억새들이 제주도에서 가져다 심어서 억새에 딸려온 것이다. 8월 ~10월 제주 지역의 억새 밭에서 볼 수 있으며 옅은 분홍색 통 모양을 하고 있는 꽃이 피는 1년생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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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과 식물로서 8~10월에 꽃이 피고 사람들이 '취나물'이라 하여 나물로 무쳐서 즐겨 먹는다.
▲ 참취 국화과 식물로서 8~10월에 꽃이 피고 사람들이 "취나물"이라 하여 나물로 무쳐서 즐겨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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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제주에만 자생하며 억새에 기생한다는 '야고'도 만날 수 있었다. 야고는 서울의 상암동 하늘공원의 억새밭에 가면 만날 수 있는데, 하늘 공원을 조성하면서 이 억새들을 제주에서 가져다 심으면서 따라왔다는 것이다. 자연은 신비롭다. 스스로는 광합성을 하지 못하면서 남이 만들어 놓은 영양분을 이용하여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야고와 같은 식물이 있다는 것도 특이하지 아니한가?
 
마타리과 식물로서 꽃은 8~9월에 핀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전초는 약초로도 사용한다. 뿌리에서 장류가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하여 '패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 마타리 마타리과 식물로서 꽃은 8~9월에 핀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전초는 약초로도 사용한다. 뿌리에서 장류가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하여 "패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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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편초과의 관목으로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줄기나 잎에서 누린내가 난다고 하여 사람들이 싫어하지만 잎을 따서 두면 냄새가 금새 사라진다. '토아위'라고 하여 약재로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혈압을 내리는 약효도 있다고 한다.
▲ 누리장나무 마편초과의 관목으로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줄기나 잎에서 누린내가 난다고 하여 사람들이 싫어하지만 잎을 따서 두면 냄새가 금새 사라진다. "토아위"라고 하여 약재로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혈압을 내리는 약효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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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과 식물로서 제주도와 여수 지역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습한 물가에 자란다.
▲ 물머위 국화과 식물로서 제주도와 여수 지역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습한 물가에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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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뿌리에서 장 썩는 역겨운 냄새가 난다는 마타리, 잎이 나비 날개 같이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여진 나비나물, 누린내가 난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누리장 나무, 봉숭아가 자손들을 번식시키기 위하여 씨앗이 터질 때는 '톡'하고 튕겨 퍼지는 물봉선 등은 산을 내려와 냇가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오름 기행에서 처음 만난 제주 특산의 '물머위'를 알게 된 것이 큰 수확 중의 하나이다.

그렇지만 제주의 가을 산을 지배하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단연코 억새가 아니겠는가? 따라비 오름 정상과 굼부리는 물론 내려와서 오름 뒷길을 걸으면서도 끝없이 만나는 것은 역시 억새였다. 제주의 중산간에서 억새가 없다면 얼마나 썰렁할까?

태그:#갑마장길, #따라비 오름, #가을 들꽃, #물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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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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