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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원종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대리점 소장이 대필 작성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고 김원종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대리점 소장이 대필 작성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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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택배기사들을 모아놓고 산재보험에 대한 제대로된 설명 하나 없이 신청서를 쓰게 하거나, 사업주가 대신 작성해서 제출하는 경우 등 불법 사례가 넘쳐난다. 대리점마다 보험료를 아끼려고 그러는 것이다. 관련 법안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재벌 택배사의 입김이 작용했다. 사업주와 택배기사가 각각 반반씩 부담해야 하는 지금의 형태를 재벌 택배사와 대리점 등이 부담하는 강제가입 형태로 바꿔야 한다."

지난 8일 사망한 CJ대한통운 소속 고 김원종씨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가 대필로 작성돼 지난 9월 근로복지공단에 제출된 것이 확인된 가운데,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 당시인 2008년 7월부로 적용되고 시행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125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에 명시된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이 법(산재보험법)의 적용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공단에 이 법의 적용 제외를 신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19일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의 '본인신청 확인 자필기재란 자필작성·서명'은 필수요건으로, '본인신청 확인 자필기재란 자필작성·서명'이 누락된 경우 민원서류 보완 요청 및 반려 대상"이라는 결론을 내려 고 김원종씨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가 무효라고 선언했다.

산재보험 적용 예외 신청 60%에 육박... "입직 신고 안 된 노동자 더 많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씨의 유가족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12일 오전 서울 노원구 을지병원 장례식장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CJ대한통운을 향해 '대국민사과' '유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 '택배노동자 과로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에 조건없이 참여할 것' 등을 요구했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씨의 유가족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12일 오전 서울 노원구 을지병원 장례식장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CJ대한통운을 향해 "대국민사과" "유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 "택배노동자 과로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에 조건없이 참여할 것" 등을 요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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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재해를 당해도 산재를 요구할 수 없는 노동자가 김씨뿐이 아니라는 데 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2017~2020년 7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률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입직(직장에 입사한 상태)된 택배노동자 2만 2052명 중 1만 3206명이 산재보험 적용을 제외해달라고 신청했다. 전체에 59.9%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대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오마이뉴스>에 "이러한 통계는 입직자만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정확하지 않다"면서 "실제 택배기사 수는 5만 명 이상이다. 입직 택배노동자 전체 수보다 많은 인원이 산재 적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사망한 한진택배 소속의 30대 노동자 김아무개씨 역시 현장에서 1년 이상 택배노동을 해왔음에도 입직 신고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조차 작성할 자격이 없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은 사각지대에 위치한 노동자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고 김원종씨의 산재 보험 적용제외 대리 신청과 관련해 "택배 노동자의 산재 보험 적용 제외 실태를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사망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 위법사항 확인 시 의법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 법안 제출도 이어지고 있다. 19일 윤주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산재보험법 일부개정안에는 "특고노동자가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예외적인 규정없이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강조됐다.

그러면서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발생 사건을 통해 사업주가 특고 노동자들의 입직신고를 하지 않는 위법행위가 확인된 것과 관련, 입직신고를 안 할 시 과태료 부과 처분을 현행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에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해 특고 노동자들을 입직신고하지 않는 관행을 개선하는 내용도 담겼다.

여당 법 개정 움직임... "특고, 특성 반영한 세심한 법안 마련 필요" 의견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위원회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최근 심야택배배송을 마치고 자택에서 사망한 김 아무개씨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위원회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최근 심야택배배송을 마치고 자택에서 사망한 김 아무개씨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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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치권의 움직임에도 택배노동자의 연이은 죽음을 막기 위한 보다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동자 밀집 지역인 경기도 안산에서 활동하는 노무사 A씨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직종별로 업무 형태가 다르다보니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발의된 법안이 택배종사자 등에 집중돼 있지만 법안을 적용받는 직군은 택배종사자를 포함해 보험설계사, 건설업계 등 10개 종 이상이다. 법안 개정과 적용에 직군별로 세심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동자가 연이어 사망했다고 무조건 산재보험 적용제외 철폐를 강제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면서 "입직 신고가 되지 않아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쓰지 못하는 노동자도 많은 상황이다. 개인사업자와 프리랜서 등으로 분류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어떻게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보호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부터 논의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태그:#택배, #산재, #대한통운, #산재적용제외신청,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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