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내가 읽은 책이 누군가에게 마스크가 된다면 어떨까?" 독서 응원 챌린지의 시작은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광양백운고는 '리딩 마스크'라는 독서 응원 챌린지를 진행한다. 학생이 책을 읽고 SNS에 책 사진과 이야기를 '#광양백운고#백운고리딩마스크'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올린다. 책 이야기를 공유하면 게시물 한 개당 한 개의 마스크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했다.

12월이 되면 학교의 게시물을 모두 합쳐 필요한 사람에게 마스크를 기부하기로 했다. 마스크는 국립어린이청소년 도서관과 광양시청으로부터 공모사업 지원을 받아 구매할 예정이다.
 
독서 응원 챌린지 '리딩 마스크' 홍보용 포스터
 독서 응원 챌린지 "리딩 마스크" 홍보용 포스터
ⓒ 황왕용

관련사진보기

 
코로나19 이후 학교의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등교하는 날이 있고,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소통하는 수업을 할 때도 있다. 등교할 때에도 마스크를 쓰고 열화상 카메라 앞에 줄지어 선다. 1m 이상의 거리를 둔 채로 체온을 측정하고 37.5도 이하가 되었을 때 교실에 간다. 아침 8시 전후로 열화상 카메라 앞에서 본 학생들은 바뀐 것이 없지만, 그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학교에서는 비상시에 쓸 수 있는 마스크를 준비한다. 학생들의 마스크가 끊어졌을 때, 오염이 되었을 때, 아침에 깜빡 챙겨오지 못한 학생에게도 학교에서 나눠준다. 아침 열화상 카메라 지도할 때 한 학생이 마스크를 챙겨오지 않는 것을 알아챘다. 학생이 깜빡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숙자가 마스크를 쓰지 못해 버려진 마스크를 주워서 쓴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다행히 학생이 이런 사정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더욱더 깊은 단절의 세계로 떠밀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스크는 장소의 출입 여부를 결정하는 등 소통과 삶을 위해 필수적이다.

필자는 사서교사다. 학생들과 마주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책'을 중심으로 '세상', '나'를 이야기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9월 어느 날 학생들과 각자가 읽은 책 이야기를 하다 코로나19라는 낯선 상황의 한 해를 이야기했다. 코로나19는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만들었고, 마스크 이야기도 나왔다. 책으로 시작해서 마스크까지 이어진 대화는 단절로 몰린 사람들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리딩 마스크'는 시작되었다.

포스터를 만들어 학생과 교직원에게 홍보했다. SNS의 계정이 비공개인 경우 하나를 더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수행평가도 아닌 일에 강요할 수는 없다. 수행평가로 강제하고 싶지도 않았다. 학생들의 선의를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이제 시작이지만 재미있는 책들이 올라온다. 많은 학생이 참여하다 보니 SNS에 소개한 책의 스펙트럼이 넓다. 철학이 있는 그림책도 있고, 유명한 베스트셀러, 고전, 도서관 구석에서 발견한 때 묻은 책 등 관심사가 참 다양하다는 것을 느낀다. 또래 친구의 관심사를 SNS를 통해 공유 받고,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학생이 생긴다. 한 학생은 책을 올리고 직접 작가의 응원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학생의 '리딩 마스크' 게시물.
 학생의 "리딩 마스크" 게시물.
ⓒ 황왕용

관련사진보기

 
독서 응원 챌린지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넘어간다. 게시물이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영향력을 키워가는 중이다. 한 학생의 게시물을 올려본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단 하나다. 책 읽기가 텍스트와 독자의 소통뿐만 아니라 실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몸소 느끼면 좋겠다. 독서 응원 챌린지를 많은 곳에서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태그:#광양백운고, #코로나19, #1318 책벌레, #사서교사, #학교도서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