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맞붙는 애틀랜타와 다저스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맞붙는 애틀랜타와 다저스 ⓒ 정강민


올해 시즌 직전 튀어나온 키워드가 바로 와일드카드 시리즈 신설과 이에 따른 포스트시즌 참가팀을 종전 10개 팀에서 16개 팀으로 확장한다는 것이었다. 이 조치는 가을야구 무대에 새로운 얼굴들의 참전이 불가피하게 되어 많은 중하위권 팀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 결과 토론토, 시카고 화이트삭스, 신시내티 레즈 같은 팀들이 가을무대에 나오는 발판이 됐다.

포스트시즌의 확장은 2위팀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안겨주는 효과도 있었다. 그래서 휴스턴은 디비전시리즈에서 오클랜드를 잡으며 체면치레를 했고, 샌디에고 파드리스, 마이애미 말린스는 올해 2위 자리에 올라 포스트시즌을 경험하며 같은 지구 공룡팀을 상대하는 기회까지 얻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은 끝내 반란에 성공하지 못했다. 심지어 아주 깨끗한 3-0의 퍼펙트 스코어로 시리즈를 매듭지은 구관들이었다. 8년 연속 지구 1위의 다저스와 3년 연속 지구 1위의 애틀랜타는 아무렇지 않게 도전자들을 제압했고, 챔피언십시
리즈에서 내셔널리그 챔피언을 가린다.

디비전시리즈에서는 지배자였지만, 챔피언십시리즈에 오른 다저스를 상대로 도전자의 입장에 선 애틀랜타. 9회 연속 가을야구 1라운드 탈락에 일조한 다저스와 두 번의 디비전시리즈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번엔 장소를 바꿔 4승을 먼저 선취해야 하는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맞붙는다. 가을야구 1라운드 탈락을 넘어서자 두 번 연속 라운드 통과를 이룬 애틀랜타가 이 기록을 경신하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 애틀랜타 vs 다저스, 명관을 증명해낸 구관들
 애틀랜타와 다저스의 주요 성적 비교

애틀랜타와 다저스의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애틀랜타의 3연전 길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올해도 또 큰 어려움 없이 진행이 됐다. 전년도 우승팀 워싱턴 내셔널스가 추락한 가운데, 유력 경쟁자였던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뉴욕 메츠는 마이애미 말린스에게마저 밀려났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는 신시내티가 알아서 자멸했고, 마이애미는 전력 격차를 이용해 손쉽게 밀어붙였다. 사실상 올해 첫 시련의 시간에 서게 됐다.

반면 다저스는 성적에는 드러나지 않은 거센 도전을 받았다. 같은 지구의 샌디에고가 37승으로 내셔널리그 전체 2위에 오르며 가장 위협적인 도전자가 된 것이 이유였다. 이로 인해 다저스는 시즌 10경기의 리그챔피언십시리즈 모의고사를 치렀다. 6승 4패로 시험 준비를 한 다저스는 밀워키를 2승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본 고사에서 다시 만난 샌디에고를 3연승으로 제압하며 완벽히 챔피언십시리즈 대비를 마무리했다.

ELO 레이팅 잔여 4팀 중 애틀랜타는 가장 순위가 낮고, 다저스는 순위가 가장 높다. 하지만 그 간극은 그리 크지 않다. 애틀랜타는 충분히 다저스 타선에게 파괴력을 보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최후의 4팀이 된 이상 이 이상에 가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다만, 애틀랜타가 지금껏 상대해온 팀은 가을야구 진출팀 중 약체로 분류된 팀들이었다. 이번 시리즈는 이 저평가 요소를 뒤집을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 선발 분석
 애틀랜타와 다저스의 선벌진 비교

애틀랜타와 다저스의 선벌진 비교 ⓒ 정강민


애틀랜타 선발진도 휴스턴 타선 못지 않은 환골탈태를 경험했다. 주인공은 카일 라이트다. 얼마전 25살이 된 젊은 신예 라이트는 사실 시즌내내 실망스러운 피칭으로 일관하며 선발진 약화에 일조했다. 작년 주축 선발들 중 맥스 프리드만 남아 버티던 선발진이었는데, 이안 앤더슨이 만개하고 시즌 말미부터 좋은 흐름을 탄 라이트의 존재감은 이 가을야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7경기를 연전으로 치러야 하는 시리즈에 저 셋 이후에 내세울 선발투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은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예년의 2-3-2 구조의 포스트시즌이라면 감내할 수 있는 선에서 3인 로테이션을 운용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3일 휴식을 가정하면 시리즈 자체가 끝날 가능성이 있는 타이트한 일정이다. 이전과 달리 오랜만에 강한 타선을 만나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려운 상황이다. 어떤 대책으로 이번 시리즈에 들어올 지 잘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저스의 선발진은 기량에서 의심스러운 것은 없다. 워커 뷸러도 마운드에서는 자신의 지배력을 잘 보여줬으며, 커쇼도 2경기 연속 어쨌든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했다. 신인으로 로테이션 공백을 잘 메워온 더스틴 메이와 토니 곤솔린 듀오도 본격적으로 이번 챔피언십시리즈부터는 가동될 것이다.

다만, 19시즌부터 점점 변칙으로 마운드를 운용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선발진의 이닝 소화력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커쇼 외의 투수들은 5이닝 전후로 짧게 이닝을 소화해왔고, 여기에 에이스 뷸러는 물집부상이 말썽이다. 선발진의 기량은 좋은데 불펜에 가해지는 부담은 전혀 완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다저스 선발진은 이번엔 타자제압과 함께 이닝소화에도 능력치를 좀 더 보여줄 필요가 있어보인다.

# 불펜 분석
 애틀랜타와 다저스의 불펜진 비교

애틀랜타와 다저스의 불펜진 비교 ⓒ 정강민


애틀랜타의 불펜은 완벽한 승리로 이번 가을야구를 견인해왔다. 신시내티 타선에겐 단 한 점도 허락하지 않았고, 마이애미와의 시리즈에서도 1차전을 제외하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안정적으로 승리를 배달해줄 투수들이 많은 애틀랜타 불펜의 힘이 지난 두 번의 가을야구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시리즈 패배 징크스를 깨는데 1등공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번 시즌 최강 타선들을 상대로도 같은 지배력을 보일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신시내티와 마이애미 타선은 이번 가을에 올라온 16팀 중 조정창조득점력(wRC+)에서 각각 뒤에서 3번째와 5번째에 위치한 팀이었다. 반면 다저스는 리그에서 1위(122)였다. 앞으로는 강타선과 계속 마주할 것인데, 애틀랜타의 방패가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가 가을야구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다저스의 불펜은 2017시즌과 비슷한 안정감으로 이번 시즌 승리를 지켜냈다. 신예 그라테롤과 곤잘레스, 영입파 트라이넨이 새롭게 필승조 투수로 교체됐고 콜로라도에서 방출된 제이크 맥기가 작년의 그 투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부활에 성공하는 등 플러스 요소가 아주 많았다. 디비전시리즈에서도 안정감을 뽐내며 2020시즌 최고 타선 중 하나인 샌디에고에게 4점만을 허용하는 짠물투를 보여줬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9회가 고민인 상황이다. 다저스 불펜진도 템파베이처럼 승전조를 믿고 맡길 투수는 많다. 하지만, 백업 마무리조차 두지 않았을 정도로 그들의 9회 플랜은 잰슨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 잰슨을 마무리에서 내리려는 낌새를 보였음에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에는 이런 고민이 깔려있을 것이었다. 정규시즌도 아닌 포스트시즌에 7년간 이어진 체제에 변화를 주는 중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9회 플랜에 성공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타선 분석 
 애틀랜타와 다저스의 타선 비교

애틀랜타와 다저스의 타선 비교 ⓒ 정강민

 
애틀랜타 타선의 파괴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올해는 MVP 0순위로 올라선 프리먼이라는 든든한 중심축을 두고 베테랑 오주나와 다노, 겁없는 아쿠냐-알비스 듀오까지 전 포지션에 걸쳐 공격력에 일가견이 있다. 상대 마운드를 무너트리고 잡은 리드를 불펜에서 지켜내는 것이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승리공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만 플라이볼의 결과가 좋고(wOBA .493 전체 8위)타구의 질 대비 결과물이 아주 잘 나오는 미닛메이드파크(가중출루율(wOBA)-기대가중출루율(xwOBA) .093 전체 3위)에서 이걸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글로브라이프필드(wOBA .288 전체 최하위)로 옮긴 것은 악재다. 큰 한 방으로 손쉽게 상대 마운드를 두들기는 것은 이 구장에서 쉽지가 않다.

여기에 강한 신시내티 투수진을 상대로는 답답한 공격력으로 일관한 반면 약체 마이애미에겐 화력을 자랑하는 강약약강의 행보를 벗어나지 못한 찜찜했던 부분도 있었다. 다양한 투수들을 빠르게 투입하는 다저스의 운영에 놀아난다면, 와일드카드 때의 답답함만 재현하고 끝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구장 적응력과 동요하지 않는 공격력을 뽐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저스는 파괴력도 파괴력이지만, 글로브라이프 필드에서도 적응을 마쳤다. 사실 첫 방문인 정규시즌에는 악체 텍사스 투수진을 상대로 공격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거대한 구장이었다(OPS .802는 이번 시즌 방문한 구장 중 4번째로 나쁜 기록). 이에 전략을 수정해 출루와 적시타로 공격했고 샌디에고 투수진을 맞아 23점을 낼 동안 홈런은 단 한 점만 도움을 받으며 타격감을 재조정했다.

특히 지난 시리즈의 경기력이 고무적이었던 것은, 애틀랜타 투수진은 홈런을 아주 적게 내주는 대신 적시타에는 취약했기 때문이었다. 피홈런수는 69 대 66으로 애틀랜타가 약간 더 많지만, 총 실점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애틀랜타 288 / 다저스 213). 이 차이는 바로 득점권 상황에서 안타를 억제하지 못했던 탓이었고, 다저스는 빅볼이 아니더라도 좋은 공력력을 막 보여주고 나온 참이었다. 이 분위기를 이을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 할 것이다.

# 관전포인트

애틀랜타의 키워드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일관된 전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됐다. 지금까지 만났던 두 팀의 투타 부분들 중 리그 최고를 다투는 위치에 있던 파트로는 신시내티의 투수 파트가 있었다. 그리고 애틀랜타 타선은 신시내티와의 매치업에서 투수진의 호투에도 답답한 경기를 전개했다. 이번에 만날 다저스는 투타가 모두 최강을 다투고 있다. WS 우승 전선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이번 시리즈 본인들의 강점을 마음껏 표출할 필요가 있다.

다저스는 결정적인 순간에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했다. 2016년 NLDS, 2018년 NLCS 외에는 위기의 순간 그대로 주저 앉았다. 접전으로 몰릴 경우 다저스보다는 그 상대에게 오히려 승산이 더 많아보일 정도다. 아직은 전력차를 여실히 드러내는 경기력으로 수월한 행보를 보인 가운데, 애틀랜타에게도 지금의 좋은 흐름을 유지하며 단기에 시즌을 끝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0년대 자신들의 아픈 징크스에 두 번 소금을 뿌린 다저스를 상대로 세 번은 당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알링턴으로 향하는 애틀랜타. 이에 맞서는 지배자 다저스는 무키 베츠까지 데려오며 올해는 기필코 월드시리즈 제패를 하고 말겠다는 입장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복수와 굶주림의 정면충돌을 예고한 두 왕조의 피할 수 없는 승부가 기다림 끝에 그 서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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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포스트시즌 가을야구 챔피언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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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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