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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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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택배기사의 사망에 회사를 맡고 있는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합니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이어 고개를 숙였다. 

박 대표는 "몇 마디 말로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가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조치로 CJ대한통운은 택배 현장에 분류지원인력 4천 명을 오는 11월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해 택배노동자들의 작업 시간을 대폭 줄인다고 발표했다. 

또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 여부를 조사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노동자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진경호 집행위원장은 <오마이뉴스>에 "과로사의 주범인 분류 작업에 대해 CJ대한통운이 비용을 전액 분담해 분류인력을 투입한다는 전향적인 조치에 대해 환영한다"면서 "4천 명이 투입되면 현장에선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라고 밝혔다.

노조·시민단체 대책위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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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를 하기 위해 강단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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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CJ대한통운은 잇따른 택배노동자 사망에 대해 연간 5백억 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드는 분류지원 인력 4천 명 투입이라는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에 대한 효과로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들은 오전 업무개시 시간을 오전 7시부터 낮 12시 사이로 조정하는 '시간선택 근무제도'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경호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4천 명의 분류인력이 투입되면 택배운반 노동자들은 오전 9시나 10시에 출근해 정리된 물품을 스캔하고 차에 싣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면서 "최소 2~3시간 정도는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대대적인 환영 의사를 표한 것이다.

그럴 것이 대책위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함께 발표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평균 71.3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분류작업에만 "주당 30시간에 달하는 42.8% 쓰고 있다"라고 택배노동자들은 밝혔다. (관련 기사: "택배기사 과로사 예방? 분류인력 투입이 가장 중요" http://omn.kr/1puhp)

문제는 이러한 분류작업이 '공짜노동'이라는 점이다. 택배기사가 택배를 운송하기 전 자신이 배달해야 할 상품을 터미널에서 찾아가는 작업을 뜻하는 분류작업은,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택배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 업무다.

"산재보험 100% 실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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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를 마치고 인사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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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은 "2022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신규집배점은 계약 시, 기존 집배점은 재계약 시 산재보험 100% 가입을 권고하는 정책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체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뇌심혈관계 검사항목을 추가한 건강검진을 연마다 실행할 것"이라면서 "2022년까지 1백억 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긴급생계 지원, 업무 만족도 제고 등 복지증진을 위한 활동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명백하게 지난 8일 택배 배송 중 사망한 고 김원종씨를 고려한 대책이다. 고 김원종씨는 지난 9월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해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5일 신청서가 대필로 작성된 것이 확인됐고 근로복지공단 역시 김씨의 신청서가 무효라고 선언했다. (관련 기사: 택배노동자는 일하다 죽어도 유령... "현장에서 불법 사례 넘쳐" http://omn.kr/1ptel)

산재보험법 125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이 법(산재보험법)의 적용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공단에 이 법의 적용 제외를 신청할 수 있다"라고 적시됐다. 산재보험 가입을 원할 경우 노동자와 대리점에서 반반씩 부담해야만 가입이 가능하다.

진 위원장은 "(산재보험 100% 가입) 이행에 대한 비용 처리 등 구체적인 플랜이 있어야 한다"면서 "대리점 등에서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실제 집행되는지에 대한 현장 점검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없이 산적한 택배산업 현장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민간공동위원회의 구성 역시 필요하며, 사측의 참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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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노동환경 개선책을 발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본부장, 한광섭 CJ대한통운 커뮤니케이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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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밤 11시 50분쯤 경기도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배차를 마치고 주차장 간이휴게실에서 쉬던 CJ대한통운 소속의 택배노동자 30대 강아무개씨가 갑자기 쓰려졌고 병원에 후송됐으나 21일 오전 1시께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씨는 CJ파주허브터미널과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대형 트럭으로 택배 물품을 운반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강씨의 죽음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CJ대한통운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구체적인 답을 드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강씨는 사망 직전까지 다른 사망 택배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18일 오후 2시쯤 출근한 강씨는 다음날인 19일 정오까지 근무한 뒤 퇴근했다. 이후 5시간 만인 19일 오후 5시에 다시 출근해 근무하다가 20일 밤에 쓰러진 뒤 사망했다.

강씨의 사망으로 올해만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노동자도 13명으로 늘어났다. 이중 택배 분류작업과 배달 업무를 하는 택배기사가 9명이며 물류센터 분류 노동자는 3명, 운송 노동자는 1명이 됐다. 업체별로는 CJ대한통운 6명, 쿠팡 4명, 한진택배 1명, 로젠택배 1명, 우체국택배 1명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인 압도적인 1위 업체로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 영업이익만 따지면 839억 원, 지난해(2019년) 2분기보다 16.8%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