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왔노라 보았노라 느꼈노라! 한국인 김솔지가 이탈리아에 와서 한국인으로서 바라보고 느낀 이탈리아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기자말]
지난 10여 년을 이탈리아에서 여행업에 종사했다. 올해 초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의 바람은 아직도 매섭다. 로마에 정착한 뒤로 여행객은 커녕 여행업 자체가 정지된 상태로 로마에서 보내는 추석은 마냥 어색하기만 했다. 여느 때 같았으면 몰려드는 여행객들과 시끌벅적 한바탕 연휴를 보냈을 텐데. 

적적한 마음을 뒤로한 채 한국의 가족을 대신할 가장 가까운 이탈리아 친구들과 식사 약속을 잡았다. 가이드에게 최고 성수기라 할 수 있는 추석에 이탈리아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한 것도 돌이켜보면 처음이었다.

우리의 명절 추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불현듯 꺼낸 한복 사진은 이탈리아 친구들의 관심 세례를 받았다. 두 눈이 휘둥그래져 연신 "Bravo(브라보)"를 외치며 '이 옷을 어디서 구할 수 있냐'고 물었다.

추석과 한글날을 맞아 이탈리아에서 작게나마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이벤트를 떠올렸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으로 향했다. 나의 이 작은 프로젝트를 문화원에 소개하고 도움을 얻기 위해서였다.   

한복 이벤트를 떠올렸다, 그리고 실제 실행했다
  
 구군복과 한복을 차려입은 남편과 아들, 그리고 나의 모습
 구군복과 한복을 차려입은 남편과 아들, 그리고 나의 모습
ⓒ 김솔지

관련사진보기

 
아직까지도 유럽에서는 한복을 기모노라고 소개하는 곳이 많다.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아니 한복을 기모노라니... 이게 무슨 피사의 사탑보고 에펠탑이라고 부르는 격이란 말인가?

주이탈리아 한국 문화원에서 근무하는 최용준 실무관은 "2016년 문화원 개원 이래 영화 <기생충>과 BTS의 활약 등으로 K-culture가 이탈리아 내에서도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며 "만약 현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으면 더욱 많은 이탈리아인들에게 다양한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었는데…"라며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 실무관은 우리의 취지를 듣고 흔쾌히 한복 대여에 협조해 주었다.  

우리는 한복을 입고 로마의 대표 명소라 할 수 있는 콜로세움과 대전차 경기장, 캄피 돌리오 광장(로마 시청), 포로 로마노(과거 로마 유적지)를 걸으며 사람들에게 우리 전통의상 한복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마음 같아서는 인파가 몰리는 시간대에 가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에게 뽐내고 싶었지만 야속한 코로나로 그 마음은 접어두기로 했다.
 
 캄피돌리오 광장에서의 루카와 소니아
 캄피돌리오 광장에서의 루카와 소니아
ⓒ 김솔지

관련사진보기

 
저녁식사 자리에 함께했던 여럿 친구들 중에 루카와 소니아와 이 작은 프로젝트를 함께하기로 했다. 일정이 맞았던 것도 큰 이유 중에 하나였지만 루카와 소니아는 우리에게 더욱 각별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우연한 기회에 만난 친구 루카는 다른 곳도 아닌 한국식당에서 만나게 되었다.

루카는 한국을 그저 작은 아시아 국가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당시 축구 강국 중 하나였던 이탈리아를 치열한 연장 경기 끝에 안정환의 골든골로 멋지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분노가 아닌 놀라움으로 한국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월드컵 직후 이탈리아 전역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는 '신변에 위협을 당할 수 있으니 가급적 집에 있으라'는 주의가 내려졌다 하니, 루카는 깨어있는 친구라고 느껴졌다.

그런 루카의 여자친구 소니아는 로마의 유명 호텔의 호텔리어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3월 로마가 록다운 되었을 때 나와 같이 일자리를 잃은 친구이지만, 현재 소니아는 일선에 복귀해서 일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루카, 소니아에게 제안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국에 대해 가장 호의적이고, 관심이 많은 두 친구는 이 제안을 받자마자 '판타스틱한 제안이라 거절할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움을 주었다.

한복 입고 거리 누비기, 효과는 굉장했다
 
 포로로마노에서의 소니아와 루카
 포로로마노에서의 소니아와 루카
ⓒ 김솔지

관련사진보기

  
 콜로세움 앞에서의 루카와 소니아
 콜로세움 앞에서의 루카와 소니아
ⓒ 김솔지

관련사진보기

 
10월, 회색 빛으로 점점 두꺼워지는 아우터들 사이로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의 우리 복장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다가와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우리와 사진을 찍어가는 사람도 많았다. 아마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 어린 시선을 받아보지 않았을까.

예상했던 대로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수많은 질문을 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으로 무슨 종교단체행사냐고 물어본 사람도 있긴 했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우리에게 일본인인지, 입은 옷이 기모노인지라는 질문을 했다. '저 옷은 기모노야!'라고 당당히 소리친 관광객도 우리에게 씁쓸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우리는 질문한 사람들에게 차근차근 답했다. 우린 한국 'corea del sud(South korea)'에서 왔고 이 옷은 한국의 전통복장인 '한복'이라고 설명했으며, 각각 입은 복장에 대해서도 임금, 중전, 포도대장, 여성한복이라고 TMI 설명을 해주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보고, 들은 옷이라 했지만 너무나도 예쁘다고 연신 "beautiful(아름답다)"을 외치며 사진을 찍어갔다.

우리에게 엄청난 호의를 보이며 사진을 찍던 파브리찌오(Fabrizio, 56)라는 로마 시민은 자신은 과거부터 아시아 문화에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어 중국여행도 다녀왔으며 이소룡과 사무라이를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 한국 전통의상은 처음 본다고 했다. 이 아름다운 의상을 지금까지 몰랐다며 우리를 통해 새로운 자극을 얻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의외로 한복에 대해 잘 알던 사람도 있었다. 로마 시청사인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만난 로마 시민인 파올로(Paolo, 33)는 처음 보자마자 우리에게 이것은 한복이 아니냐며 말을 걸었다.

신기한 눈으로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자신은 태권도 수련자이며(4단) 늘 도복을 입고 수련하는데 이탈리아인인 자신의 관장님이 '복'은 옷을 의미하며 한국에는 전통의상인 '한복'이라는 것이 있다라고 알려줬다는 거다. 하지만 인터넷으로만 봤지, 한복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포도대장의 구군복을 입은 남편
 포도대장의 구군복을 입은 남편
ⓒ 김솔지

관련사진보기

 
특히 포도대장옷(구군복)에 깊은 관심을 보이던 콜로세움 주변의 경찰인 마리오(Mario, 34)는 과거 조선의 군인 및 경찰이라 할 수 있는 전통의상을 보자 너무 아름답다며 마치 바티칸에서 볼 수 있는 스위스 근위병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약 3시간 가량 시내를 거닐며 시민과 관광객들로부터 한복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나름 '우리나라를 이탈리아에 알렸다'는 뿌듯함에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우린 점점 더 신이 났다. 무엇보다 간만에 친구들과의 좋은 추억도 쌓고, 미흡하지만 한복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카메라 속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는 생각에 굉장히 보람찼다. 

이탈리아 한류는 이제 시작
 
 피렌체 한국영화제 2020년 18회 공식 포스터
 피렌체 한국영화제 2020년 18회 공식 포스터
ⓒ 김솔지

관련사진보기

 
이탈리아는 그동안 한국문화가 전달되기에는 그 기반이 너무 약했다. 매년 피렌체에서는 피렌체 한국 영화제도 열리고 있지만 한국영화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기생충>의 대약진과 BTS를 비롯한 블랙핑크, NCT 등의 활약에 힘입어 이탈리아내 한류를 급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로 K-방역으로도 알려져 실제로 이탈리아는 K-방역을 벤치마킹해서 코로나 사태를 막아나가고 있기도 하다.

남편은 이탈리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한국은 코로나를 잘 막아내고 있어서 너무 부럽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그럴 때마다 굉장히 뿌듯해 한다. 이렇듯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가 점점 이탈리아에 알려지고 있다보니 앞으로도 이 나라에서 살아야하는 나로서는 너무나도 뿌듯한 일이다.

특히나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보니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서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나 너희 나라의 OO 알아' 이렇게 이탈리아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면 한국인으로서 이탈리아에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도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내가 이탈리아에서 항상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한국 콘텐츠의 부족이었다. 구수한 된장찌개가 그리워 방문할 코리아 타운도, 코리아 스트리트도 없으며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인마트 역시 찾기 힘들다. 대부분이 중국인이 운영하는 아시아마트라 끼워팔기식으로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 제품들이 전부다.

특히 코로나 이전 한류의 강력한 열풍에 힘입어 제대로 자리를 잡나 했더니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거주하던 많은 한인들이 한국으로 돌아갔다. 아마 그들이 다시 돌아와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또 몇 년이 걸릴 테다.

하지만 언젠가 이탈리아에서도 한국인들이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우리만의 문화를 잘 형성해 아름답게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다. 나의 작은 이번 프로젝트는 어떻게 보면 보잘 것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이탈리아에서 K-pop 때문에 덩달아 빛나고 있는) K-fahsion 이전에 '우리 전통 의상 한복이 있다'는 것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댓글8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학창시절을 이탈리아에서 보냈으며 밀라노에서 대학졸업 후 패션, 통역, 관광분야에서 근무를 하였습니다. 로마에서 거주하는 이탈리아 공인 가이드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한국인이자,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서 바라보는 시야를 보다 사실적이고 확실하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