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에스버드는 2007년 겨울리그부터 2011-2012 시즌까지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통합 6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물론 신한은행은 2000년대 중반까지도 전주원(우리은행 위비)이라는 천재가드를 중심으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신한은행이 '레알신한'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구축한 것은 2006년 '여제' 정선민과 '거탑' 하은주 영입이 결정적이었다.

영원할 거 같았던 신한은행의 독재시대는 2012-2013 시즌 '꼴찌반란'을 일으킨 우리은행 때문에 막을 내렸다. 신한은행이 모기업의 과감한 투자로 호화군단을 구축했다면 그 시절 우리은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훈련량에서 나오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또 한 번 통합 6연패의 위업을 재현했다. 2017년 양지희(BNK 썸 코치) 은퇴 후 김정은을 영입하기도 했지만 당시 김정은은 부상으로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던 선수였다.

2018-2019 시즌 박지수와 카일라 쏜튼을 앞세운 KB스타즈에 밀려 통합 7연패가 좌절된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21승6패 승률 .778의 성적으로 다시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는 이번 시즌 다시 한 번 박지수가 버틴 KB에게 밀려 우승후보 1순위 자리에서 한 발 벗어나 있다. 과연 우리은행은 빅맨이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고 정상의 자리를 확실히 되찾을 수 있을까.

통합7연패 무산 아쉬움 털고 정규리그 1위 탈환
 
 20년이 넘는 여자프로농구 역사에서 박혜진보다 많은 MVP 타이틀을 수상한 선수는 정선민 한 명 뿐이다.

20년이 넘는 여자프로농구 역사에서 박혜진보다 많은 MVP 타이틀을 수상한 선수는 정선민 한 명 뿐이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017-2018 시즌까지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은 2018-2019 시즌 프로 스포츠 역사에서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통합 7연패에 도전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KB와의 상대전적에서 2승5패로 밀린 우리은행은 KB에게 1경기 뒤지며 정규리그 7연패가 좌절됐다. 우리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도 정규리그에서 8경기나 뒤졌던 삼성생명 블루밍스에게 1승2패로 패하며 최종순위 3위로 시즌을 마쳤다.

많은 농구 전문가들과 언론, 팬들은 수 년 전의 신한은행이 그랬던 것처럼 길었던 우리은행의 독주시대가 끝날 거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양지희가 은퇴한 2016-2017 시즌을 끝으로 변변한 토종 빅맨 한 명 없이 위태롭게 시즌을 치르고 있었다. 여기에 두 번의 챔프전 MVP 경력을 가진 임영희(우리은행 코치)까지 현역 은퇴를 선언하면서 우리은행의 전력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시 우리은행은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팀 득점 2위(70.6점)와 최소 실점 1위(60.2점), 리바운드 1위(43.4개), 2점슛 성공률 1위(48.2%), 자유투성공률 1위(78.1%)를 기록하는 뛰어난 공수균형을 자랑하며 정규리그 1위를 탈환했다. 만약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지 않았다면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리은행과 KB의 '진검승부'가 열릴 확률이 매우 높았던 시즌이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은행의 에이스 박혜진은 14.74득점5.11리바운드5.44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4%를 기록하며 개인통산 5번째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WKBL 역사에서 박혜진보다 많은 정규리그 MVP 타이틀을 보유한 선수는 정선민(7회) 밖에 없다. 아직 만30세에 불과(?)한 박혜진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역대 최다 MVP 수상 기록에 도전하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30분 이상의 출전시간과 11득점3.56리바운드2.48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는 팀 내 최고참 선수 김정은의 노익장도 우리은행을 이끄는 든든한 힘이다. 특히 김정은은 토종 센터가 없는 팀 특성상 상대 빅맨을 수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김정은은 묵묵히 맡은 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며 높은 팀 공헌도를 자랑하는 선수다.

원투펀치 잡은 우리은행, 신예 박지현 성장 중요
 
 차세대 에이스 박지현의 성장 속도와 크기에 따라 우리은행의 이번 시즌 성적도 크게 달라질 확률이 높다.

차세대 에이스 박지현의 성장 속도와 크기에 따라 우리은행의 이번 시즌 성적도 크게 달라질 확률이 높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우리은행의 에이스이자 현존하는 여자농구 최고의 선수 박혜진이 FA 자격을 얻었다. 단숨에 전력보강을 노리는 하위권 팀들은 물론이고 우리은행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KB까지 박혜진 영입전에 뛰어 들었다.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와 구단 관계자들이 정성을 들여 박혜진을 설득했고 박혜진은 계약기간 4년, 연봉 3억 원의 조건에 우리은행에 잔류했다.

우리은행은 또 한 명의 FA 대상자였던 김정은과도 연봉 3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6개 구단 중 상한선(3억 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 2명을 보유한 유일한 팀이 됐다. 2017-2018 시즌이 끝난 후 발 부상 악화로 은퇴를 선언했다가 2019-2020 시즌 도중에 팀에 복귀한 홍보람 역시 9000만 원의 조건에 재계약했다. 지난 시즌 1위 팀 우리은행이 전력 손실 없이 새 시즌을 맞게 됐다는 뜻이다.

이제 박혜진까지 만으로 30세를 넘긴 우리은행은 프로 3년 차를 맞는 신예 박지현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시즌 주전으로 도약해 전 경기에 출전하며 8.37득점5.56리바운드3.44어시스트1.41스틸을 기록했던 박지현이 이번 시즌 한 단계 더 성장해 준다면 박혜진과 함께 우리은행의 원투펀치로 활약할 수 있다. 실제로 박지현은 프로필 신장 183cm로 우리은행 선수단에서 가장 키가 큰 선수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이 팀 리바운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리바운드 1위(12.30개)를 차지한 외국인 선수 르샨다 그레이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그레이가 뛰지 못하는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 6.89개의 리바운드(8위, 국내선수 3위)를 기록했던 김소니아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신장(176cm)은 작지만 골밑에서 엄청난 투쟁심을 발휘하는 김소니아가 리바운드 단속에 성공한다면 우리은행은 훨씬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우리은행은 전통적으로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면 선수들이 단체로 위성우 감독을 '집단구타'하는 세리머니가 유명하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우승 세리머니를 하지 못한 우리은행은 누구보다 우승탈환에 목말라 있다. 정통센터가 없다는 약점을 지적받으면서도 WKBL에서 가장 짜임새 있는 전력을 자랑하는 우리은행이 3년 만에 정상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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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위비 박혜진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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