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

김연경 선수 ⓒ 박진철 기자

 
김연경이 국내 프로배구의 시장가치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방송사의 중계 편성 관점이 확연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상파 KBS 2TV는 오는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리는 2020-2021시즌 V리그 흥국생명-KGC인삼공사 경기를 생중계한다. 그에 따라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날 경기 시간을 당초 오후 7시에서 오후 2시로 변경했다.

KOVO와 해당 프로구단 관계자는 15일 오후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지상파 KBS 2TV 생중계 관계로 경기 시간이 변경됐다"고 밝혔다.

기업 광고가 붙는 지상파 TV에서 국내 프로배구인 V리그 경기를 생중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17시즌 만의 일이다. 

그동안 광고가 없는 KBS 1TV에서 V리그 경기를 생중계한 적은 간간이 있었다. 그러나 광고가 붙는 KBS 2TV에서는 단 한 번도 없었다. KBS 2TV가 배구 생중계를 한 사례는 올림픽과 지난해 8월 열린 여자배구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 등 국가대표팀 경기뿐이었다.

V리그 '광고 붙는 지상파' 생중계... 17시즌 만에 '최초'

KBS 2TV는 지난 9월 5일 2020 KOVO컵 대회에서도 여자배구 결승전 흥국생명-GS칼텍스 경기를 생중계한 바 있다. 이는 프로배구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당시 KOVO는 "KBS 2TV가 국내 프로배구를 생중계한 것은 KOVO컵, V리그를 통틀어 최초 사례"라고 공식 발표했다. 

김연경의 국내 복귀 이후 첫 대회였고, 결승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KBS 2TV는 중계에 앞서 김연경의 역대 기록과 해외 리그 활약상 등을 특집 편성해 소개하기도 했다.

결과도 시청률과 광고 판매 수준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시청률은 3%를 기록했다. 당시 경기 시간대가 토요일 오후 2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 시간대는 지상파 방송사도 최고 '취약 시간'이기 때문이다. KBS 관계자도 지난달 29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토요일 낮 2시 시간대는 2% 내외가 나온다. 방송국에서도 시청률을 높이기 상당히 어려운 시간대라 보통은 주중 드라마 재방송을 편성하는 시간대다. 3% 정도면 결코 나쁘지 않은 시청률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프로야구 한국 시리즈도 토요일 오후 2시 경기는 지난 2018시즌, 2019시즌 모두 5%대에 불과했다. 2019년 10월 26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은 최종 경기였는데도 5%대에 그쳤다. 그만큼 어려운 시간대다.

KOVO컵 흥행 영향력, V리그로 이어져
 
 흥국생명 선수들 경기 모습... 2020 KOVO컵 대회 (2020.9.2)

흥국생명 선수들 경기 모습... 2020 KOVO컵 대회 (2020.9.2) ⓒ 한국배구연맹

 
KOVO컵 지상파 중계 성적표는 V리그 중계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KBS 2TV가 올 시즌 V리그 초반부터 여자배구 경기를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몇 년 동안 V리그를 살펴보면, 지상파 생중계는 한 시즌에 2~3번 정도 하는 게 전부였다. 그것도 시즌 중반 이후부터, 그리고 광고가 없는 KBS 1TV에서만 했다. 지난 2018-2019시즌, 2019-2020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올해는 세계적 슈퍼 스타인 김연경이 V리그에 복귀하면서 방송사의 중계 편성 관점도 크게 바뀌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으로 여자배구의 지상파 중계 횟수가 과거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시청률과 광고 판매 상황에 따라서는 주말 경기뿐만 아니라, 평일 오후 7시 황금시간대 경기도 일부 경기는 지상파에서 편성할 가능성도 있다. KOVO 관계자도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올 시즌 여자배구는 지상파 중계 환경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프로야구만 누리던 '광고 지상파'... 여자배구 '진입 시작'

팬이나 시청자 입장에서는 어느 채널에서 중계를 하든 사실 별 차이는 없다. 그러나 방송사와 KOVO, 그리고 프로구단 입장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다.

기업 광고가 붙는 지상파에서 생중계한다는 건, 여자배구도 '돈이 되는 콘텐츠'라는 걸 시사하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프로 스포츠'는 사실상 유일하게 프로야구만 기업 광고가 붙는 지상파에서 중계를 하곤 했었다.

V리그 중계권 계약을 새롭게 맺어야 하는 KOVO 입장에서도 중계권 협상에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현재 V리그 중계권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된다. 

KOVO는 내년 시즌인 2021-2022시즌부터 V리그 등 프로배구 중계를 담당할 방송사를 정해 새롭게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기존 중계 방송사를 포함해 관심이 있는 방송사들은 올해 안에 KOVO와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프로구단의 모기업 입장에서도 홍보와 파급 효과가 큰 지상파 중계를 반길 수밖에 없다.

'최고 영예' 대한민국 체육상... 김연경 가치·관심도 더 올라
 
 김연경, 대한민국 체육상 경기상 수상과 대통령상 상장 (2020.10.15)

김연경, 대한민국 체육상 경기상 수상과 대통령상 상장 (2020.10.15) ⓒ 김연경 SNS

 
한편, 김연경은 대한민국 체육상 경기상을 수상하면서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김연경은 15일 오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서울 중구 소공로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58회 대한민국 체육상' 시상식에서 경기상을 수상했다.

'경기상'은 정부가 한 해 동안 빛나는 활약을 하거나 뛰어난 업적이 있는 선수에게 수여하는, 운동 선수로는 최고 영예의 대통령상이다. 과거 김연아, 이상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야구 대표팀 등 한국 스포츠의 최고 레전드들이 주로 수상을 해왔다.

김연경은 한국 여자배구가 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까지 '3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올림픽 연속 출전은 지속적으로 국민과 언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고, 이는 여자배구가 국내에서 프로야구를 위협할 정도로 폭발적 인기 상승으로 이어진 최대 발판이 됐다.

김연경의 체육상 수상 소식은 이날 지상파 3사의 저녁 스포츠 뉴스에 모두 첫 번째 뉴스로 보도됐다. 이 또한 과거 체육상 보도 사례와 비교할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연경을 향한 방송매체의 관심도가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준 셈이다.

올 시즌 V리그는 17일 오후 2시부터 남자배구 우리카드-대한항공, 여자배구 현대건설-GS칼텍스 경기를 시작으로 공식 개막한다. 김연경이 출전하는 첫 경기는 21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GS칼텍스-흥국생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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