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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수학탐험대>에 나온 초1 1학기 수학 3단원 ‘덧셈과 뺄셈’ 1차시 부분.
 <똑똑! 수학탐험대>에 나온 초1 1학기 수학 3단원 ‘덧셈과 뺄셈’ 1차시 부분.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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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나온 초1 1학기 수학 3단원 ‘덧셈과 뺄셈’ 1차시 부분.
 <교과서>에 나온 초1 1학기 수학 3단원 ‘덧셈과 뺄셈’ 1차시 부분.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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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수십 억 원을 들여 만들고 있는 인공지능(AI) 교육도구에 대해 이를 직접 활용해본 교사들 대부분이 '수준 이하'라고 혹평했다. 인공지능 '초등수학' 수업시스템을 지난 9월 공개한 교육부는 "학교에 인공지능을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주춧돌을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교사들과 커다란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초등교사 14명에게 물어봤더니..."게임 중독요소 가득"

14일, <오마이뉴스>는 <똑똑! 수학탐험대>를 직접 사용해본 전국 초등학교 저학년 교사 14명의 의견을 무작위로 들었다. 이 과정에서 실천교육교사모임과 '초등학교 1학년 교사밴드'의 도움을 받았다.

<똑똑! 수학탐험대>(https://www.toctocmath.kr)는 교육부가 지난 9월 14일 처음 공개한 인공지능 활용 초등학교 1~2학년 수학 수업지원시스템이다.

교육부는 지난 10월 5일 보도자료에서 "이 서비스는 학생이 학습한 내용을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분석·예측하는 시스템"이라면서 "이번 서비스를 통해 인공지능이라는 정보통신기술을 학교 현장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주춧돌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이날 유은혜 교육부장관도 "초등학생의 학습 결손이 학력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별화 맞춤형 학습지원 시스템을 추가로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교육부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해 초등학교 3~6학년용 국어 AI와 3학년용 수학 AI를 각각 2021년 3월과 2022년 3월에 보급할 예정이다. 국회 교육위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9년부터 81억 1000만 원을 들여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똑똑! 수학탐험대>를 사용해본 초등교사들 대부분은 '시중에 나와 있는 기계적인 문제풀이 도구보다도 수준이 떨어진다. AI란 말아 아깝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긍정적인 반응은 없었다.

한 교사는 <초등 1학년 밴드>에 "솔직한 느낌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문제를 푸는 느낌, 마치 이해 없이 구구단을 암기하도록 하는 느낌"이라면서 "이걸 계속해서 반복한다면 수 감각이 길러진다기보다는 의미에 대한 이해 없는 기계적 풀이는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교사도 같은 밴드에 "구체적 조작기에 있는 (초1)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만지고 조작하며 수 개념을 익힌다기보다 기계적으로 답을 하도록 만들 것 같다. 사교육업체 사이트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자가 <똑똑! 수학탐험대>에 들어가 1학년 1학기 수학 3단원 '덧셈과 뺄셈'의 '모으기와 가르기를 해볼까요?'란 1차시 문제를 직접 풀어봤다. 정리되지 않은 원색 화면이 나타나면서 80년대 오락실에서나 듣던 단순한 음악소리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그런 뒤 딸기와 사과 등의 그림 개수를 맞추면 '띵'하면서 '아주 훌륭해요'란 글귀가 나온다. 틀렸을 경우엔 '띠옹' 소리가 나면서 '이런! 실수를 했네~'란 글귀가 나왔다가 사라진다. 이런 비슷한 모습의 문제가 10번 반복된다. 10개 문제를 다 푸니 문제를 푼 시간과 정답수가 노출됐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인 강아무개 교사는 "해당 단원은 학생들이 주사위나 인형 등을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덧셈과 뺄셈의 원리를 몸으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데, 교육부가 만든 시스템은 단순한 문제풀이를 위해 마우스 클릭만 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 시스템은 이런 단순문제 풀이에서도 왜 틀렸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해설조차 하지 않는 등 수준 이하"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문제풀이에서 해설을 달지 않은 것은 교사들이 해당 내용을 학생에게 설명토록 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 서울대표(초등교사)는 "단순 문제 풀이조차도 인공지능이 '맞다, 틀리다' 말고는 다른 피드백을 못해주는 거라면 AI란 이름을 붙이면 안 된다"면서 "이 시스템은 귀가 아플 정도로 단순 음악을 반복하는 등 게임에 있는 거의 모든 중독 요소를 그대로 수학 학습에 가져왔는데, 이것이 교육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강민정 의원도 "교육부 담당부서에 인공지능 시스템에 대한 중기계획서 제출을 요청했는데 제출하지 못하는 등 너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지 않나 우려 된다"면서 "수학 AI 프로그램의 경우 부실한 내용물로 인해 교사들로부터 벌써 외면 받고 있어, 13년 동안 608억 원을 퍼부었지만 현장에서 외면 받은 디지털교과서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교육부 "게임 기법 적용한 건 맞지만, 초3부터는 뺄 것"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대표도 "오랜 원격수업으로 아이들 간에 교육격차가 늘어났는데, 검증되지도 않은 AI 수업 프로그램으로 이를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학생이 등교할 수 있는 교육여건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초등 <수학익힘>과 같은 워크북 문제집이 너무 재미없고 교사의 확인 노력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면서 "AI 기능은 해당 학생이 어느 곳에서 많이 틀리는 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데이터 축적을 통해 예측하면서 발휘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흥미를 이끌어 내기 위해 게임기법을 적용한 것은 맞지만, 초등 3학년 이상부터는 이런 부분을 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인공지능 교육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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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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