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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위 불타는듯한 하늘을 가르면서 바다는 영롱한 구슬을 뱉어냈다.
▲ 설악해맞이공원에서 본 일출 수평선 위 불타는듯한 하늘을 가르면서 바다는 영롱한 구슬을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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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위 불타는 듯한 하늘을 가르면서 바다는 영롱한 구슬을 뱉어냈다. 구슬은 너무나도 선명한 빛을 띠고 있어 적당한 단어를 찾을 수가 없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핸드폰의 카메라를 응시하느라 떠오르는 태양의 기운을 가슴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틈도 없었다.
 
동쪽 바다의 여명과 분주한 새벽의 횟집들
▲ 속초항의 여명 동쪽 바다의 여명과 분주한 새벽의 횟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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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을 보기 위해 설악동에서 설악해맞이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이미 여명으로 어둠이 가시고 하늘은 불그레했다. 해맞이공원의 방파제 위로 올라서니 멀리 보이는 수평선은 누가 기름을 붓고 불을 놓은 듯 붉은 빛이 위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바다 맞은 편 횟집들은 새벽부터 횟거리를 잡느라 배를 띄우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간간이 소리치는 소리도 들렸다.
 
아침 해의 붉은 기운에 붉게 물든 설악산
▲ 새벽의 설악산 아침 해의 붉은 기운에 붉게 물든 설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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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오전 6시 45분, 동쪽 바다 밑에 숨었던 해가 떠올랐다. 일행은 태양이 뿜어내는 빛으로 눈이 시릴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해가 솟아오르고 있는 바다를 뒤로하고 길을 나서니 해의 붉은 기운에 앞에 보이는 설악산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하늘 위에서 비추는 햇빛으로 바다가 눈부시다.
▲ 아침 바다 하늘 위에서 비추는 햇빛으로 바다가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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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고 기다렸던 해돋이를 흡족하게 보고 나자 시장기가 돌았다. 이미 검색해 놓았던 해장국 집을 찾아 허기를 채우고 해파랑길 45코스로 들어서니 해는 이미 하늘 위에서 바다를 눈부시게 만들고 있었다. 아침 8시였다.
 
철조망이 남아 있으나 이제 화해와 협력의 상징물이 되어 있었다.
▲ 바다향기로 산책길의 철조망 철조망이 남아 있으나 이제 화해와 협력의 상징물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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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옹치항의 바다향기로 산책길로 들어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던 곳이다. 여전히 해안 경비초소가 있고 철조망이 남아 있으나 이제 철조망은 화해와 협력의 상징물이 되어 있었다.

속초 해수욕장을 지나 청호 해안으로 가는 아침 길은 조용했고 햇살은 눈부셨다. 해파랑길을 이어가려면 속초시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청초호를 두 번 건너야 했다. 우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한가한 설악대교를 건넜다. 함경도 실향민이 많이 살고 있다는 아바이마을이 나왔고 곧이어 두 번째 청초호를 건너는 갯배 선착장에 이르렀다. 
 
갯배는 아바이마을의 상징이면서 탑승자가 직접 배를 끄는 체험을 할 수 있어 이제는 아바이마을과 함께 속초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 되었다. 정면에 속초 시내가 보인다.
▲ 청초호의 갯배 갯배는 아바이마을의 상징이면서 탑승자가 직접 배를 끄는 체험을 할 수 있어 이제는 아바이마을과 함께 속초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 되었다. 정면에 속초 시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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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배는 아바이마을에서 속초 시내를 연결해 주는 교통수단이다. 설악금강대교가 개설되기 전, 청호동 아바이마을에서 속초 시내까지 갯배를 이용하면 100m 물길을 건너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았으나 갯배를 이용하지 않으면 청초호 둘레로 5km를 돌아가야 했다.

갯배는 동력선이 아니라서 사람이 쇠갈고리로 와이어를 당겨 반대편 선착장까지 배를 끌고 가야 한다. 갯배는 아바이마을의 상징이면서 탑승자가 직접 배를 끄는 체험을 할 수 있어 이제는 아바이마을과 함께 속초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 되었다.
 
영랑호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중천에 뜬 태양의 햇살에 반사되어 설악의 울산바위는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 영랑호 영랑호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중천에 뜬 태양의 햇살에 반사되어 설악의 울산바위는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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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항을 지나 다소 지루한 등대 해변 길을 걸어 영랑호로 향했다. 신라 화랑 영랑의 전설이 깃든 영랑호에 도착하니 정면의 울산바위가 일행을 반기고 있었다. 오전 11시. 중천에 뜬 태양의 햇살에 반사되어 설악의 울산바위는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복자기 단풍나무와 잔잔한 호수, 이름만 들어도 우람한 둘레길 중간 지점에 있는 범바위, 영랑호 환경 보존을 주장하며 걷고 있는 환경단체 사람들, 이미 경관을 파괴한 호숫가 아파트 벽면에 붙어있는 영랑호 개발 반대를 외치는 플래카드 등 이 모든 것이 8km에 달하는 영랑호 둘레길에서 만나는 광경이다.

물론 햇빛에 따라 다양한 빛을 발하는 울산바위와 더불어. 영랑호 둘레길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걸어가니 해파랑길 45코스의 종착지인 장사항이 나타났다. 이리하여 17.5km에 달하는 해파랑길 45코스가 끝이 났다. 

이른 아침부터 바닷길을 걸었으니 오후에는 속초 하면 떠오르는 설악산을 둘러볼 차례다.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에 걷기에 편하고 단풍으로 길이 아름다운 비선대로 향했다. 마고 신선이 풍류를 즐겼다는 와선대의 너럭바위는 세월에 씻겨 사라졌으나 흐르는 계곡물은 깊이를 가름할 수 없을 정도로 청량했다. 
 
핸드폰의 카메라로는 비선대의 절경을 모두 담을 수 없었다.
▲ 비선대 핸드폰의 카메라로는 비선대의 절경을 모두 담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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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선대에서 300m쯤 올라가니 마고 신선이 하늘로 올라간 자리라는 비선대에 닿았다. 커다란 바위 위를 흐르고 있는 맑은 계곡물과 바위에 새겨진 옛 선인들의 명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기암절벽, 백 년이 넘는 세월을 이겨낸 고목 등이 어우러진 비선대의 절경은 어느 계절 어느 시간에 찾아가도 최고라 하겠다.
 
늦은 오후 설악산의 단풍은 저물어 가는 햇살로 더욱 빛이 선명했다.
▲ 설악의 일몰 늦은 오후 설악산의 단풍은 저물어 가는 햇살로 더욱 빛이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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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설악산의 단풍은 저물어 가는 햇살로 더욱 빛이 선명했다. 뾰족하고 웅장하게 이어지는 바위 봉우리 아래 단풍색으로 물든 숲은 울창했다. 금강산을 가 보지는 못했으나 겸재 정선이 그린 금강산도가 떠 올랐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니 그 많던 관광객들도 어느새 사라지고 비선대에서 내려오는 하산길은 한적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가을날, 해가 저무는 오후의 설악산은 아름다웠다. "가을의 단풍은 인생의 가을처럼 아름답다"라는 어느 지인의 말이 생각났다.
 
전날 같은 시각 외옹치항에서 바라본 일몰
▲ 외옹치의 일몰 전날 같은 시각 외옹치항에서 바라본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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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설악해맞이공원, #해파랑길 45코스, #외옹치, #갯배, #영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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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반 동안 대한민국의 이곳저곳을 쏘다니다가 다시 엘에이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에서도 열심히 다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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