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에서 과거의 아성을 회복한 북일고 선수들. 16강전에서 득점한 문현빈 선수가 덕아웃의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과거의 아성을 회복한 북일고 선수들. 16강전에서 득점한 문현빈 선수가 덕아웃의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 박장식


 
목동야구장에서 열리는 봉황대기 고교야구전국대회의 8강 대진표가 짜였다. 대회 개막 2주 만에 나온 8강의 대진표에는 부진을 뒤로하고 돌아온 학교도, 누구도 8강 진출을 예상하지 못했던 작은 시골학교도 올라 눈길을 끈다.

29일과 30일의 8강전, 31일의 준결승전을 거쳐 내달 2일 결승전까지 함께할 학교는 서울고교, 충암고교, 인천고교, 유신고교, 북일고교, 인상고교, 전주고교, 부산고교까지 여덟 학교. 과연 어떤 학교가 후배들에게 우승 선물을, 선배에게 올해 마지막 전국대회 우승기 선물을 쥐여줄 수 있을까. 

돌아온 명문 인천고, 9년만의 우승길 노리는 충암고

인천고등학교가 간만에 전국대회 8강권에 올랐다. 당장 올해 대통령배와 황금사자기에서도 조기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번 봉황대기에서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간절히 희망할 터. 그래서 강현구와 조성현, 장규현 등 프로 지명을 받은 4명의 선수들이 전원 출전해 16년만의 전국대회 우승을 노린다.

인천고는 봉황대기 4강 진출도 고프다. 당장 1990년 이후 30년동안 4강 문턱을 밟지 못했다. 전국대회 전체로 늘려도 2017년 대통령배 이후 4년 가까이 진출을 못했다. 올해 유독 고교야구 대회 4강권과 인연이 크지 않았던 인천 지역에서도 처음으로 4강 이상에 오를 수 있을 지 인천고의 행보가 주목된다.

충암고도 9년만에 전국대회 우승 나들이에 나선다. 충암고는 봉황대기에 좋은 기억이 있다. 1977년부터 2004년까지 네 번이나 우승기를 들었다. 심지어 예선에서부터 만난 강팀들을 깔끔하게 꺾고 위로 올랐다. 당장 1회전에서 신일고를 상대로 영봉승을 거두었고, 대구고를 누르며 16강에 올랐다.

지난 27일 열린 16강전에서는 올해 황금사자기 준우승, 대통령배 우승 등의 기록을 가져가며 기량이 가장 좋은 학교 중 하나로 꼽혔던 강릉고를 9-3의 스코어로 누르며 8강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저학년을 중심으로 힘을 모은 충암고가 역시 오래간만의 우승기를 들어올릴 수 있을 지 이목이 집중된다.

경기는 29일 오전 11시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거행되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식 유튜브를 통해 지켜볼 수 있다.

'시골 학교의 반란' 인상고, 작년 영광 잇는 전주고

시골 학교에서 대반란이 일어났다. 전북 정읍 신태인 읍내에서도 더 들어가야 나오는 작은 고등학교인 인상고등학교가 27일 경기에서 청룡기 우승학교인 장충고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올해 인상고에서 처음으로 SK에 지명되며 프로에 진출한 주전포수 박제범이 봉황대기에서도 마스크를 쓴 덕분에 이뤄낸 기록이었다.

인상고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전국대회 8강에 올랐다. 128강에서부터 황금사자기 우승팀 김해고를 꺾은 뒤, 광남고와 부경고 등 쟁쟁한 학교들을 눌렀다. 장충고와의 대결에서는 지난 청룡기 우승의 주역이었던 박태강을 상대로 석 점을 얻어내는 등 집중력 있는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인상고와 맞서는 상대도 지난해의 영광을 되살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올랐다. 2019년 왼손 투수 박재민을 앞세워 협회장기 준우승까지 올랐던 전주고이다. 전주고 역시 전통의 강호 선린인터넷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8강 고지를 밟았다. 2학년 선수들의 분전 덕분에 올해 첫 전국대회 8강을 봉황대기에서 달성하게 되었다.

전주고는 지난 협회장기 당시에도 16강에 올랐다. 이번에는 128강부터 차근차근 세 학교를 꺾고 오른 8강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전주고의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영건인 1학년 박권후와 2학년 김찬민 등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두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앞으로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주고등학교와 인상고등학교의 이번 시즌 '전북지역 학교 첫 4강'이라는 자존심을 건 일전은 목요일인 29일 오후 2시부터 목동야구장에서 열리며, 유튜브로 생중계된다. 이날 경기에서의 승자는 11시 경기에서의 승자와 결승전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일전을 펼치게 된다.

부동의 명문 부산고, 유신고와 격돌
 
 유신고 김기중 선수. 프로 지명 이후에도 봉황대기에 출전하고 있다.

유신고 김기중 선수. 프로 지명 이후에도 봉황대기에 출전하고 있다. ⓒ 박장식

 
부동의 명문 부산고등학교가 올해는 봉황대기에서 처음으로 윗공기를 쐬었다. 황금사자기와 대통령배 모두 처음 나선 경기에서 탈락하는 아쉬움을 안았기에 이번 8강행이 더욱 뜻깊다. 부산고등학교는 64강에서 율곡고를, 32강에서 동산고를 꺾은 뒤 16강전에서 광주진흥고를 누르고 8강에 진출했다.

한화 이글스에 1차 지명된 정민규, 두산에 지명된 이상연과 박성재 등 좋은 자원을 갖고 있고, 후반기 주말리그에 우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국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던 부산고다. 영건들을 중심으로 팀이 제편된 가운데, 올해의 마무리를 4강, 나아가 최근 20년간 밟은 적 없었던 결승전의 무대에서 맞이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맞서는 유신고도 만만치 않다. 이미 프로 지명이 된 선수들까지 자원하여 후배들에게 우승을 선물하고자 경기에 나섰다. 각각 NC, 한화에 입단할 예정인 김주원과 김기중 등이 출전하고 있다. 1,2학년 선수들 역시 3학년 선수들을 도와 올해 마지막 우승기를 꼭 사수하겠다는 자세로 경기에 임한다.

그런 자세 덕분에 128강부터 숱한 학교들을 꺾으며 상위 라운드에 오르고 있다. 1회전에서 포항제철고, 2회전에서 물금고를 꺾은 데 이어 32강에서 덕수고를 혈전 끝에 눌렀다. 16강에서는 군산상업고를 상대로 영봉승을 거두는 등 점점 올해 우승기와도 가까워지는 상황. 부산고와의 일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 기대를 모은다.

올해에도 우승기를 들어올리며 자존심을 이어가려는 유신고, 올해의 마무리를 명문이라는 이름값에 맞게 끝내고 싶어하는 부산고의 혈전은 금요일인 30일 오전 11시에 목동에서 열린다. 유신고와 부산고의 경기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유튜브로도 생중계된다.

프로행 6명 서울고, '부활 신호탄' 북일고와 맞대결 
 
 29일 열린 봉황대기 16강전에서 서울고 김재중 선수가 득점한 뒤 덕아웃으로 돌아와 동료 선수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29일 열린 봉황대기 16강전에서 서울고 김재중 선수가 득점한 뒤 덕아웃으로 돌아와 동료 선수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 박장식

 
서울고등학교는 올해를 기분좋게 보냈다. 안재석과 조건희 등 고졸 신인 6명이 프로의 부름을 받아 내년부터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되었다. 안재석이 내야 자리를 양보하는 대신 타격으로 후배들을 돕고, 다른 지명 선수들도 봉황대기에 출전하며 우승에 힘을 보탠다.

그런 만큼 선수들의 사기도 가득 올라왔다. 벌써부터 내년 1차 지명에 하마평이 도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병헌이 매 경기 역투를 펼치고 있고, 28일 열린 16강전에서는 대전충남권의 강자 세광고를 접전 끝에 누르고 8강에 올랐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서울고가, 그에 맞게 정상까지 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맞서는 북일고등학교는 올해 가장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KBO 리그의 신인지명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프로에 지명된 선수가 없었다. 전국대회 성적도 좋지 못했다. 지난 시즌 대통령배 8강에 오른 이후 호성적을 거두지도 못했다. 이번 시즌 청룡기와 대통령배에서도 세광고와 전주고 등에 밀렸다.

그랬던 북일고가 달라졌다. 이종호 감독은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 밀리지 않고 재밌게 한다"며 "이렇게 하면 어느 팀도 무서울 게 없다"고 선수들을 칭찬할 정도다. 1,2학년 야수와 투수들의 분전 속에서 공주고, 경북고를 차례로 꺾은 뒤 28일 열린 16강전에서 휘문고까지 10-5의 스코어로 꺾었다. 여세를 몰아 2020년을 북일고가 해피 엔딩으로 끝낼 수 있을지 지켜보자.

올 시즌 신인 지명 최다 배출의 서울고, 그에 맞서 8강 진출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북일고의 맞대결은 TV와 포털사이트에서 중계된다. 30일 금요일 오후 2시 열리는 경기는 SPOTV에서 생중계되어 KBO 리그 최종전을 앞둔 야구 팬들에게 즐거운 볼거리를 선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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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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