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얼라이브> 포스터

영화 <얼라이브> 포스터 ⓒ 로버트 워츠 외

 
얼마 전 울산에서 발생한 주상복합 건물 화재 사건에서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았다는 뉴스를 접하고 이 영화가 생각났다.

1993년 개봉한 영화 <얼라이브>는 1972년 10월 13일 금요일 오후, 45명의 우루과이 대학 럭비팀과 가족들은 태운 항공기가 칠레로 상륙하기 직전 안데스산맥에 추락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조종사의 과실 및 기상악화로 비행기의 날개는 잘리고 프로펠러가 객실 안을 비집고 들어왔다. 꼬리 부분은 잘려 나가고 그야말로 몸통만 덩그러니 해발 3500미터 설산에 떨어진다. 추락 즉시 몇몇 승객은 즉사했고 부상을 딛고 살아 남았어도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은 사람도 안전하지 않았다. 몸이 그나마 멀쩡한 사람들은 서로를 돌보고 격려해 주었지만, 극심한 추위와 고통, 배고픔 속에 구조대를 기다리며 8일을 버틴다.

그러나 희미한 라디오 방송으로 들려오는 수색 포기 보도를 듣고 또다시 절망한다. 포기할 수 없었던 '난도 파라도(에단 호크')는 누이동생을 먼저 떠나 보내며 꼭 살아가리라는 의지를 불태운다. 함께 노래도 부르며 음식을 나누고, 부둥켜안고 체온을 유지하며 몇 날 며칠을 보냈다. 찾지 않던 절대자에게 기도를 하기도 하고 꼭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만나리라는 희망에도 부풀었다. 그렇게 10주를 영하 40도의 혹한에서 버티지만 식량은 점점 떨어져갔다. 
   
무방비 인간 앞에 거대한 자연은 무서울 정도로 잔혹했다. 끝을 알 수 없는 절박함에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바로 어제까지 웃고 떠들던 동료의 시체를 먹어야만 한다.
 
 영화 <얼라이브> 스틸컷

영화 <얼라이브> 스틸컷 ⓒ 로버트 워츠 외

 
살기 위해 부끄러움과 미안함, 절망, 혼란, 공포를 넘나드는 존엄성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극단의 상황에서는 일단 살아나가고 볼 일.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이성은 없고 날것의 본성만 남는다. 
   
영화는 인간이 생존을 위해 동족을 먹는다는 충격적인 서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를 세밀하게 이야기한다. 문명인으로 죽을 거냐 식인종으로 살아남을 거냐의 첨예한 정신적 갈등을 보인다. 하지만 처음이 어렵다. 차츰 적응을 하게 된다. 실제로 이렇게 72일을 버텨 16명이 생존했다. 

논외로 충격적인 실화 소재보다 극적으로 깨어나 리더가 되는 에단 호크의 성장과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작정 구조대를 기다리고 있기 보다, 죽을 때 죽더라도 산맥을 넘어가 보자는 의견을 냈던 용감한 캐릭터다. 그가 아니었다면 여태껏 인간의 존엄성마저 버려가며 버틴 사람들의 노고가 아무 의미 없는 일이 돼버렸을 테니 말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강한 유대감은 살아 돌아올 수 없을 거라 믿었던 곳에서 기적을 만들었다. 종종 인간은 위기 앞에서 기지를 발휘한다. 한계 앞에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은 무엇이었을까, 나라면 어땠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얼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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