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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코테 판재
 지르코테 판재
ⓒ 이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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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를 품고 살아가는 나무를 아시나요?" 

아는 사람은 금세 눈치를 챌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그려 만든 나무가 아닌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수묵화를 품고 자라는 나무가 있다. 지르코테라는 나무다.

지르코테는 주로 멕시코에서 자라며, 심재에 검은 검은 빛이 형성되어 화려한 무늬를 품고 살아가는 나무다. 그래서 멕시코 먹감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르코테는 ziricote 또는 ciricote로 표기되며 주로 영문표기는 ciricote로 한다. 이 나무의 특징은 단단하며, 나무 울림도 좋아 악기를 만드는 재료로도 쓰인다. 고급 도마 재료로도 사용되는 나무이기도 하다. 

나는 취미생활로 나무를 만지고 있다. 집에서 필요한 가구 중 내가 만들 수 있는 것들은 만들어 쓰기도 하는 일명 취목(취미로 하는 목공의 줄임말)이다. 절단할 수 있는 톱과 구멍을 뚫을 수 있는 드릴, 면을 다듬을 수 있는 대패와 샌딩 할 수 있는 사포가 내가 가진 공구의 전부라고 보면 된다. 몇 개 되지도 않는 공구로 잘 활용만 하면 쓸만한 가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는 도마 만드는 재미에 빠졌다. 그때그때 내 맘대로 모양을 잡고 만들어내는 재미가 있어 하나둘 만들다 보니 어느새 빠져버렸다. 나무 종류마다 특징이 있고 무늬가 각양각색이다 보니 같은 나무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도 느낌이 전부 다르다. 그것이 도마를 계속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취목을 하면서 가장 욕심이 나는 것이 나무다. 좋은 나무를 보면 갖고 싶고, 나무에 어울리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진다. 남들이 알아주고 안 알아주고는 나중의 문제다. 일단 좋은 나무를 보면 먼저 선택을 해야 내 손에 들어올 수 있다. 그래서 나무를 선택하는 데 빠른 판단이 중요하다.

나무를 판매하는 곳에서 이번에는 지르코테라는 나무를 구입했다. 수평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양면 대패가 돼 있는 매끈한 판재를 선택했다. 사실 선택할 때 조금 망설였다. 고급 수종이다 보니 혹여 잘못 만들어 나무를 망칠까 걱정돼서다. 지르코테 나무를 구입하고 어떤 모양으로 만들까 고민을 했다. 나무가 단단하여 칼 도마보다는 플레이팅 도마로 사용할 때 도마의 가치가 빛을 발할 거라 생각한다.

플레이팅도마를 만들기로 하고 자연 그대로의 라이브엣지 그대로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판재를 살펴보니 사다리꼴 모양이다. 주물 손잡이를 주문해 놓았기 때문에 사다리꼴 모양보다는 직사각형 모양이 더 낫지 싶어 톱으로 직사각형 모양으로 절단했다. 직각자가 없어 대충 눈대중으로 각도를 잡아 절단하고 보니 그런대로 나쁘지 않아 보였다. 일반적으로 보면 눈은 생각보다 정확하다고 한다. 오차가 크게 나지는 않는다는 말일 것이다.

도마는 음식물을 놓고 자르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처와 크렉이 적은 나무가 좋다. 그러나 나무의 특성상 크렉이나 상처가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축과 팽창, 뒤틀림이 있는 나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상처나 크렉은 나무를 절단하면서 발생한 톱밥을 사용해서 인체에 무해한 본드로 메꾼다. 일반적으로 목공 풀의 대부분이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긴 하지만 성분을 잘 살펴볼 필요도 있다.

톱밥에 목공 풀을 이겨서 상처나 크렉에 밀어 넣고 약간 부풀어 오를 정도로 메꿔준다. 하루 정도 그늘에서 건조를 하면 딱딱하게 굳어지는데 이때 샌딩을 하면 깔끔하게 상처와 크렉이 사라진다. 상처와 크렉을 메꿨다면 다음은 샌딩을 해야 한다.

세상에 하나 뿐인 도마를 만드는 일 
 
샌딩을 끝낸 후의 모습
 샌딩을 끝낸 후의 모습
ⓒ 이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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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딩은 나무의 종류에 따라 거친 정도를 선택해야 한다. 지르코테는 나무가 거칠어 가급적이면 220번 사포를 처음 사용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100번대 사포는 스크레치가 깊어 번수(사포 거칠기에 따라 번수가 정해져 있는데 숫자가 낮을수록 거친 사포, 높을수록 매끈한 사포다)가 오를수록 스크레치를 제거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대패가 돼 있는 판재라 220번 사포를 사용하여 첫 번째 샌딩을 한다. 이어서 320번, 400번 사포로 샌딩을 한 후 도마를 물로 씻어낸다. 이때 물로 씻어내는 덴 이유가 있다. 샌딩을 하고 나서 물이 묻으면 나무의 물관이 다시 살아나서 나무 표면이 거칠어지기 때문에, 계속 물에 닿는 도마의 특성상 젖어도 물관이 덜 올라오도록 처리하는 것이다. 물로 씻어낸 판재를 다시 하루 정도 건조시켜 준 후 다시 320번, 400번, 600번의 사포로 차례대로 샌딩을 했다. 표면이 매끈한 것이 광이 나는 것 같다.

샌딩이 끝나고 도마에 손잡이 작업을 했다. 먼저 3mm 드릴로 손잡이를 박아 넣을 깊이보다 살짝 깊게 구멍을 뚫었다. 양쪽으로 손잡이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4곳에 드릴로 구멍을 낸다. 주물 손잡이를 끼우기 전에 접착제를 드릴 한 곳에 적당량을 넣고 손잡이를 끼워 넣는다. 손으로는 깊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고무 망치나 나무망치로 양쪽을 번갈아 가면서 두드려서 밀어 넣는다. 양쪽 손잡이 모두 적당한 깊이로 끼워 넣으면 손잡이 작업은 마무리된다.

손잡이 작업이 끝나고 다음으로 오일 작업을 한다. 오일 작업을 하는 이유는 나무의 특성 중 수축과 팽창 작용이 있다. 온과 습도에 따라 수축과 팽창이 일어나기 때문에 물어 젖었다 마르기를 수차례 반복하는 도마는 오일 작업으로 코팅을 해줘야 한다.

오일 코팅을 하면 물어 젖어도 내부 깊숙이 물이 침투하지 않기 때문에 수축팽창이 상대적으로 작게 일어나게 되어 크렉 발생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나무도마를 사용한다면 주기적으로 도마를 건조시킨 후 집에서 사용하는 올리브 오일 같은 기름으로 닦아주면 관리하지 않은 도마보다 상태가 좋고,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르코테 나무에 오일 작업을 생각하다가 이번에는 왁스로 마감해 보기로 한다. 내가 사용하는 왁스는 '*** ON'이다. 왁스는 오일 작업 후 왁스 마감을 해도 되고 왁스로 3회 정도 마감을 해도 큰 무리가 없다. 마른 천에 왁스를 묻혀서 골고루 도포한다. 처음에는 충분히 스며들 수 있도록 여유 있게 도포하고 하루 동안 그늘에서 보관했다. 이후 동일하게 왁스를 2회 더 도포를 하고 건조하기를 반복했다. 

3회가 끝나고 하루가 지난 후 마른 천으로 남아있는 왁스를 닦아서 제거하고 샌딩기에 1000번짜리 사포로 샌딩을 해주니 도막이 형성되며 광이 난다. 전체적으로 밸런스를 맞게 광을 내고 도마 작업을 마무리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내가 만든 도마는 그렇게 완성이 됐다. 왁스 작업으로 수묵화는 더욱 화려하게 살아 숨 쉬고, 은은하게 빛나는 도마의 자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완성 된 지르코테 도마
 완성 된 지르코테 도마
ⓒ 이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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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도마, #지르코테도마, #플레이팅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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