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태익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한·미동맹의 토대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한다고 말했다.
 정태익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한·미동맹의 토대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한다고 말했다.
ⓒ 김순복

관련사진보기

 
한반도 정세의 향배를 가를 초미의 관심사인 11.3 미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트럼프의 재집권 또는 바이든의 정권 교체 등, 결과가 향후 북·미 관계와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많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주미대사관, 주러 대사관 등지에서 외교관으로 역임했고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정태익 전 대사에게 미 대선, 국제·한반도 정세 등에 대한 전망을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26일 여의도 (사)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에서 진행됐다.
 
- 미 대선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바이든 후보 아들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폭로전이 다시 회자되면서 바이든 가족의 도덕성 문제가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이 큰 문제가 없는 한 재선에 성공한 전례를 봤을 때,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 대선 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어떨 것이라 보나?
"트럼프는 북한과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협상을 주도해온 반면, 바이든은 세밀한 실무협상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바이든은 북한의 선제적 비핵화가 전제돼야만 만날 수 있다고 엄격하게 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과 몇 번 협상을 한 경험이 있고 개인적 친분을 자랑하는 만큼 적절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김정은과의 만남이 다시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개인의 스타일과 개성에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미국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전략에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누가 승리하든 대북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 한·미 관계는 어떻게 될까?
"미국은 한국의 정치적·경제적 성장에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강력한 우방이며 이는 가까운 미래에도 계속 유효할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이나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은 한·미 동맹이 큰 틀에서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협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을 기반으로 남북문제를 해결해야 미래지향적인 한반도를 건설할 수 있다."

- 현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진단하는가.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사건과 지난 9월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살 얼음길을 걷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대남 유화 메시지를 보냈지만, 동시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해 군사적 긴장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 또 공무원 피격사건 공동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모습은 국민적 분노를 자아냈다. 근본으로는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있기에 남북 간 교착상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북한 선비핵화 있어야 통일 논의 가능... 문 정부, 북한 도발엔 확실히 대응해야"

-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동력 삼아 북한의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의 선 비핵화라는 조처가 선행돼야만, 종전선언과 진정한 남북 평화와 통일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현 정부는 남북관계를 좀 더 객관화해서 이해해야 한다. 북한 문제를 국제법적 관점보다 민족적 특수성으로 앞세워서는 안 된다. 현 정부가 할 말을 하지 못 하고 저자세를 취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그런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도발과 만행에는 확실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현 대북문제를 어떻게 이해할까.
"당시에는 북핵 문제가 전면적으로 제기되지 않았던 시절이어서, 북한이 서방국가들과 수교를 맺어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도록 노력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다만 북한의 무력도발에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원칙은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핵이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현 상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북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셨을 것으로 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다르게 생각하셨을 것이다."

- 과거 북한과 이탈리아 수교에 기여한 경험이 있다고 알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공식 방문했었다. 북한이 이탈리아와 수교를 맺도록 온 힘을 다하셨는데, 그때 내가 주이탈리아대사관 대사로 있으면서 실무적 역할을 도맡았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평양 방문을 앞둔 이탈리아 외무부 수장을 만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시며 고군분투하셨던 기억이 난다. 결과적으로 이탈리아와 북한이 수교를 맺었고, 이후 이탈리아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 최근 '5강 체제'에 대해 강조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4강은 한반도를 둘러싼 강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일컫는다. 여기에 한국이 포함돼 5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국은 이제 과거처럼 다른 국가로부터 식민 지배를 받거나 더 이상 나약한 국가가 아니다. 경제적 군사적으로는 세계 10위권을 자랑하고 있고 문화·예술적으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버젓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특히, '30~50클럽'(국민소득이 3만 달러면서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이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고 본다. 정치·경제·외교·군사·문화 등 다방면에서 더욱 영향력 있는 국가가 돼 동아시아 균형의 추를 맞춰야 한다. 이러한 토대에서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협력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 민간차원에서 남북교류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현재 남북생명농업협회 협회장으로 있으면서 북한과 농업교류를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민간 차원의 교류가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 정치적 여건이 어려워 활동에 제약이 크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이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지금 코로나19를 대응하는 방식이 국가별 각자도생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 의약품을 제공하는 등 일부 공헌하는 모습을 비추기도 했지만, 세계 패권국 미국은 적극적인 리더십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가 전염병 확산을 상호 협력적 차원에서 대응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국제주의 정신으로 국제공조 속에서 백신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태그:##정태익, ##미국대선, ##인터뷰, ##청와대외교안보수석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