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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공포가 세계를 침범한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150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경제는 붕괴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실직자가 되어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한국의 경우는 정도가 덜한 편이지만, 남유럽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경우 코로나가 국가의 보건 복지 시스템에 큰 타격을 입힌 곳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부 제약 업체들의 연구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업체들이 코로나에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영국은 8일부터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예고했다. 

제약회사들은 과거 다양한 약과 치료제를 통해 질병을 퇴치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과학자와 제약회사들은 질병과 싸우는 일을 수 세기에 걸쳐서 해왔다. 그들의 노력이 이번에도 성공하길 바란다.
 
인류의운명을바꾼약의탐험가들
 인류의운명을바꾼약의탐험가들
ⓒ 도널드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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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운명을 바꾼 약의 탐험가들'은 제약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인류의 영원한 적인 질병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 약을 만드는 과학자와 제약회사의 이야기다. 저자인 저자인 도널드 커시는 제약 특허만 24를 가지고 있는 신약 연구자로, 현재 대학에서 신약 개발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인물이다. 덕분에 책의 내용이 매우 풍성하다.

저자는 약을 만드는 일은 인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었으며, 사람들의 삶을 큰 폭으로 개선한 위대한 업적이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그는 일례로 마취제의 개발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 설명한다.

마취제가 대량 생산되기 이전에는 병원에서 환자를 마취시킬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의사는 환자의 목을 조르거나 머리를 세게 때려야 했다. 칼놀림도 빠르게 해야 했으니 수술은 지극히 위험했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차분하고 깔끔한 병원의 이미지가 익숙하지만, 마취제 개발 이전, 병원에서는 비명이 가득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호러 쇼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책은 마취제 개발 이전에 있었던 한 일화를 독자에게 소개한다. 런던대 병원에서 일했던 리스턴 박사의 수술 과정에서, 한 환자가 괴저로 인해 사망했다. 그런데 이 리스턴 박사의 수술 과정에서 죽은 사람은 환자뿐만이 아니었다.

박사의 칼이 조수의 손가락을 두 개나 자르고 만 것이다. 이 때문에 조수도 목숨을 잃고 말았다. 박사의 칼은 수술 도중 구경꾼의 코트에 까지 닿았고, 구경꾼마저 숨지고 말았다.
 
환자와 조수 모두 결국 괴저로 죽고 말았다. 한편 똑같은 수술을 구경하던 사람 한 명은 리스턴이 휘두른 칼날이 코트를 베고 지나가자 자신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고 믿은 나머지 충격을 받아 죽었다. 마취제가 쓰이기 이전의 시대에는 수술이 그렇게 위험했다. - 본문에서
 
환자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환자, 조수, 구경꾼이 모두 사망한 것이다. 그러나 마취제가 개발된 이후 이런 끔찍한 수술은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약을 만드는 일이 위대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아주 오래된 선사시대에는 사람들이 약초를 따거나 버섯을 먹으면서 직접 신약을 체험해 보았다. 오늘날에는 그런 식으로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대신 대형 제약회사에 의존한다. 약을 개발하고 사람들에게 시험하는 일에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과학자의 아이디어 중 5%만이 회사의 관리부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고, 예산을 지원받은 약의 2%만이 미 연방 식품 의약국의 승인을 받는다고 한다. 미 연방 식품 의약국의 승인을 받는 약 하나에 15억 달러와 14년이 소요된다고 하니, 상상도 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인 셈이다.

게다가 신약 개발은 자동차나 핸드폰을 만드는 일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개발 과정에서의 불안정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약 개발이 자동차 설계보다는 영화 제작에 더 가깝다고 한다.
 
디즈니는 영화제작팀에게 확신을 갖고 이렇게 말할 수 없다. "가서 사람들을 웃고, 울고, 즐겁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어 와." 이와 비슷하게, 제약회사는 바라는 대로 작용하는 약을 얻게 될 거라고 결코 확신할 수 없다. -본문에서
 
이런 복잡한 생산 과정으로 인해, 신약 개발은 기업과 자본, 사회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분석이다. 제약 회사로서는 투자자의 눈치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에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때문에 제약회사가 직원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좋은 약의 개발을 놓치기도 한다. 약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셈이다. 저자가 약에 대해 설명하면서 대형 제약회사와 제약 시장에 대해서도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순히 약의 역사에 대해 묶는 책이 아니라, 약과 사회에 대한 관계를 조망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책이다.

저자는 많은 시행착오와 운이 제약의 역사를 발전시켰다고 말한다. 전염병의 공포와 죽음이 이어진 2020년도 어느덧 끝나가고 있다. 인류의 운명이 제약회사에 걸린 지금, 그들에게서 새로운 소식이 우리를 찾아오길 간절히 소망한다.

인류의 운명을 바꾼 약의 탐험가들

도널드 커시, 오기 오가스 (지은이), 고호관 (옮긴이), 세종서적(2019)


태그:#제약, #신약, #제약회사, #마취제,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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