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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충남 태안군 안면읍에 위치한 백사장해수욕장 위를 날고 있는 한서대 태안비행장의 경비행기. 올해는 유독 비행장이 위치한 남면은 물론 비행기가 회항하거나 항공 경로상에 놓여 있는 마을들까지 비행소음을 호소하고 있다.
▲ 노을이 내리는 하늘 위를 날고 있는 한서대 태안비행장의 경비행기 사진은 충남 태안군 안면읍에 위치한 백사장해수욕장 위를 날고 있는 한서대 태안비행장의 경비행기. 올해는 유독 비행장이 위치한 남면은 물론 비행기가 회항하거나 항공 경로상에 놓여 있는 마을들까지 비행소음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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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주택가에서 저공선회한다. 하루만 살아봐라. 비행소음이 재난방송을 해도 들리지 않을 정도다. 새벽 6시 반부터 저녁 늦게까지, 토요일에도 비행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원면은 발전소 주변 지역으로, 야간에는 발전소 소음 때문에, 낮에는 비행소음 때문에 못 산다. 바다 쪽도 있는데 굳이 민가에서 선회하는지 모르겠다." - 충남 태안군 이원면 포지3리 이호석 이장

"눈뜨면 욕부터 나온다. 1분에 3~4대씩 뜨면 미쳐버린다. 오전 7시부터 비행 소리가 들리는데 9시에 직원들이 출근할 때까지 두시간 동안 속 뒤집어 놓는다. (아직 출근 안해) 전화 안 받는 줄 알면서도 관제탑, 운항과, 비행교육센터까지 전화 안해 본 데가 없다. 이정도 피해가 있다면 현장에 나와서 한번쯤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민원 넣으면 비행경로 이동하도록 전파하겠다는 대답이 전부다." - 충남 태안군 남면 변영규씨

"보상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상생하자는 것이다. 비행은 소음을 달고 다닌다. 활주로를 2005년에 개설했다. 16년을 싸우고 있다. 비행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행정실이 민원을 접수한다. 비행사들 교육해서 사고 위험이 없는 범위에서 선회할 수 있도록 해달라." - 충남 태안군 남면 가재풍씨


충남 태안군 남면 신온리에 위치하고 있는 한서대학교 태안비행장을 둘러싼 소음 민원이 최근 남면에서 벗어나 비행 항로인 소원면과 비행 회항지인 태안반도 끝단 이원면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비행장이 위치한 남면은 이착륙시 발생되는 소음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비행항로인 소원면에서는 "돌을 던져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주택가에서 저공비행을 해 소음 공해로 고통 받고 있다. 이원면은 특히 회항지로 비행기가 낮게 회항하면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라며 회항지를 민가가 아닌 바다 쪽으로 이동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서대학교 태안비행장은 항공운송산업 관련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지난 2005년 4월 11일 완공했으며, 폭 25m 길이 1180m 규모의 활주로를 갖추고 있다. 태안비행장은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2005년 1월 12일 설치허가를 받았다. 보유한 항공기로는 C172S CESSNA 19대를 비롯해 비운항 헬리콥터 EN480B 3대 등 모두 36대다. 교육기관 중에는 유일하게 활주로를 갖추고 있어 다른 대학교나 공군 등에서도 위탁교육을 받고 있다. 

주민들의 호소에 태안비행장을 총괄하고 있는 한서대 항공부총장은 나름대로의 해법을 내놨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상생협의체 등을 통해 이미 아침 8시 이전, 그리고 주말에는 비행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한서대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태안군도 수차례 공문을 보내 학교 차원의 소음저감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주민들의 민원을 제기하며 '한서대학교 태안비행장 운영자료 제출 협조 요청'을 보냈지만 되돌아오는 대답은 원론적인 답변뿐이었다.

기자가 단독 입수한 태안군이 한서대 비행장에 보낸 공문서와 한서대 비행장 측이 제시한 '비행소음에 대한 민원해결 방법 강구' 답변서를 보면 전혀 이행이 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태안군은 지난해 초부터 한서대 비행장에 수차례 공문을 보냈다. 태안군 고남면 고남리와 누동리, 원북면 구례포~학암포 일원, 이원면 내1, 2리 일원, 남면 곰섬로, 이원면 사관로, 남면 신온1리, 마검포 캠핑장 일원, 태안읍 송암리 솔라고 골프장 인근지역, 백사장 인근 캠핑장, 태안발전본부 인근지역 등 수차례 발생한 민원에 대해 한서대 측에 비행교육으로 인한 소음피해 민원접수에 따른 대책을 강구토록 공문으로 보낸 것.

민원인들 대부분은 반복되는 경비행기 소음민원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태안군도 민원유발 지역 회피 기동, 비행고도 조정 등의 협조문을 한서대에 보냈다.

이에 한서대 측은 지난 5월 15일 회신 공문에서 "한서대학교 태안캠퍼스 비행교육원에 비행관련 업무 관련자에게 민원사항 전달과 비행소음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비행고도 및 방향 고려, 비행교관 교육, 자체 방안 등을 통한 소음최소화에 노력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면서 비행현황 등을 붙임 문서로 첨부했다.

한서대가 첨부한 '2019년 비행운항 현황 통계'에 따르면 운항횟수는 총 231회로, 이 중 극동대의 교육비행이 143회로 가장 많았다. 이어 행정비행이 37회, 초당대 31회, 중원대 9회, 디지트로그(비행장치 연구) 5회, 세종대 4회, 공군 2회 등으로 나타났다. 

한서대측은 지난해에는 '비행소음에 대한 민원해결 방법 강구' 문건을 통해 ▲평일, 주말 및 공휴일 비행 시간 조정 운영(평일-일출 30분 이후, 주말 및 공휴일-09시 이후 비행 스케쥴 반영 및 시행) ▲헬리콥터 비행 제한적 운영, 가능한 주말 비행 통제 ▲RUNWAY 33 이륙방향 10도 이상 변경 운영 ▲바람방향 고려 가능한 RUNWAY 15 이륙방향 사용 권고 등의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면서 "결론적으로 한서대학교 태안캠퍼스는 소음민원 피해 최소화를 위해 항공안전법을 준수한 상태에서 실질적으로 최대한 정성을 다하여 노력하고 지속적인 토의를 통해 방법을 강구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고도 했다.

한 자리에 모인 소음피해주민들과 한서대 비행장 관계자들… 무슨 대화 오갔나
 
지난 9월 22일에는 비행장이 위치한 남면지역 마을주민 대표와 경비행기의 선회로 인해 소음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태안반도 북쪽 끝단 이원면 주민대표까지 참석해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 마주앉은 소음피해 호소 주민들과 한서대 태안비행장 관계자들 지난 9월 22일에는 비행장이 위치한 남면지역 마을주민 대표와 경비행기의 선회로 인해 소음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태안반도 북쪽 끝단 이원면 주민대표까지 참석해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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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않았고, 지난 9월 22일 열린 한서대 비행장과 남면, 이원면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도 이같은 약속 불이행은 불만으로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서대 최세종 항공부총장, 이세걸 비행교육원 교육부장, 최명환 행정지원부장 등과 태안군청 관계자, 남면, 이원면 주민과 본지 기자 등이 참석했다.

남면주민 변영규씨는 교육부장을 향해 "활주 방향을 각도를 조금 틀면 바다 쪽으로 갈 텐데 몇 대 빼고는 다 마검포를 지나간다"면서 "이륙할 때 바다쪽으로도 가능한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변씨는 이어 "관제탑에 사람이 없어도 비행 가능해 일요일에도 비행하는데 일요일에는 정말 X판이다"면서 "토, 일요일에는 비행하지 말고 차라리 평일에 더 비행하면 어떤가. 그리고 평일 오전 8시부터 비행한다고 했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면 가재풍씨는 "한서대는 무법자다. 허가 내 준 군도 책임 있다. 이원면에서 소음 때문에 왔는데 이원까지 비행할 게 아니라 바다 쪽으로 나가면 어떤가 국방부와 협의해봐라"면서 "상생발전협의체가 한서대 때문에 깨졌는데, 전화로 민원제기해 봐야 아무 성과도 없고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상생발전협의체의 재구성을 에둘러 밝혔다.

이원면 이호석 이장은 "비행기가 이원 상공에서 선회하고 가는 게 아니라 연습하면서 폭주한다"면서 "유독 주택가만 도는데 전화해도 콧방귀도 안 뀐다. 발전소 공해 때문에 못 살지, 이제는 한서대 비행기 소음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이세걸 비행교육원 교육부장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방학도 없이 비행을 해야 졸업이 된다"고 전제한 뒤 "앞으로는 런웨이 33 북쪽 방향은 8시 이전 이륙 금지, 남쪽 방향은 8시 이전이라도 이륙 가능토록 지침을 바꿨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고 소음을 생각지 않고 비행하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서대 항공부총장 "발전적으로 협의해 빠른 시일내에 개선안"

이어 정리에 나선 최세종 항공부총장은 "비행 높이가 낮다고 했는데 선회하는 곳이 바다로 나가는 부분도 찾아봐야 하고, 특히 마검포쪽은 런웨이 33 방향에서 각도 틀어서 이륙하는 부분, 그리고 주말 비행시간의 문제, 비행경로, 고도의 문제 등에 대해 내부 협의하겠다"면서 "민원도 행정실이 아닌 비행교육원에서 직접 처리하도록 하는 등 발전적으로 협의해서 하나하나 빠른시일내에 개선안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를 마치면서 참석한 주민들은 민원이 제기된 지역에 대한 한서대 비행장측의 기본적인 방향이 잡히면 토론회를 개최하자는 제안도 한서대 측에 내놨다. 

한편,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상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한서대소음피해대책위원회가 한서대 비행소음문제에 향후 집단 움직임을 예고하고 나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현돈 한서대소음피해대책위원장은 "추석 내내, 토요일, 일요일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비행기를 무작위로 띄워 관광지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면서 "한서대 비행소음문제로 포럼도 하면서 토요일, 일요일은 비행을 자제하는 것으로서 극단적 상황은 피하는 것으로 협의한 바 있는데 시간이 가면서 살살 토요일이던 공휴일이던 가리지 않고 백사장 방향이나 마검포 방향으로 무작위로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 "그러잖아도 코로나로 관광사업 어려워 죽겠는데 비행 소음으로 아예 싹쓸이를 하려드나. 이게 교육자들이 하는 작태인가"라고 비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한서대 태안비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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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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