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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쓰레기 줍기와 조사에 나선 홍동중학교 학생들
 해양 쓰레기 줍기와 조사에 나선 홍동중학교 학생들
ⓒ 김미선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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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홍동중학교 학생 35명은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 있는 남당리의 한 해변을 찾았다. 해변가에서 쓰레기를 직접 줍고, 분류하며 해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고민해 보기 위해서다.

자원 봉사 형태로 진행된 이날 '체험학습' 현장은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이 함께했다.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에서 주관한 '희망바다 만들기' 여섯 번째 순서로 홍동중학교 학생들이 참여한 것이다. 학생들은 남당리 해변가에서 바다 쓰레기도 줍고, 쓰레기의 종류를 조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홍동중학교는 홍성군 홍동면에 있는 학생수 134명의 작은 시골학교이다. 하지만 유기농업으로 유명한 홍동에 있는 학교라서 그런지 홍동중학교는 교사와 학부모는 물론이고 학생들도 생태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실제로 홍동중학교는 2학년 과정에서 '생태와 환경'이라는 특성화 교과를 운영 중이다. 수업에는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 및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마을 교사'로 참여하고 있다.
 
홍동중 학생들 "해양 쓰레기 주워 보니, 예상보다 심각"


남당리 해변으로 학생들을 인솔한 홍동중학교 박신자 교사는 "생활쓰레기가 많았지만 어업과 관련된 쓰레기도 많았다. 다양한 쓰레기들이 바다로 많이 흘러가고 있다"며 "아이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해양 쓰레기를 줍고 쓰레기를 분류했다. 아이들도 우리 가까이에 해양 쓰레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의미가 있었다는 반응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27일 충남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홍동중학교 학생들을 만나봤다. 허지선, 김태린, 함보윤, 손하진. 자원봉사에 참여했던 홍동중학교 3학년 학생 4명이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2학년 때 '생태와 환경' 시간에 배운 것보다 해양 쓰레기 문제가 훨씬 더 심각했다고 말했다.
 
박신자 교사와 홍동중학교 학생들이다. 왼쪽 부터 손하진, 함보윤, 김태린, 허지선 학생. 위쪽 중앙 박신자 교사
 박신자 교사와 홍동중학교 학생들이다. 왼쪽 부터 손하진, 함보윤, 김태린, 허지선 학생. 위쪽 중앙 박신자 교사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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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선: 2학년 때 해양쓰레기가 있다고 배워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주우면서 분류도 해보니 진짜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김태린: 막상 해양 쓰레기를 눈으로 보니까 진짜 심각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낚시 도구와 조그만 플라스틱 조각도 많아"

학생들의 눈에 가장 많이 들어온 해양 쓰레기는 역시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낚시 도구와 어업 관련 쓰레기였다. 물론 플라스틱 쓰레기도 눈에 많이 띄었다고 했다. 학생들의 눈에 들어온 쓰레기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김태린: 플라스틱과 끈 종류의 쓰레기들이 너무 많이 보였다. 그물이나 낚시할 때 사용하는 튼튼한 끈들이 유난히 많았다.

손하진: 큰 쓰레기보다는 조그만 플라스틱 조각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플라스틱이 바위에 모래 수준으로 작게 끼어 있어서 많이 놀랐다. 줍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3~4시간은 쓰레기를 주웠으면 했는데, 그건 좀 아쉬웠다. 미세플라스틱이 많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진짜 위험하고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함보윤: 바닷가에서 대략 30분 동안 쓰레기를 주었는데,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쓰레기가 많았다. 시간이 부족해서 쓰레기를 많이 줍지 못한 것이 아쉽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당리에서 바다 쓰레기를 줍고 있는 홍동 중학교 학생들
 남당리에서 바다 쓰레기를 줍고 있는 홍동 중학교 학생들
ⓒ 김미선 예산홍성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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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해양 쓰레기를 치우며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김태린 학생은 "쓰레기 중에는 유난히 낚시 도구들이 많았다"면서 "바늘이 붙어 있었는데 모르고 만졌다가 손에 찔리기도 했다. 꽤 위험해 보였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느낀 것도 많은 듯했다. 손하진 학생은 "일회용품을 잘 안 쓰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태린 학생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염분에 노출된 해양 쓰레기, 재활용도 안돼" 

해양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보다 처리하기가 더욱 곤란하다는 점도 문제다. 박신자 교사는 "재활용이 될 것처럼 해양 쓰레기를 분류했다"면서 "그러나 해양 쓰레기가 재활용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미선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홍동중학교 학생들과 해양 쓰레기 조사 진행)는 "해양 쓰레기는 염분에 노출되어 재활용이 안 된다"며 "그 전에 쓰레기를 줄이고, 치우는 것이 더 낫다. 하천에 떨어진 쓰레기 하나를 주우면 결국 바다로 가는 쓰레기 하나를 줍는 것과도 같다. 바다로 흘러가기 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하진·김태린 학생이 지적한 일회용품 사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김미선 활동가는 "사회 구조가 좀더 건전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예를 들어 배달 음식을 시킨다고 가정할 때 배달음식과 함께 일회용품이 딸려 오지 않으면 마음 편하게 배달음식을 시킬 수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경을 교육을 통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르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사회 구조 자체가 일회용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형태로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17년 보령시 효자도리 추도에서 해양쓰레기를 주우며 해양 쓰레기 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미래세대인 학생들과 함께 해양 쓰레기 문제를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홍동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해양 쓰레기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땅에 묻힌 쓰레기를 걷어내는 학생들. 인류는 현재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하는 인류세에 살고 있다.
 땅에 묻힌 쓰레기를 걷어내는 학생들. 인류는 현재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하는 인류세에 살고 있다.
ⓒ 김미선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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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동중학교 , #해양쓰레기 , #바다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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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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