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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신고 이후 또 다른 사건이 시작된다. 회사는 각종 불이익 조치를 자행하며 피해자인 나를 내보내려고 했다.
 서울여성노동자회는 1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법인대표 성희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 geralt
[기사 수정 : 19일 오후 1시 45분] 

회사의 사장이나 대표를 맡고 있는 '법인대표'가 직장 내 성희롱(성희롱·성추행) 가해자인 경우, '셀프징계'가 이뤄질 뿐만 아니라 법으로 보장된 '성희롱 구제절차'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여성노동자회는 1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법인대표 성희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를 열고 법인 대표에 의한 성희롱 실태를 발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제도의 미비를 지적했다.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운영하고 있는 평등의전화 직장 내 성희롱 상담에 따르면, 신규상담 864건 중 성희롱 행위자는 상사 53.4%, 사장 25.3%, 동료가 11.8% 순으로 나타났다. '사장 성희롱' 상담은 205건으로 법인 대표는 114건, 개인사업주는 77건이었고, 14건은 법인기업인지 개인기업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법인기업 대표자에 의한 성희롱이 개인기업 대표자에 의한 성희롱보다 약 1.5배 많았다.

성희롱 피해자의 근속기간은 1년 미만이 46.6%,  1~3년 미만이 25.7%이었다. 반면 행위자가 사장인 경우는 1년 미만이 54.1%, 1~3년 미만이 25.0%로 나왔다. 행위자가 사장인 경우에 피해자의 근속기간이 더 짧았다. 

나아가 성희롱 행위자가 사장인 경우 피해자가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62.0%(전체 피해자는 29.0%)로 나타나서,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사장에 의한 성희롱이 많음을 보여줬다. '불리한 처우 여부' 역시, '전체 성희롱'에선 76.6%였으나, '사장 성희롱' 경우는 87.2%로 나타났다. 

이날 발제를 맡은 황현숙 서울여성노동자회 부회장은 "인턴으로 며칠 일하지 않았는데 대표가 성생활에 대해 묻고 남자 함부로 만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입사 직후부터 대표가 밥 먹자고 문자를 하고 손을 잡고 껴안았다", "수습기간에 이사장이 어깨와 허벅지를 만졌는데, 여성 팀장조차도 묵인했다"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주로 사회초년생들이 법인대표에 의한 성희롱 피해를 입는다고 밝혔다.

또한 법인대표는 인사권자인만큼 사과를 요구하자 '해고'를 한다거나,직접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더라도 '따돌림'이나 '2차 피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자발적인 퇴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다고 지적했다.

법인대표는 왜 '사업주'가 아닌가?
 
 서울여성노동자회는 1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법인대표 성희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서울여성노동자회는 1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법인대표 성희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 서울노동자회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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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서 성희롱 규정의 적용을 받는 수규자(受規者)는 '사업주'인데, 고용노동부는 사업주를 법인 대표가 아닌 법인으로 유권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법인대표의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주가 아닌 상급자에 대한 조항이 적용된다.

직장 내 성희롱 신고 등을 이유로 피해자 등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그러나 법인대표는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아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해도 처벌을 피하게 된다.

또한 사업주 성희롱의 경우 회사의 시정 지시 절차 없이 노동부가 성희롱 사실 확인 후 즉시 과태료를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인대표는 상급자로 취급되면서 회사의 '시정 지시'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이 경우 대표가 자기 자신에게 징계를 내리는 것이므로, 징계가 요식행위에 그치게 된다. 미조치시 진정을 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법인 대표가 아닌 법인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는 것에 그친다.

서울여성노동자회는 가해자인 법인 대표가 스스로 월급 10%를 빼고 입금하라는 식의 '셀프 감봉'으로 시정 지시를 이행했다고 넘어간 사례, 시정조치를 안 했음에도 법인대표가 아닌 법인에만 과태료를 물게 된 사례 등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금지의무 규정의 주체를 '사업주'에서 '사용자'로 바꿔서 법인 대표가 포함되게 하는 한편, 셀프징계를 막기 위한 시스템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회사 내에서 강력한 지위를 갖고 있는 법인대표의 성희롱은 2차 피해가 심각한만큼, 노동부가 구제절차에 대한 매뉴얼과 지도점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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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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