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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의 계절 가을, 풍요로운 민족대명절 추석. 그러나 '한가위만 같아라'는 벌써 옛말이 되었는지 모른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가 인류에 새로운 식량위기를 예고하는 가운데,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잦은 기상이변과 평균기온의 상승이 국내 농업 생산과 작물 재배에 끼친 영향과 변화를 살펴보고, 식량안보 대비에 필요한 정책 방향을 짚어본다.[기자말]
54일간 최장기간 장마와 폭우, 연이어 발생한 태풍으로 올여름 농작물 침수 피해 범위는 2만 7633ha에 달하고 그 규모는 벼, 채소, 밭작물 순으로 크게 나타났다. 이처럼 지구온난화에 따른 잦은 기상이변은 농지침수, 시설붕괴 등 단기적으로 농가 피해뿐 아니라, 농업 생산 전반에 장기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온상승과 강수량 증가에 따른 농작물의 재배지 변화, 생산성 감소, 품질 저하, 병해충 피해 등 기후변화가 국내 주요 식량 작물, 채소, 과일 생산에 끼치는 영향과 변화 추이 등을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살펴보고자 한다. 

농업인 85.7%, 기후변화 체감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의 영향 및 예측 전망에 앞서서, 근본적으로 농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하여 기후와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농업인들은 경험적으로 그 지역의 기후조건을 고려하여 그 지역에 가장 적합한 작물을 선택하여 재배하고 수확해 왔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금까지 농업인들은 선조들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체감하지 못할 정도의 느린 기후변화에 잘 적응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기후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온과 강수량의 가파른 상승, 이와 더불어 이상기상의 횟수 및 크기(강도)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최근의 급격한 기후변화는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국내 농업 시스템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현장에서 기후변화를 직접 경험하고 있는 농업인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농업인의 85.7%가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기후변화 유형에 따라서는 기온 변화 상승은 96.4%, 강수량 증가는 81.8%, 병해충 발생 횟수 증가는 86.4%, 이상기상 횟수는 94.7%의 농업인들이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농업인의 인식조사 결과는 기후위기가 농업 현장에 실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도 계속 나타나고 있으며, 미래에는 그 영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서는 농업 부문에서 기후변화에 의해 현재까지 관측된 영향과 앞으로 일어날 영향에 대해서 세부 항목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재배적지 변화
 
 주요 작물 재배지 변화
 주요 작물 재배지 변화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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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던 농수산물 주산지가 바뀌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이다. 서늘한 기후조건에서 재배되는 사과의 과거와 현재의 재배면적을 비교해보면 1982년 4.3만ha에서 2007년 3.2만ha로 약 1만ha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랭지에서 재배되고 있는 고랭지 채소(무, 배추)도 최근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랭지 무는 2001년 0.40ha에서 2019년 0.23ha, 고랭지 배추는 10.2ha에서 0.50ha로 크게 감소하였다. 이러한 재배면적 변화와 함께 다양한 작물에서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 

한라봉은 최근 전북 김제까지, 무화과는 충북 충주까지, 포도는 강원 영월까지, 사과는 경기 포천까지 재배되고 있다. 사과의 경우는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2090년대에는 재배적지가 강원도 일부 지역으로 급격히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뜻한 곳에서 재배되는 난지형 마늘과 서늘한 곳에서 재배되는 한지형 마늘을 보면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적지 변화를 쉽게 비교할 수 있다. 난지형 마늘의 재배적지는 기준연도대비 2090년대 960%로 대폭 증가하는 반면, 한지형 마늘은 8%로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되었다.

병해충과 잡초 확산

기후변화는 그동안 국내에 없었던 새로운 병해충과 잡초의 확산 원인이 되었고 피해 지역이 확산하고 있다. 예전에는 국지적으로 발생하던 벼줄무늬잎마름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가 하면, 갈색여치, 꽃매미 등이 과수 농가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과수 해충인 잎말이나방은 현재 연간 2세대 발생하지만, 2100년대에는 연간 최고 7세대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되었다. 

국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국내로 유입된 외래 생물은 따뜻해진 기후에 따라 그들의 영역을 점차 확장하여 토종생물과 농작물을 위협하고 있다. 외래침입종이며 2019년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된 등검은말벌과 서양금혼초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등검은말벌은 꿀벌을 공격해 양봉 농가에 큰 피해를 주고 있으며, 그 피해액은 연간 약 17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전국의 말벌 중 등검은말벌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8년 48%에서 2019년 72%로 크게 증가했다. 농경지 잡초이며 유럽에서 유입된 서양금혼초는 현재 제주도를 중심으로 남부지역에 분포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분포한계선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분포지역도 2050년대에는 현재보다 1127%로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량과 품질 저하

농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많이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온이나 저온, 폭우, 일조 부족 등의 기후변화는 농산물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생산량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조량이 부족하면 쌀알이 제대로 익지 못하여 속이 하얗게 변하거나 모래처럼 부스러지는 불량미의 발생이 많아지고, 벼가 여물 때 온도가 상승하면 단백질 함량이 증가하고 낱알 무게가 감소하여 쌀의 품질이 떨어진다. 채소류는 쉽게 물러지는 등 유통기간이 짧아지며, 과실류는 제대로 익지 않아 맛이 들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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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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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후변화는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의 생산량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 기후 시나리오에 따른 쌀 생산성은 기준연도 대비 2090년에는 63.3~72.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축의 경우에도 생산성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한우와 육우는 고온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육이 정지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젖소는 추위에는 강하지만 더위에 약하여 고온에서 우유 생산량이 감소하고 번식률이 저하한다. 씨돼지는 고온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정기가 지연되고 배란 수가 감소하는 등 어린 돼지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산란계는 28℃ 이상 온도에서 산란과 사료 섭취가 감소하고, 면역력이 저하하여 폐사할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농업에서는 이러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농림수산식품분야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2011~2020), 기후변화대응 농업기술개발 2단계 중장기계획(2014~2023)을 수립하여 수행하고 있다. 그중에는 우리나라 국민의 입맛에 맞는 열대·아열대 품종을 도입하거나 기상재해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여 수출하는 등 기후변화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기온상승이 돼지, 닭 생산에 미치는 영향
 기온상승이 돼지, 닭 생산에 미치는 영향
ⓒ 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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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명현님은 국립농업과학원 기후변화생태과 연구사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0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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