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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청은 관내 거주 만19~39세 청년 구직자를 위해 '면접용 정장 대여', '헤어 메이크업 및 증명사진 촬영'을 무료로 제공하는 '청년 구직활동 패키지 지원 꿈나래' 사업을 하고 있다. 면접용 정장. 허례허식의 가치를 숭상하고 근본 없는 전통을 사랑하는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전통 의상이 생겼다.

모든 업계가 정장을 입고 일하는 것이 아닌데, 원피스를 입고 출근하더라도 면접 날 만큼은 국회의원처럼 정장을 입어야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 맞춘 정장을 면접날 딱 한 번 입고는 장롱에 고이 모셔둔다. 이후로는 주변인의 결혼이나 빈소 방문 때에나 입는다. 결혼식 때 비싸게 맞추고는 명절에나 꺼내 입는 한복처럼.

덕분에 '결혼식용 한복 대여'처럼 수년 전 '면접용 정장 대여' 서비스도 등장했다. 그러나 막상 알아보면 가난한 취준생(취업준비생 줄임말)에게는 이 대여료가 만만치 않다.

최저 금액이 7~8만 원부터, 이른바 '명품 정장'만 취급하는 전문 업체의 경우 10~20 만 원 대를 호가하는 곳도 있다. 구두, 벨트까지 '풀세트'을 대여하려면 금액은 더 올라간다. 차라리 저렴한 마트 표 정장 재킷을 한 벌 구입하는 편이 경제적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화성시청의 지원으로 '면접용 정장 대여'는 물론 '증명사진 촬영', 게다가 '촬영 전 메이크업'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다니. 게다가 '촬영 전 메이크업'을 포함한 가격은 7~8만 원대.

우리는 이렇게 이력서용 사진 촬영이라는 출발선에서부터 빈부의 격차를 체감한다. 증명사진 촬영용 메이크업이라니, 화성시청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다. "고마워요 화성시청!" '꿈나래' 지원사업은 잡아바넷(jobaba.net)에서 신청 후, 계약된 업체에 방문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이 서비스를 신청하는 과정 자체는 이 '꿈나래 사업'의 취지만큼 상냥하지 않았다.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려면 '면접 일정'과 '회사 담당자 연락처'를 기재하라고 하는데, 적잖이 당황했다.

일단 증명사진을 찍어야 이력서에 붙여서 내고, 그 다음에 서류탈락을 하든 면접 일정이 잡히든 하지 않을까? 면접 일정이 확정된 이후에 찍은 증명사진을 무엇에 쓰나? 이력서는 이미 제출하였는데. 아, 어차피 탈락할 거니까 다음 이력서에 사용하면 되겠군! 고마워요, 청년 구직자의 재도전을 응원하는 화성시청!

사실은 '증명사진 촬영'과 '정장 대여' 서비스를 신청하는 페이지가 일원화되어 있는 탓인데,  올 해 1월 1일부터 시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두 신청서를 분리해달라는 요구를 아직 아무도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만 '면접용 정장 대여'를 위한 '회사 담당자 연락처' 기재 요구는 여전히 난감하다. 행정주체의 관점에서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증거가 마땅히 필요하겠지만,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난처하기 짝이 없다. 담당자 연락처를 기재하면 화성시청에서 해당 회사로 확인전화라도 하는 것일까?

필자는 1차 서류합격 및 면접 일정 통보를 유선 상으로 받았기에 아무런 문서상의 증빙자료가 없었는데, 신청서에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등 면접 증빙서류'를 첨부해야만 한다며 신청이 반려됐다.

면접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제가 면접용 정장이 없어 무료로 대여하려고 화성시청에 지원 서비스를 신청하려고 하니, 문자나 메일로 좀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면접 담당자의 성향이나 회사 방침에 따라 다르겠지만, 면접을 보기도 전에 '정장 하나 없어서 빌려 입고 오려는, 그것도 공짜로 빌리려고 귀찮게 하는 사람'이라는 딱지를 하나 붙이게 되지 않을까.

물론 사업 자체의 취지는 아주 바람직하고, 청년구직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도움은 무척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웃픈(웃기고 슬픈 줄임말)' 상황에 떠오르는 철 지난 유머가 있다.

"선생님은 우리 반에 결식아동이 있는지 확인해서, 무료로 급식을 먹을 수 있게 하려고 해요. 여러분 모두 눈을 감아요. 그리고 집에서 급식비 내기 어려운 친구가 있으면 조용히 손을 들어요. 네. 좋아요. ○○○ 손 내려도 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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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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