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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나 유럽 도시의 거리를 걷는 젊은 동양인 여성은 종종 모르는 남성으로부터 휘파람 소리를 듣게 된다. 예쁘고 아름답다는 표현일까 싶지만, 어딘가 불쾌하다. 특히 인파가 많은 대도시에서는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남성 여럿이 한 사람에게 이런 행동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노골적으로 외모를 칭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까이 다가와서 말을 걸기도 한다. 이런 행위는 '캣 콜링'이라 부르는 성희롱이자 성차별적 폭력이다. 

2016년 미국 뉴욕시 대학생 소피 샌드버그(Sophie Sandberg)는 이런 캣콜링을 되받아치는 운동을 시작한다. 여성들이 지나가는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이런 폭력적인 행위의 문제점을 낙서로 알리기로 한다. 도구는 여러 색의 두꺼운 분필 한 가지. 공공장소를 걷는 누구나 볼 수 있게 길바닥에 큼지막한 글씨로 남성들의 발언을 '박제' 했다.

"여기 밖에서 기다릴게, 아가씨들!"
"칭총 (미국에서 동양인을 지칭하는 혐오 표현), 너 정말 아름답다." 
"어이 거기, 나랑 나중에 데이트할래? 18살 넘으면 연락해."
 
 
    독일 하노버에서 참여한 '초크 백' 캠페인. 참여자들은 캣콜오브(catcallsof)와 도시 이름을 붙여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다.
  독일 하노버에서 참여한 "초크 백" 캠페인. 참여자들은 캣콜오브(catcallsof)와 도시 이름을 붙여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다.
ⓒ @catcallsofhann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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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활용해 전 세계로 퍼트린 성희롱 저항 캠페인

해시태그는 '멈춰라 길거리 희롱'(#stopstreetharrassment). 인스타그램 캣콜링 오브 뉴욕(@catcallofnyc)에 사진을 올려 퍼트렸다. 길거리 성희롱 발언의 문제점을 알리고, 이런 행위와 연결되기도 하는 폭력과 범죄를 멈추자는 이야기를 담았다. 운동을 시작한 소피와 친구들은 이 캠페인을 '초크 백'(chalk back)이라 이름 짓고, 전국으로 또 전 세계로 전파했다. (웹사이트: https://www.chalkback.org/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길거리 희롱과 성별 기반 폭력(gender-based violence)을 경험한 사람들이 저항에 동참했다. 역시 분필을 사용해 도시 거리 곳곳에 자신들의 경험을 짧은 메시지로 적고 인터넷으로 공유했다. 캠페인은 남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 49개국 150개국으로 퍼졌고, 지역마다 자발적으로 인스타그램을 만들어 연대했다. '초크백' 웹사이트에 따르면 캠페인 참여자의 88%가 25세 이하, 그중에서도 절반은 18세 이하다. 
 
   초크 백 웹사이트에서는 전 세계 캠페인 참여자가 만든 인스타그램 계정과 사진을 소개한다.
  초크 백 웹사이트에서는 전 세계 캠페인 참여자가 만든 인스타그램 계정과 사진을 소개한다.
ⓒ 초크 백(Chalk Back)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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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협력과 연대로 시작한 '초크 백'은 2020년 유네스코 국제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주간에 열린 청년 해커톤(youth hackathon) 대회에서 우승작의 하나로 선정되었다.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바탕으로 차별을 개선하는 데 일조한 '공동체 혁신' 부문에서다.

소피를 포함한 기획팀은 이번 해커톤에서 캠페인에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초크 백 도구'를 만들었다.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바탕으로 사회적 문제 대응에 동참을 촉구하는 메시지 전달법 개발에 집중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혐오와 차별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과 함께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안내도 포함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활용한 허위정보·정보격차 개선 프로젝트

'초크 백'을 포함해 이번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해커톤 대회 우승작으로 선정된 프로젝트들은 코로나19 시대 허위정보 문제에 주목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미디어 통해 쉽게 퍼지는 불확실한 보건의료 정보를 판별하는 게임, 영어 수업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자료, 협력체계 구축한 디지털 플랫폼, 또 특별한 요구(special needs)가 필요한 시민을 위한 코로나19 정보 제공 앱을 만들었다. 

특히 장애인 및 특별한 요구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앱 온다바(Ondaba)를 만든 우간다(Uganda) 팀도 심사과정에서 주목을 받았다. 온다바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정보 불평등 상태에 놓인 사람과 그 주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 및 교육 플랫폼이다. 서비스를 기획한 온다바 팀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있는 집단이 전염병 관련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로 혐오와 차별을 받고,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여러 형태의 장애를 겪는 인구가 15%에 이른다며, 개발도상국과 같이 인터넷 접속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아이디어를 모았다. 온다바는 이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문자 정보를 음성 정보로 바꿔주는 기능, 장애인을 위한 연수와 워크숍 정보 공유 커뮤니티, 사용자가 교통사고와 같은 갑작스러운 상황을 신고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공간 등의 기능을 앱에 넣었다. 
 
   2020 유네스코 글로벌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청년 해커톤 선정작 가운데 하나인 우간다 팀의 장애인 대상 정보 제공앱 '온다바'(Ondaba)
  2020 유네스코 글로벌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청년 해커톤 선정작 가운데 하나인 우간다 팀의 장애인 대상 정보 제공앱 "온다바"(Ondaba)
ⓒ 온다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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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과 주변 사람들을 위한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앱 '온다바'(Ondaba)를 만든 우간다(Uganda) 청년 폴 바구(Paul Bagu)가 해커톤 우승 소감을 말하는 장면.
 장애인과 주변 사람들을 위한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앱 "온다바"(Ondaba)를 만든 우간다(Uganda) 청년 폴 바구(Paul Bagu)가 해커톤 우승 소감을 말하는 장면.
ⓒ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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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를 기획한 폴 바구(Paul Bagu)는 수상 소감을 통해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해커톤을 통해서 전문가 도움을 받고 실제로 앱을 만들 수 있었다"며,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구독료나 펀딩을 받고 수익을 장애인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커톤 진행 과정에서 자문을 맡은 IBM의 멜리사 사시(Melisa Sassi)는 "좋은 사회적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기본적인 창업 계획을 세운 뒤에는 기업이 제공하는 스타트업 펀딩과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유네스코, 해커톤 선정작은 실천에 필요한 예산과 자문 지원 

이번 청년 해커톤은 유네스코 국제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주간(Unesco Global 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Week) 주요 행사의 하나로 2018년 처음 시작했다. 전 세계 18~35세 사이 모든 개인 또는 단체가 참가할 수 있도록 했고, 올해는 42개국에서 144명이 참여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IBM, 국제도서관협회 연맹(IFLA)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최종 5개 교육적·공익적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유네스코는 해커톤 대회 선정작품에 기금을 지원해 각 프로젝트가 실제로 실행되고 또 개발될 수 있도록 해왔다. 이번 대회 작품도 앞으로 1년 동안 진행 상황을 검토하며, 미디어 리터러시를 소재로 만든 교육과 활동이 여러 분야에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관련 기사]
① 허위정보 '전염'에 세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http://omn.kr/1q2q6

덧붙이는 글 | 유네스코 국제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회의와 주간 행사를 2018년, 2019년에 이어 올해도 참관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공동주관하는 2020년 회의의 개막식과 주요 강연, 발표 등을 소식으로 정리해 모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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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기자. 핀란드 라플란드대학 미디어교육 석사 과정. 워치독아시아(Watchdog Asia) 코디네이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관련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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