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유나이티드와 부산아이파크의 경기 모습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유나이티드와 부산아이파크의 경기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꺼져가던 인천 유나이티드의 생존본능이 다시 한 번 꿈틀거렸다.

인천은 24일 오후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2020' 26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 후반 29분과 30분 연속골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지면 끝장인 경기에서 기사회생한 인천은 31일 열리는 FC서울과의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1부 리그에 잔류할 수 있게 됐다.

1분 동안 2골, 기적의 역전승 일군 인천

지난 23일 열린 성남FC와 수원 삼성의 경기에서 성남이 승리함에 따라 인천은 부산과의 경기에서 패하면 강등이 확정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최근 연패로인해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경쟁팀마저 달아나는 양상이 되다보니 인천을 둘러싼 상황이 좋지 못했다. 

이날 경기흐름도 인천의 편이 아니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아길라르의 킥과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 공격에 의존하던 인천은 크로스가 번번히 상대수비에게 막히는데다 슈팅마저 높게 날아가는 등 전반전 내내 유효슈팅 하나 기록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선제골까지 내줬다. 전반 43분 인천 진영 오른쪽에서 부산 이상준이 올린 크로스를 이태희 골키퍼가 쳐냈지만 흘러나온 볼을 이동준이 헤더골로 연결시키면서 리드를 내줬다. 이 장면에서 인천의 수비가 아쉬웠는데 볼쪽에 시선이 쏠린 나머지 페널티박스에 위치해 있던 이동준에 대한 마크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던 것. 이렇듯 인천은 어렵게 공격을 풀어나간데 반해 수비에선 쉽게 실점을 내주며 0-1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에도 인천의 불운은 계속됐다. 후반 13분 왼쪽에서 돌파를 시도하던 송시우가 수비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이 선언돼 기회가 찾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VAR 판독결과 파울이 벌어진 위치가 페널티박스 바깥쪽으로 확인되면서 인천은 동점골의 기회를 아쉽게 날렸다.

그렇게 희망이 꺼져갈 무렵 마침내 골문이 열렸다. 후반 29분 무고사가 올려준 크로스를 김대중이 헤더골로 연결시키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인천은 1분 뒤 수비수 정동윤이 왼쪽에서 낮게 깔아찬 슈팅까지 득점에 성공하면서 순식간에 경기를 역전시켰다. 

이후 인천은 마하지를 기용하며 수비에 무게를 두는 쪽을 택했다. 마하지는 후반 43분 골문 앞에서 이정협의 슈팅을 몸을 날려 막으면서 인천 승리에 한 몫 했다. 

이 기적같은 승리의 원동력에는 조성환 감독의 교체카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조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대중을 투입한데 이어 후반 10분에는 송시우를 넣으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두 선수는 기대에 부응했다. 송시우는 속도를 앞세운 침투능력을 바탕으로 라인을 내린 부산 수비진의 균열을 노렸다. 또 김대중은 전방에서 상대수비와 싸워주며 무고사가 좀 더 자유롭게 플레이 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결과적으로 김대중의 동점골 장면에서 무고사가 왼쪽 측면으로 빠져 크로스를 올린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을 봤을 때 조성환 감독의 교체는 성공적이었다.

부산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이정협의 판단미스

부산의 공격수 이정협은 적극적인 수비가담과 연계플레이, 폭넓은 활동범위를 바탕으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이타적인 플레이가 장점이다. 그러나 인천과의 경기에선 이 이타적인 플레이가 팀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전반 23분 중앙에서 호물로가 스루패스를 내주자 이정협이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고 볼을 받아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맞이했다. 결정적인 득점기회를 잡은 이정협은 직접 슈팅을 시도해 득점을 노리지 않고 옆에 있던 이동준에게 패스를 내주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이동준의 위치가 오프사이드 위치였던 탓에 부산은 결정적인 득점기회에서 슈팅조차 시도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기회를 날렸다. 

이 장면은 부산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서 득점을 성공시킨데 이어 전반 43분 이동준의 득점까지 묶어 2-0이 되었으면 부산 입장에선 경기주도권을 갖고 좀 더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쳐 한 골차의 불안한 리드를 가져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이기형 감독대행의 전술 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후반 9분 호물로를 빼고 박준강을 투입하며 일찌감치 점수 지키기 작전에 돌입한 부산은 이 교체카드가 실패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 감독대행은 박준강을 오른쪽 풀백에 투입한 가운데 김문환의 전진 배치를 선택했지만, 이 교체는 오히려 수비라인이 흔들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후 인천의 공격속에 박준강이 투입된 오른쪽 수비에서 균열이 생기며 서서히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후반 13분 부산 진영 오른쪽에서 안쪽으로 침투하던 송시우를 막는 과정에서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줄 뻔한 부산은 다행히 VAR 판독을 통해 프리킥이 선언되어 첫 위기를 넘겼지만 후반 29분 김대중의 동점골 상황에서 나온 무고사의 크로스와 1분뒤 정동윤의 역전골 상황까지 모두 오른쪽 측면에서 나오며 교체카드가 실패했음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한편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이정협은 끝내 실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전반 23분 기회를 놓친 이후 득점 기회를 잡지 못한 이정협은 1-2로 뒤지던 후반 43분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을 받아 회심의 발리슛으로 인천의 골문을 노렸지만 인천 마하지가 몸을 날려 슈팅을 막으면서 동점골의 기회를 놓쳤다.

어찌보면 단순히 득점 기회 한 차례를 놓친 것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이는 경기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 장면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정협과 부산에겐 이 경기결과가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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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1 인천 유나이티드 부산 아이파크 정동윤 이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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