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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 경포천 입구에서 바라본 구암동산(2007년 6월 촬영)
 군산시 경포천 입구에서 바라본 구암동산(2007년 6월 촬영)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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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경포천 입구에서 바라본 구암산(구암동산) 전경이다. 천 리를 흘러온 금강이 잠시 숨을 고르는 위치에 자리한 구암동산은 1899년 12월 서양 선교사들이 개설한 군산선교스테이션 터다. 이곳은 호남 기독교의 메카이자 신문물 도래지이며 민족교육의 요람으로 알려진다. 2003년 현충 시설로 지정됐으며 '한강 이남 최초 3·1운동 발상지' 상징탑이 세워져 있다.

[관련 기사: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군산의 삼일만세운동]

구암동산 성역화 사업이 시작되던 해(2007) 모습으로 오른쪽 아파트단지는 1902년 전킨 선교사가 설립한 영명학교(현 제일중·고)와 군산예수병원(구암병원) 자리이고, 하늘을 향해 뾰쪽하게 솟은 호남선교 기념예배당 건물 자리에 구암병원 숙소가 있었다. 왼쪽(해안가) 동산 아래에 설치된 수문은 구암천 입구이자 전도선(돛단배)이 정박하는 포구였다.

군산선교스테이션에는 궁멀교회(구암교회), 성경학교, 군산예수병원(원명은 '프랜시스 브리지 앳킨슨 기념병원'이나 '구암병원'으로 더 알려짐), 병원숙소, 영명학교, 멜볼딘여학교, 안락소학교, 기숙사, 도서관 그리고 선교사 사택도 여러 채 있었다. 금강이 굽어보이는 자리에 전킨 선교사 가족묘가 있었으며 축구와 야구가 가능한 운동장과 정구장을 갖추고 있었다.

군산선교스테이션 시설물, 1960년대까지 대부분 존재
  
 1960년대 군산시 경암동·구암동 일대
 1960년대 군산시 경암동·구암동 일대
ⓒ 동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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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군산시 경암동·구암동 일대 모습이다. 빛바랜 흑백사진이지만, 옛 선교스테이션 시설물 대부분을 확인할 수 있어 귀한 자료로 여겨진다. 좌우로 길게 이어진 야트막한 능선이 구암동산이다. 경암동(금강변)에 들어설 군산화력발전소(1965년 착공~1968년 준공) 부지 선정을 앞두고 찍은 사진으로 촬영 위치는 서래산(돌산) 중턱으로 추정된다.

사진 왼쪽 검게 그어진 곡선은 금강 범람을 막기 위해 쌓은 제방(장둑)이다. 긴 둑(堤)을 등지고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둑마을과 외산마을이 시골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구암병원을 비롯해 전킨 선교사 가족묘역, 전도선 선착장, 궁멀교회(구암교회), 구암병원 숙소, 멜볼딘여학교(1913년 완공), 영명학교(1911년 완공) 등이 확인된다.

이때만 해도 영명학교는 해마다 졸업생을 배출하였고, 멜볼딘여학교 건물도 신교육의 상징물로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구암동산 대부분 땅은 화력발전소와 세풍그룹 소유가 되고 우여곡절 속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그중 화력발전소 아파트는 소유자가 몇 차례 바뀌어 오다가 2015년경 철거되고 그 자리에 3·1운동 100주년 기념관이 들어섰다.

고향의 정취와 평온함 느껴지는 100년 전 구암리
 
 일제강점기 군산 외곽 구암리 모습(호남선교 예배당 전시관에서 찍음)
 일제강점기 군산 외곽 구암리 모습(호남선교 예배당 전시관에서 찍음)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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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군산 외곽 구암리(구암동) 모습이다. 야트막한 동산 2~3개로 이뤄진 구암산(군산선교스테이션)을 배경으로 찍은 것으로 보인다. 중앙의 큰 한옥(팔작지붕) 뒤편으로 기다란 처마가 보이는데, 그곳이 성경학교 자리다. 카메라에 잡히진 않았지만, 성경학교 뒤편으로 군산예수병원, 병원숙소, 드루 의료선교사와 해리슨 선교사 사택이 있었다.

궁멀교회, 안락소학교, 멜본딘여학교 등은 구암산 등성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전도선 정박지 역시 외산마을 금강변(구암천 입구)에 있었으므로 보이지 않는다. 전시관 안내문은 '초기 궁멀(현재 구암동)'이라 적었는데, 서양식 건물인 영명학교와 도서관(기와 건물)이 보이는 것으로 미뤄 1911년 이후 모습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일상적으로 풍기는 시골의 한적함보다 생기가 감도는 풍경이다. 고향의 정취와 평온함도 함께 느껴진다. 가을이면 빨갛게 익은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와 박넝쿨이 흙벽을 타고 올라가던 외가를 떠오르게 한다. 길을 따라 촘촘히 들어선 초가들과 도포 차림에 갓을 쓴 남자, 큰 항아리를 지게에 지고 가는 지게꾼 뒷모습 등이 시간여행을 떠나게 한다.

오른쪽 첫 번째 초가집은 쪽마루와 토방, 디딤돌 등이 보이는 것으로 미뤄 보부상과 장꾼들이 쉬면서 막걸리 한 사발로 목을 축였던 주막으로 보인다. 금강, 만경강 등으로 유입되는 하천과 고개(峙)가 곳곳에 있었던 군산은 주막도 많았다고 전한다. 나포, 서포, 궁포(구암리), 경포, 죽성포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포구와 고개 언저리에 주막이 있었던 것.

사진을 찍은 장소는 구암리 길목으로 왼쪽으로 살짝 굽은 길이 정감을 더한다. 볏짚으로 엮은 이엉과 흙돌담이 시골 정취를 더욱 짙게 풍긴다. 해안가 주변에 습지와 갯벌이 발달했던 군산은 예로부터 개흙을 이용한 흙돌담이 많았다. 집을 지을 때 해안가 주민들은 작두로 볏짚을 썰어 개흙과 반죽, 벽에 발랐으며 내륙 지역은 주로 황토를 사용하였다.

새끼로 단단하게 매준 초가지붕도 눈길을 끈다. 보릿고개 시절(1960년대) 이엉 올리기 작업은 흔한 풍경이었다. 가을 추수 끝나면 이엉 올리기가 시작됐던 것. 그러나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는 1970년대 이후 대부분 사라졌다. 군산은(섬 지역 포함)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고 바람이 많은 지역으로 이엉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새끼줄로 지붕 전체를 눌러 매줬다.

군산시 '구암동'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일제강점기 군산 외곽 구암리 최근 모습
 일제강점기 군산 외곽 구암리 최근 모습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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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촬영한 구암동(구암리) 모습이다. 구암동산(군산선교스테이션)은 '군산 3·1운동 역사공원'으로 새롭게 단장되었고, 영명학교 자리에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중 101동~102동은 운동장, 103동은 본관 건물, 105동~106동은 구암병원 자리였음을 군산선교스테이션 지적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구암동의 옛 지명은 '궁포(弓浦)'였으며 구머리(구멀)·구암(귀암)·궁멀(궁말)·구암포 등 다양하게 불렸다. 고깃배가 수시로 드나들었고 자그만 조선소가 있는 포구였던 것. 구암산 지형이 거북이가 금강으로 들어가는 형상이라 해서 '거북 龜(구)'를 써 '거북이 마을'이란 뜻의 '구멀'이라 하였으나 발음이 변이되어 '궁멀(궁말)'이 됐다고 전한다.

궁멀(弓乙里)은 '구암리'와 함께 불렸던 지명으로 구암산을 끼고 흐르는 두 줄기(구암천, 둔덕천)의 금강지류가 활처럼 휘어져 흐른다고 해서 '활 궁(弓)'을 썼단다. '멀'은 리(里)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전라우도 군산진 지도(1875)'에도 '궁을리'로 표기되어 있다. 궁포 모퉁이로 돌아오는 돛단배들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궁포귀범'은 '군산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구암산(구암동산) 역시 궁멀산, 서양산, 미국산, 청년산 등 별칭이 많았다. 옛날 구암리 주민들은 선교사 사택이 여러 채 들어선 북쪽 지역(금강 변)을 '서양산' 혹은 '미국산'이라 했으며, 영명학교가 자리한 남쪽 동산을 '청년산'이라 했단다. '청년산'이란 지명은 외지에서 유학 온 청소년들이 모여 놀았던 것에서 유래하지 않았나 싶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서양 선교사들이 남긴 기록물(보고서, 편지 등)에 지역 사투리가 자주 등장한다는 거다. 지명도 '군산'보다 별칭인 '군창'을 즐겨 사용하였고, '구암리'나 '궁을리'보다 '궁멀(궁말)'이 더 많이 발견된다. 전킨 선교사가 남긴 유언("저를 궁멀에 묻어주세요. 저는 '궁멀 전씨 전위렴'입니다!")에서도 진정 한국인이 되고자 했던 그들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참고서적: <군산제일 100년사>(2012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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