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흐르지 못하고 고여 썩어가고 있다.
 흐르지 못하고 고여 썩어가고 있다.
ⓒ 이천환

관련사진보기

  
2019년 무섬 외나무다리 축제 사진  사진
 2019년 무섬 외나무다리 축제 사진 사진
ⓒ 영주문화관광재단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500년 전통을 이어온 무섬 외나무다리 주변에 물이 사라지고 있다.

영주댐은 2009년 4대강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2009년 12월 착공하여 2016년 12월 본댐이 준공되었다. 그동안 영주댐 담수가 내성천을 파괴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고, 뉴스에도 여러 차례 보도가 되었다. 담수가 시작되고 1년이 지났다. 무섬 외나무다리의 변화된 상태를 살필 겸 가족들과 찾아가 보았다. 막상 무섬마을에 도착하니 무섬 외나무다리 남서쪽 끝 부분만 일부 물이 흐르고 있었고, 가운데 부분은 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다. 물썩는 냄새가 나고, 물고기의 사채도 부패되고 있었고, 물이끼가 끼어 말 그대로 썩어가고 있다. 

영주문화관광재단 홈페이지에는 2019년 무섬 외나무다리 축제를 했을 때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사진을 살펴보니 작년까지만 해도 내성천의 물은 깊지는 않아도 무섬 외나무다리의 대부분에서 흐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내성천에는 많은 변화가 있는 듯했다. 강이 말라가 모래사장만 넓어진 물 없는 다리를 봐야 하는 안타까움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물이 없으니 무섬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사람들도 그리 신이 나는 표정은 아니다. 폭 30cm 정도의 다리를 건너며 물에 빠질 것 같은 짜릿함은 사라지고 그저 평균대를 건너는 것 같은 무덤덤함이 묻어난다. 몇 년 전 아이들과 찾아간 무섬 외나무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었다. 외나무다리를 건너갔다 돌아오면서 흐르는 물에 발도 담그고 장난치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달랐다. 무섬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아이들이 물이 없으니 재미가 없다며 바닥과 다리 위를 오르내리며 건너다 그냥 내려왔다. 물에서 놀던 기억에 물가로 다가가더니 냄새가 난다며 돌아선다. 지난번 더 놀다 가고 싶다고 조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날 찾은 무섬 외나무다리는 아이들 기억에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으리라 생각이 된다.

돌아오는 길에 막 도착한 관광객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렸을 적에는 이곳(느티나무 근처)까지 물이 들어왔는데 요즘에는 물이 없다."
"댐이 건설돼서 그런 거야?"
"물이 줄기는 했어도 댐 건설 전에는 그래도 물이 많았는데, 댐 공사하고부터는 물이 마른다."
"외나무다리는 물이 있어야 예쁜데 아쉽네."
"그렇지 물 위를 걷는 재미로 오는 거지 이렇게 마른 외나무다리는 예쁘지도 않잖아."


여자의 아쉬워하는 말투에 남자도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왔다는 투의 대화가 오고 가는 것 같았다.

무섬마을은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에 있는 전통마을로 국가문화재 제278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마을 이름인 무섬마을은 물 위에 떠있는 섬이라는 '수도리'의 우리말 이름이다. 내성천이 무섬마을을 휘돌아 흐르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물이 없어 무섬이란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무섬마을이 무섬 외나무다리가 전부는 아니다. 마을 전체가 고택과 정자로 이루어져 있고, 고택의 경우 100년이 넘은 조선 후기의 사대부 가옥이기에 관광지로서 옛 선비고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몇 번의 영화 촬영 이후 무섬 외나무다리는 유명해졌지만 전통마을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크게 사랑받지는 못하고 있다. 그나마 무섬 외나무다리가 이 마을이 관광지로 명목을 이어가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지금 현 상황으로는 그마저도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메말라가는 물줄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무섬 외나무다리는 의미 없는 다리가 되어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버려진 다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500년을 이어온 다리, 이대로 방치되어도 될지 다시 한 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메말라가는 무섬 외나무다리. 흐르는 물이 거의 없다
 메말라가는 무섬 외나무다리. 흐르는 물이 거의 없다
ⓒ 이천환

관련사진보기

 

태그:#무섬마을, #무섬외나무다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