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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학에도 유럽처럼 서열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프랑스나 독일처럼 모든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프랑스는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선발 과정까지 평준화되어 있어,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으면 추첨으로 선별한다. 독일은 성적순대로 지원자를 자르지만 대학의 수준이 모두 고른 편이다. 미국이나 일본 대학들은 서열이 있어도 우리나라처럼 최상위권 대학을 기점으로 촘촘하게 서열화되어있지 않다. 전공별로 특화된 대학들이 많고, 일본만 해도 지역마다 명문 국립대들이 있다.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왜곡시키는 대학서열화
 

대학 서열이 사라진다면 초중등학교의 기형적인 교육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상대평가라는 감옥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변별력을 위해 석차와 등급을 매기고,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하니 평가방식은 객관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절대평가나 수행평가는 공정성과 변별 기능의 약화로 시빗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12년 동안 학습 노동에 시달리지만 자기 생각을 키우기보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골몰하고, 유형화된 문제 풀이에 매달린다.
 
우리나라 대학은 서울대를 기점으로 촘촘히 서열화돼있다
▲ 서울대의 나라 우리나라 대학은 서울대를 기점으로 촘촘히 서열화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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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서열화 폐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과 교수를 선택하기보다 서열에 따른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게 되고, 대학 역시 교육적 성취보다 우수 학생을 선발하여 현재 서열을 유지하는데 몰두하게 만든다. 취업 과정에서도 현재의 실력보다 출신 대학의 이름을 중요하게 만들고, 과열 입시 경쟁으로 인한 사교육비 부담은 가계와 사회 발전을 저해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등교 일수가 제한되고 원격 수업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나 입시 결과에 따른 대학 서열 영향이 막강하니 고3 등교는 먼저 고려됐다. 수도권 2차 유행이 한창일 때도 기숙형 입시학원들은 벌금 납부를 불사하며 영업을 계속해왔다. 학원 측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원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상대평가로 줄세우기를 유지해야 하니 전 세계적인 재난 상황에서도 학생들의 학습량은 줄어들 리 없고, 학교 수업 역시 교육과정이나 시험 비중을 줄이는 융통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대학 서열이 현재와 같이 수직화되어 있지 않았다면 훨씬 더 탄력적인 초중고 학사 운영이 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현재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도 학생의 생명보다 성적을 우위에 두는 현실은 첨예한 대학서열 해소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전문가와 시민들이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해보자

대학 서열화가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움직임이 미미했다.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대학서열 해소 열린 포럼'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그간 대학서열 해소 방안에 대한 논의가 없지 않았다. 이번 포럼에서는 그 방안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듣고 전문가 패널들의 상호 토의는 물론, 포럼 위원으로 자원한 시민들까지 100명이 함께 참여해 최선의 정책 대안을 도출한다. 3회에 걸친 포럼을 통해 충분한 토의와 의견교환을 거친 후, 시민 포럼위원들의 종합토의가 열린다.
 
대학 서열 해소 열린 포럼 포스터.
 대학 서열 해소 열린 포럼 포스터.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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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럼이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된 이유가 있다. 전문가들만의 논의로 끝나지 않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로 확산됐을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상상해보자. 지구상의 어떤 나라들에는 대학 서열이 없다는 것을. 그 나라에도 우수한 학생과 연구실적이 쏟아지고 우리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노벨상 수상자가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문제는 대학 서열이 아니라, 서열을 당연시하는 우리 내면의 의식이다.

태그:#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학서열해소 , #대학서열해소열린포럼, #시민포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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